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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채식주의자' 이후 5년 만" '82년생 김지영'이 독일 최대 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처음에는 이 책이 한국에서 불러 일으킨 논쟁에 유럽독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독일 베를린의 서점 두스만 다스 쿨투어카우프하우스(두스만)에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Kim Jiyoung, geboren 1982)>이 진열돼 있다.
독일 베를린의 서점 두스만 다스 쿨투어카우프하우스(두스만)에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Kim Jiyoung, geboren 1982)>이 진열돼 있다. ⓒ한겨레/남은주 통신원(베를린)

독일 베를린의 서점 ‘두스만 다스 쿨투어카우프하우스’(두스만) 베스트셀러 선반에 최근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Kim Jiyoung, geboren 1982)>이 놓였다.

지난 2월 독일 키펜호이어운트비치 출판사가 번역 출간한지 1달만에 두스만이 집계한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두스만은 베를린에서 가장 큰 서점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이곳 베스트셀러로는 주로 문학 분야의 주목할 만한 책들이 뽑힌다. 최대 전자 상거래 포털인 독일 아마존 온라인 서점판매에서도 <82년생 김지영>은 사회소설 분야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문학성과 상업적 성공을 함께 평가하는 <슈피겔>지 선정 베스트셀러 차트에서는 13위로 발간직후부터 계속 순위권에 들었다.

해마다 새로운 책 7만400종이 나오는 독일(2019년 기준)에서 아시아에서 온 소설이 주목받는 것은 드문 일이다. 영미문학은 물론 스페인, 이탈리아 등 독일인들에게 친근한 문화권의 세계적인 작가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이다. 두스만 쪽은 “<82년생 김지영> 이전에 한국 작가의 소설이 이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진입한 것은 2016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였다. 두 책 모두 영어판과 독일어판이 모두 많이 팔리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설명했다.

독일 베를린의 서점 두스만 다스 쿨투어카우프하우스(두스만)에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Kim Jiyoung, geboren 1982)>이 진열돼 있다.
독일 베를린의 서점 두스만 다스 쿨투어카우프하우스(두스만)에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Kim Jiyoung, geboren 1982)>이 진열돼 있다. ⓒ한겨레/남은주 통신원(베를린)

두스만의 한 직원은 “세계적 흐름에 민감한 독자들이 자주 찾는 이곳 서점에서는 독일서적뿐 아니라 외국 서적도 많이 팔린다. <82년생 김지영>은 요즘 많은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여성주의 문제를 다뤘기 때문에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에서 온, 이름도 얼굴도 낯선 김지영이라는 여자가 ‘여성주의’라는 보편적인 언어의 힘으로 유럽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이 책이 한국에서 불러 일으킨 논쟁에 유럽독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영국에 이 책이 출판된 지난해 2월 <가디언>지는 대통령 탄핵, 강남역 살인사건, 한국 미투운동으로 이어졌던 2016년 한국여성운동의 열기를 소개하며 “(김지영은) 짓밟힘으로써 집단 분노의 채널을 열어젖힌” 현실 한국사회 여성들의 얼굴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했다. 2021년 2월 독일 라디오방송 <데엘에프>(DLF)도 한국에서 한 여자 가수가 이 책을 읽는다는 이유로 격렬한 비판을 받았던 일화를 소개하며 본대학 동양아시아 연구소 나데슈다 바헴 교수의 말을 인용해 “그러한 사회적 요소들도 이 책의 문학성의 일부를 이루는 것으로서 평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처음엔 아시아의 어느 척박한 여성현실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됐던 관심은 공감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한 독일 독자는 아마존에 남긴 리뷰에서 “(여성문제에 관한 한)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바뀐 것이 거의 없다. 안타깝지만 유럽 독자들은 이 차별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3월9일 방송된 스위스 <에스아르에프>(SRF) 라디오 방송프로그램에서 문학편집자 아네트 쾨니히는 “남자와 여자가 함께 책 한권을 읽는 것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이 책을 권했다. 1999년 성차별금지 법을 통과시켰지만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여성이라는 점이 낙인이 되고 불행으로 작용하는 한국여성의 삶과 스위스에 사는 여성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130만부 가량 판매된 이 책은 일본에서 20만부가 넘게 팔리는 기현상을 빚었고 지금까지 해외 26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한겨레/베를린 남은주 통신원 nameunjoo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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