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종양내과 전문의 김범석 교수가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냐”는 질문에 '임종방'에서 흘러나온 '땡벌'을 떠올린 까닭

병원 '임종방'에는 환자가 좋아했던 노래를 틀을 수 있는 스피커가 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종양내과 전문의 김범석 교수가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라”는 삶의 교훈을 던졌다.

7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시간의 마술사들’ 특집으로 서울대학교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 김범석 교수를 만났다.

“기억에 남는 환자분이 있냐”는 질문에 김범석 교수는 “병원에 임종방이 있다. 곧 돌아가실 것 같은 환자분이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1인실을 개조한 방이다”라며 한 사람의 존엄한 임종을 위해 환자를 임종방에 모신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의 감각 중에서 가장 끝까지 남는 청각이다. 임종이 오는 순간이 오면 저희가 가족분들에게 들으실 수는 있으니까 좋은 이야기들 많이 해달라고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안에는 다른 병실에는 없는 스피커가 있다. (환자분이 평소에) 좋아하시던 음악을 틀어놓으면 환자분도 마음에 평화를 느끼면서 돌아가실 수가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임종방 회진을 도는 무거운 순간을 회상하며 “한 환자분 상태가 안 좋아서 한두 시간 못 버티고 돌아가시겠구나 했다. 그런데 스피커에서 계속 트로트 음악이 나왔다”라고 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김범석 교수는 ‘땡벌’ 노래가 나와 환자 가족들에게 이 노래를 틀어놓은 이유가 있냐고 물었다. 그는 “환자분이 30년 동안 양말 공장을 하시면서 애들 셋을 다 키우셨다더라. 평생 그곳에서 일하면서 가족을 부양하신 분인데, 일하며 즐겨 듣던 트로트를 너무 좋아하셔서 틀어놨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땡벌’ 가사가 그렇게 슬픈지 몰랐다. ‘혼자서는 이 밤이 너무너무 추워요’라는 가사에 그때가 겨울이었는데 떠나시는 마지막 길이 좀 추울 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생각이 나면서 한참을 그 노래를 들으면서 임종 방에서 가족분들과 부둥키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아버지가 가장 힘들 때 좋아하시는 노래가 뭔지를 환자분 가족들은 다 알고 있었던 거다. 근데 우리가 생각보다 가족에 대해서 잘 모른다”며 “우리 아버지가 어떨 때 힘들어하시고 어떤 노래를 듣고 기운 나 하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보호자들이 환자분이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시라 하면 뭘 틀어야 하는 지를 모르시는데 그분 가족들은 잘 알고 계셔서 마지막까지 외롭지 않게 보내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또한 “평소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면서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김범석 교수는 “중요하고도 어려운 질문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가 살다보면 당연한 것들이 있다. 내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때로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숨 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폐암 환자들도 이제는 숨을 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한 건지 몰랐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끝으로 “부모님이 늘 있어왔으니까 ‘당연히 함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언젠가는 먼저 떠나실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게 되면 아마도 부모님을 보는 관점도 달라질 거다”라며 “부모님의 주름살도 눈에 들어올 거고 허리도 굽어 계신 것도 느껴질 거다”라고 했다.

 

이소윤 에디터 : soyoon.lee@huffpost.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유퀴즈 온 더 블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