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021년 10월 26일 16시 29분 KST

'뉴욕타임스'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최초로 공개 증언했던 故 김학순 할머니의 부음 기사를 실었다

'간과된 사람들' 시리즈다.

한겨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가 숨진 지 24년 만에 가 지면에 실은 김 할머니 부음 기사.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로서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1924~1997)의 부음 기사가 미국 유력지 뉴욕 타임스에 실렸다.

뉴욕 타임스는 25일(현지시각) 부음 지면의 절반에 걸쳐 ‘간과된 사람들’(Overlooked)이라는 연재의 하나로 김 할머니의 삶과 증언의 의미를 소개했다. 이 연재는 이 매체가 1851년 이래 보도하지 않은 주목할 만한 인물들의 부음을 다루는 것으로, 김 할머니 기사는 지난 21일 온라인에 공개된 데 이어 이날 지면에 실렸다. 김 할머니가 1997년 12월 폐 질환으로 숨진 지 24년 만의 일이었다. 이 매체는 2018년 3월에는 이 연재에 유관순 열사를 소개했었다.

서울 주재 특파원인 최상훈 기자가 작성한 이 기사는 김 할머니가 1991년 8월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로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증언하던 장면부터 시작한다. 김 할머니의 강력한 증언이 일본의 많은 정치인들이 지금까지도 부정하고 있는 역사를 현실로 바라보게 해줬다고 짚었다. 김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 이후 북한,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의 위안부 피해자들도 역사의 전면에 나서 자신의 피해를 호소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랫동안 외면 받아온 ‘전시하 여성의 인권’이라는 문제가 인류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인권 현안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 기사는 일본군 위안소 운영을 반인류 범죄로 규정한 1998년 유엔 보고서를 작성한 게이 맥두걸 전 유엔 특별보고관이 올해 한 콘퍼런스에서 “내가 보고서에 쓴 어떤 것도 김 할머니의 30년 전 직접 증언이 미친 영향력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고 평가한 사실도 담았다. 역사학자인 알렉시스 더든 미 코네티컷대 교수도 “김 할머니는 20세기의 가장 용감한 인물 중 하나”라며 김 할머니의 초기 증언이 학자들의 연구를 촉진시켰다고 말했다.

CHOO YOUN-KONG via Getty Images
생전 김학순 할머니의 모습. 

1924년 10월 중국 지린 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양부의 손에 끌려 베이징에서 일본군에 붙잡혀 위안부로 고초를 겪다가 조선인 남성의 도움으로 탈출했다. 기사는 남편과 자식을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낸 뒤 궂은 일을 하며 살다가 1991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을 부인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공개 증언을 결심했다는 점도 소개했다.

김 할머니의 증언 이후 1992년부터 위안부 피해자들이 중심이 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시작했다. 또 1993년에는 고노 요헤이 일본 관방장관이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의 개입과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가 나왔다. 한국 정부 역시 김 할머니의 첫 회견 날짜인 8월14일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정해 2018년부터 기념하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