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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정규직 노조가 '여성 정규직화' 콕 찍어 반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비정규직 노조를 떼어내 '정규직 이기주의' 논란 빚기도 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가 지난 11일 조합원을 상대로 낸 소식지.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가 지난 11일 조합원을 상대로 낸 소식지. ⓒ한겨레

기아자동차가 ‘불법파견’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규직 노동조합이 ‘여성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반대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인다. 기아차는 노사 합의에 따라 2016년 이후 7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그 가운데 여성은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21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정규직 노조)는 지난 14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찾아 “기아차는 아직 여성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준비 없는 여성 정규직화는 혼란만 키운다”는 내용의 의견서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규직 노조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앞장서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3월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가 배제(남녀고용평등법 위반)됐다며 고용노동청에 근로감독을 요청했다.

정규직 노조의 ‘여성 정규직화 반대 행동’은 지난 11일에도 이뤄졌다.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는 이날 소식지를 내어 조합원을 대상으로 “준비도 부족하고 현장과 공감대 형성도 부족한 갑작스러운 여성 정규직화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에 따라 새로 채용(정규직 전환)되는 인력은 ‘조립부서’에 배치되어야 하는데, 남성 중심적 환경인 조립부서에는 여성 화장실·탈의실 등 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여성 정규직화’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기아자동차지부는 지난해 5월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비정규직 노조를 조직에서 떼어내는 규약 개정안을 가결해 ‘정규직 이기주의’ 논란을 빚기도 했다.

기아차 사내하청 조합원들이 2016년 12월15일 오전 서울 시청 앞 옛 국가인권위 건물 광고탑에서 정규직 채용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는 모습.
기아차 사내하청 조합원들이 2016년 12월15일 오전 서울 시청 앞 옛 국가인권위 건물 광고탑에서 정규직 채용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는 모습. ⓒ한겨레

기아차 노사는 2016년 10월 사내협력업체 노동자 4천여명 가운데 1049명을 정규직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2014년 서울지방법원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사 합의에 따라 기아차는 광주와 경기도 화성·소하 등 3개 공장에서 두 차례에 걸쳐 7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모두 남성 노동자였다. 전체 불법파견 노동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약 20%에 이르기 때문에 정규직 채용된 700여명 가운데 적어도 140명은 여성이었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노조가 ‘여성 정규직화’를 막는 건 조합원 이기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찬진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여성부장은 “도장·플라스틱·출하부서 등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던 곳이 ‘정규직 자리’가 되자 여기는 남성 정규직 노동자가 차지하고, 여성 노동자는 다른 일을 하라는 것”이라며 “정규직 노조가 단협을 근거로 여성 신규 채용자한테 ‘남성도 하기 힘든 조립부서로 가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중년 여성 노동자에게는 ‘나가라’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규직 노조 쪽 탁현수 고용실장은 “관례에 따라 노동 강도가 약한 자리가 비면 조립부서 조합원을 전환배치해왔고, 이번 특별채용(정규직 전환)을 계기로 기존 조합원의 고충 해소를 위한 전환배치를 계획해왔다. 정규직으로 전환될 도장·플라스틱·출하부서에도 기존 관례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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