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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은 안 했는데, 이재용은 한 이것

고집을 안 부렸다.

ⓒ뉴스1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임시주총 철회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정의선(현대차)과 이재용(삼성)이 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21일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하겠다.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모비스 분할합병에 대한 불공정성 지적, 기업지배구조원과 아이에스에스(ISS)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의 잇단 반대 권고로 주총 통과가 불확실해진데 따른 결정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현대차의 고위 임원은 “시장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보여준 모습과 대비된다. 당시에도 참여연대, 기업지배구조원, 아이에스에스 등이 동일하게 불공정 합병이라고 반대했지만, 삼성은 강행했다. 삼성 미래전략실의 고위 임원은 ‘반대 여론이 강하니 일단 보류한 뒤 재추진하는 게 어떠냐’는 기자 질문에 대해 “절대 안된다. 지금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합병 반대에 밀리면, 삼성의 경영권이 외국자본에 위협받게 된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하지만 무리한 합병 추진은 청와대·국민연금을 상대로 한 편법·불법 로비→뇌물사건 수사와 재판→이재용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의 유죄판결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면서, 삼성이 제 발등을 찍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참여연대가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토론회에 참석했던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정의선과 이재용이 다르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줬다. 현대차는 당장은 좌절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시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현대차와 정 부회장이 긍정적 평가를 받는 전화위복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이전부터 “현대차는 (비판적인 시민단체와도) 대화·소통을 하는데, 삼성은 안한다”고 두 그룹의 차이점을 지적해왔다. 김 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정의선 부회장과 직접 만나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를 수차례 가졌는데, 이재용 부회장과는 그럴 기회가 없었던 것을 아쉬워했다.

현대차의 주총 철회는 2016년 촛불 시민혁명 이후 한국사회와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했던 한화증권의 주진형 전 사장은 “재벌이 경영승계 목적으로 합리적 이유 없이 주주 이익을 훼손하면서 총수일가 멋대로 회사를 분할·합병하는 것이 더는 불가능함을 보여준 첫 사례”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현대차 임원도 “시장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삼성 충격’이 예상외로 크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삼성물산 합병사건의 영향으로 (지배구조 개편안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으면 뒤탈을 우려해 무리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분명했다”고 말했다. 또 과거 박근혜 대통령 시절이었으면 정부 도움으로 주총을 강행할 생각도 할 수 있었겠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아예 엄두를 낼 수 없었던 점도 큰 차이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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