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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이 소셜미디어 쓸 때 책임감을 더 무겁게 가져야 하는 이유

김재중의 만우절 코로나 사태는 이전과 견줘 파장이 만만치 않다

ⓒvia Getty Images

지난 1일 벌어진 가수 김재중의 ‘만우절 코로나 거짓말’ 사태에 대해서는 동종 업계 사람들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데뷔 16년차 베테랑 연예인이 세계적으로 5만여명이 숨진 재난을 장난의 소재로 삼았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김재중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글에서 이 사태가 몰고 올 파장을 안다고 썼지만, 전혀 몰랐던 것 같다”며 “사람이 죽는 재난 상황에서는 할 말과 안 할 말이 따로 있다는 것은 어린아이도 안다”며 혀를 내둘렀다. 한 중소형 기획사 매니저는 “SNS가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재중 사태로 업계에는 다시 한번 ‘SNS 주의보’가 내려졌다. 소속 연예인들에게 게시물을 신중하게 올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재중뿐 아니라 최근 SNS 설화가 잇따랐다. 방송인 박지윤은 코로나19 시국에 가족과 여행 간 사진을 올려 입길에 올랐고, 뮤지컬 아역 배우 김유빈은 ‘엔(n)번방’ 사태와 관련해 여성 혐오적인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몇몇 연예인들은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팬들과 설전을 벌였다.

SNS는 팬들과 소통하거나 아티스트를 홍보하는 주된 창구 중 하나다. 신비주의 시대를 지나 팬들과의 활발한 교류가 인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속사들은 SNS를 포함한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팀을 따로 두거나 홍보담당자 중 한명을 배정해 컴백 시기 등에 맞춰 홍보 창구로 활용한다. 또 다른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SNS는 스타와 직접 소통하는 느낌을 줘서 팬들이 특히 좋아한다”며 “SNS 글과 사진이 기사화되는 등 파급력이 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을 수 있고 관련 사항을 알릴 때도 요긴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곳인 만큼 한번의 실수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단번에 추락시킨다. 그래서 기획사들은 “신인들은 회사에서 공식 계정을 만들어 관리하고, 자기 관리가 가능해지는 때가 되면 개인 계정을 만들게 하는 등 신경쓴다”고 한다. 그럼에도 소속 연예인들이 언제, 어떤 이야기를 쓰고 사진을 올릴지 모르기 때문에 돌발상황에 대비해 늘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들은 “소속 연예인이 술을 마신 날 밤이나 새벽이 요주의 시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한 여자 연예인이 한 남자 연예인과 함께 있는 사진을 실수로 올렸다가 열애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 남자 가수의 매니저는 “술만 마시면 아무 말이나 해서 술을 마시고 들어간 날은 밤새 그의 SNS를 지켜보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 중견 배우는 예쁜 여자의 계정을 연달아 팔로해 관계자가 새벽에 연락해 팔로 끊기를 종용한 사례도 있었다. 최근엔 해킹 사건도 많아지면서 비공개 계정이라 하더라도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올리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된 임무다.

요즘은 SNS로 실시간 라이브가 가능해지면서 기획사들 입장에선 위험 요소가 하나 더 늘었다. 또 다른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갑작스레 라이브 방송을 하곤 하는데, 혹시 안티팬의 한마디에 대응을 잘못해 사건이 벌어질까 봐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그는 “라이브 방송을 한다는 알람이 뜨면 예의주시하고 있다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면 전화를 걸어 중단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신인 그룹에게 라이브 방송 금지령을 내렸지만, 몰래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bombuscreative via Getty Images

하지만 아무리 기획사라도 연예인도 인권이 있기에 무조건 통제할 수만은 없다. 대부분 국가적 이슈가 있을 때나 동료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글이나 사진을 조심하라고 알려주는 정도다. 일베 용어 등을 쓰지 말라거나 민감한 논쟁거리에 관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연습생 때부터 인성교육을 하며 관리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마다 이런 조언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 “SNS는 점차 통제 불가능한 창구”가 돼 가고 있다. 한 중소형 기획사 관계자는 “회사에서 조언을 하지만 전적으로 개인의 정서와 사고방식의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팬들이 ‘내 스타’라고 맹목적으로 옹호해주는 시대가 지나면서 책임감의 무게는 더 커졌다. 김재중의 만우절 코로나 사태는 이전과 견줘 파장이 만만치 않다. 그를 처벌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일어났고, 예정됐던 일본 프로그램도 취소됐다. 출연 중이던 케이블 채널의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방송 중단을 논의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향력 있는 유명인의 개념 없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 사안”이라며 “공인으로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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