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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 노동자, 김진숙이 36년 만에 회사로 돌아간다

20대에 회사에서 쫓겨난 김진숙은 60대가 되어서야 자리로 돌아간다.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신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2012.7.12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신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2012.7.12 ⓒ뉴스1

옛 한진중공업(현 에이치제이(HJ)중공업) 영도조선소의 ‘마지막 해고 노동자’ 김진숙(62)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6년 만에 복직한다.

전국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는 23일 “에이치제이중공업과 해고자 신분인 김 지도위원의 즉각적인 명예복직과 함께 퇴직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600일 넘는 장기투쟁의 결과다. 다시는 이런 해고와 장기투쟁이라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신뢰와 화합의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열어야 할 시점이라는 것에 노사가 공감했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1981년 한진중 전신인 대한조선공사 용접공으로 입사했다. 1986년 2월 타협주의 성향의 노조집행부를 비판하는 홍보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부산시경찰국 대공분실에 연행돼 고문을 받았다. 회사 쪽은 이 기간 무단결근했다며 김 지도위원을 해고했다. 김 지도위원이 부당해고로 소송했지만 법원은 회사 쪽 손을 들어줬다.

'김진숙 희망버스' 회원들이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노동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며 서울 용산구 한진중공업 갈월동 사옥에서 출발해 청와대 방향으로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2020.12.18
'김진숙 희망버스' 회원들이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노동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며 서울 용산구 한진중공업 갈월동 사옥에서 출발해 청와대 방향으로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2020.12.18 ⓒ뉴스1

김 지도위원은 2011년 1~11월 사이 309일 동안 한진중공업 구조조정에 맞서 영도조선소 안 85호 크레인(높이 35m)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 시민단체 등이 김 지도위원을 응원하며 희망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현장을 찾아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고, 이후 노사합의에도 불구하고 그는 해고노동자로 남았다.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는 2009년과 2020년 사 쪽에 김 지도위원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복직을 권고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2020년 그의 복직을 촉구하는 특별결의안을 발표했다. 이에 노사 협상이 이어졌지만, 위로금 지급규모를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은 결렬됐다. 그사이 김 지도위원은 2020년 12월31일 만 60살 정년을 맞아 복직시한을 넘겼다.

'복직 기원 희망뚜벅 행진' 마지막날인 7일 오후 청와대 앞에 도착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작년 12월 30일 부산 호포역에서 시작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복직 촉구 '김진숙 희망 뚜벅이(희망 뚜벅이)'는 이날 행진 34일만에 마지막 목적지인 청와대에 도착해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2021.2.7
'복직 기원 희망뚜벅 행진' 마지막날인 7일 오후 청와대 앞에 도착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작년 12월 30일 부산 호포역에서 시작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복직 촉구 '김진숙 희망 뚜벅이(희망 뚜벅이)'는 이날 행진 34일만에 마지막 목적지인 청와대에 도착해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2021.2.7 ⓒ뉴스1

이후에도 노동단체 등은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지난해 한진중에서 사명을 바꾼 에이치제이중공업은 해묵은 갈등을 털고 함께 재도약에 집중하자는 뜻에서 이날 노조와 김 지도위원의 명예복직과 퇴직에 합의했다.

김 지도위원은 “평생의 숙원이었고 한이었다. 기쁘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동안 암 수술과 치료를 받는다고 제대로 복직투쟁에 나서지 못했는데, 함께 해준 동지들 덕분에 복직할 수 있게 돼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의 명예복직과 퇴직 행사는 25일 영도조선소에서 열린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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