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기성용의 초등학교 시절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피해자들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16일 방송된 MBC PD수첩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편에서는 기성용을 포함해 스포츠 스타들의 학폭 제보자 피해 증언이 공개됐다. 이날 가장 화두에 오른 것은 기성용과 그의 친구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C씨, D씨의 이야기였다.

이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현의 박지훈 변호사는 ”이들이 피해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며 ”기성용을 포함한 가해자 2명은 번갈아 가면서 성적 행위를 강요받았다면서 (가해자의) 성기 모양까지 기억하더라. 그때의 느낌까지 참담한 심정으로 이야기했다. 두 가해자가 강한 선수였기 때문에 누구도 그런 행동을 말리지 못하는 분위기였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기성용의 축구부 후배는 ”당시 모든 사람과 이야기를 해봤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라고 부인했다. 또한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가해자였다고 반박했다.

PD수첩과 대면 인터뷰에 응한 D씨는 자신 또한 과거 ‘학폭’ 가해자였음을 인정하며 ”어른이 되고 나니까 2004년 우리가 가해했던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알겠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영-이다영 사건을 지켜보면서 많은 용기를 얻었다. 우리도 가해자였지만 우리도 피해를 받았던 부분에 대해 용기를 내보고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D씨는 기성용과 B씨의 가해는 합숙소에서 일어났다고 주장하며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같은 장소와 위치에서 당했다”라고 말했다. C씨 역시 전화 인터뷰에서 ”기성용에게 한두 번 불려간 게 아니다. 단체로 있는 곳에서 했다. 따로 어디로 부른 적은 없다”라고 똑같이 주장했다. 이들의 말이 맞다면 목격한 자가 있다는 얘기다. 두 사람은 피해는 6개월 이상 지속됐지만 두려워서 신고하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기성용의 법률대리인은 피해를 주장하는 측에서 폭로 자체가 오보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하며 ”정말 20여 년 전에 있었던 일을 밝혀줄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하니, 빨리 제시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빨리 공개하라는 것이다. 잘못한 사람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기성용과 함께 가해자로 지목된 B씨 또한 PD수첩에 ”그런 일은 없었다. 기성용 선수와 내가 어릴 때부터 친해서 그런 것 같다. 어이가 없고 화나고 황당하다”라며 입장을 표명했다.

D씨는 ”처음에는 덮으려고 했다. 나 혼자 바보 되고 사과만 받으면 정말 끝내려고 했다. 하루 이틀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여론이 공격하더라. 돈 바라고 했냐는 전화도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 공사장에서 일하고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다 놓을 수 있다. 이제는 겁나지 않는다. 내가 거짓말이라면 다 놓겠다”라고 말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많은 제보가 있었다”라며 ”증거를 공개할 경우 진술 번복 등 (기성용 측의) 압력이 들어올 것으로 얘기(예상)할 수 있다. 법정으로 깔끔하게 가져가는 게 공정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날 PD수첩 측은 ”기성용과 B씨가 이들에게 성적 가해한 사실을 목격한 증언이 있다”라며 ”증언을 확인했지만, 이들이 법정에서 공개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존중해 이날 방송에는 담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황혜원: hyewon.hwang@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