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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8월 15일 10시 21분 KST

여성혐오, 장애인·이주노동자 비하 등등 : 기안84가 사과했으나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 혼자 산다'에 나와 주눅든 표정을 짓고 사과하고 적당히 또 넘어가겠지. 안 봐도 뻔하다."

뉴스1
기안84 

#장면1/ 인턴 봉지은이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무능해서 잘리기 일보 직전이다. “봉지은의 생존 전략은… 애교?!”라는 문장이 나온다.

#장면2/ 회식 자리. 봉지은이 의자에 누워 배 위에 조개를 올려놓고 돌덩이로 깨부순다.

#장면3/ 이 모습에 그를 내보내려 했던 팀장이 반한다. 이후 봉지은은 정규직이 된다.

#장면4/ 정규직이 된 뒤 떠난 워크숍. 봉지은과 잤냐는 사원의 질문에 20살이나 많은 팀장이 “ㅋ”이라고 답한다. 

지난 한주를 뜨겁게 달군 기안84의 웹툰 <복학왕-광어인간>의 문제적 장면이다. 특히 장면3에서 봉지은이 의자 위에 누워 조개를 깨는 모습이 상사와의 성관계를 연상시킨다며 항의가 빗발쳤다.

기안84는 장면3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되었다.” 조개를 깨는 행동은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을 것을 얻는 모습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엽기적인 표정으로 누워 있는 저 모습이 귀여운가? 이게 풍자라면 여성 인턴들이 능력이 아닌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소리인가?

장애인 비하 등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졌던 기안84의 웹툰이 최근 연재를 재개하면서 또다시 ‘여혐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웹툰 연재 중지 요구”는 물론, 그가 출연 중인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문화방송) 하차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되는 장면3의 성관계 연상 여부를 떠나 봉지은을 둘러싼 설정 자체가 그의 왜곡된 여성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독수리 타법에, 보고서도 제대로 못 만드는 무능한 여성 인턴이 팀장한테 애교를 부린 뒤 정규직을 꿰찬다는 줄거리는 전형적인 여성 혐오적 인식을 드러낸다. 조개를 부수는 행동에서 이런 문장까지 나온다.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이나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 그녀의 세포 자체가 업무를 원하고 있었다.”

논란이 일자 기안84는 일부 장면을 수정하며 “원고 내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사과에도 비난이 멈추지 않는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에도 여성 혐오 표현으로 지적을 받았다. 그의 여성관을 송두리째 의심할 정도로 놀라운 장면들이 많았다. <복학왕>에서는 2학기가 시작되자 ‘여학생’들이 대부분 임신을 하거나 출산한 모습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남자 캐릭터가 여성을 집어 입에 넣으며 “누나는 늙어서 맛없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대목은 곳곳에서 등장한다. 봉지은이 소주에 얼음을 넣는 걸 보며 남자 주인공이 “봉지은 룸빵녀 다 됐구만”이라거나, 대학 축제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봉지은을 보고 “룸나무”라고 말한다. 성인 남성에게 업힌 미성년자의 대사가 이렇다. “쌤 우린 친구잖아요. 비.밀.친.구.” ‘비밀친구’는 온라인 랜덤채팅 등에서 성인 남성이 미성년자 여자아이를 성착취하기 위해 접근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복학왕> ‘249화 세미나2’편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비하해서, ‘248화 세미나1’편에서는 청각장애인을 희화화해서 뭇매를 맞기도 했다. 특히 청각장애인 여성 캐릭터의 경우, 생각조차도 어눌한 것처럼 표현해 비판받았다. 당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누리집에 “청각장애인을 지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처럼 희화화한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안84는 논란이 일 때마다 “신중하겠다”고 사과했지만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터지자 이렇게 예상하는 누리꾼도 있다. “<나 혼자 산다>에 나와 주눅든 표정을 짓고 사과하고 적당히 또 넘어가겠지. 안 봐도 뻔하다.” 

웹툰 시장이 커지는 만큼 포털의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웹툰 시장은 2019년 연 매출액 9천억원으로 최근 5년 새 4배 이상 커졌다. 특히 네이버는 2005년부터 웹툰 서비스를 시작해 국내 1위 웹툰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제대로 된 정화작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안84와 함께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하는 박태준의 <외모지상주의>도 2014년 연재 시작 이후 지금까지 혐오 및 여성 폭력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되면 해당 에피소드를 수정하는 것으로 땜질을 거듭해 왔다.

현재 웹툰 심의는 업계 자율규제에 맡겨 놓은 상태다. 네이버 쪽은 14일 <한겨레>에 “웹툰 편집부에서 작품의 선정성 및 폭력성에 대해 꼼꼼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문제가 되면 편집부에서 작가와 소통해 즉각 수정 등 대응을 하고 있다. 사내 청소년보호 담당 부서와 논의하기도 한다”며 “선정성과 폭력성은 웹툰자율규제위원회가 정한 연령 등급 검토 연구 내용을 기준으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웹툰의 문화적 파급력이 큰 만큼 제대로 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네이버 쪽은 “창작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지만 플랫폼에서 연재하는 작품의 영향력이 계속해서 커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작가들에게 환기하고 작품에 대해서도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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