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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백종원? 강형욱에겐 죄가 없다 : '빌런' 낙인은 이제 골목식당에서 개훌륭으로 넘어왔나

'개는 훌륭하다' 일반인 출연자들을 향한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

  • 이인혜
  • 입력 2020.09.02 15:12
  • 수정 2020.09.02 15:41
강형욱 
강형욱  ⓒKBS

 

‘개통령’ 강형욱이 폭발했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반려견을 내버려둔 채 약한 모습만 보이는 보호자들을 향해 “그딴 생각을 왜 하나”라고 꾸짖었다. 강형욱의 호통에 일부 보호자는 눈물을 보였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개는 훌륭하다’(이하 개훌륭)’ 한 장면이다. 강형욱의 호통에 주눅이 든 보호자 모습은 절대 낯설지 않다. 사람만 다를 뿐,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도 엿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백종원이 소위 ‘빌런’으로 불리던 사장들에게 쓴소리를 던지며 그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했던 것처럼 이번엔 강형욱이 그 역할을 맡았다. 

백종원이 그랬던 것처럼, 강형욱이 짊어진 책임의 무게란 만만치 않다. 출연자들은 매번 그를 새로운 시험대에 올린다. 

 

문제는 반려견이 아닌 보호자 

지난해 11월 첫 방송 때만 해도 ‘개훌륭’은 그렇게 주목받는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이미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개밥 주는 남자’ 등 반려견 관련 콘텐츠는 존재해왔고, 개훌륭을 이끄는 강형욱 역시 자신의 유튜브로 반려견을 주제로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있었으니까. 

여기서 제작진이 택한 것은 시선의 변화였다. 기존 콘텐츠가 반려견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고 훈육하는 등 ‘반려견‘에 집중했다면 개훌륭은 그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테면 강형욱은 홀로 강아지를 키우는 이에겐 “1인 가구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가 하면, 유기견을 입양한 다견 가정엔 단순한 동정심으로 동물을 키워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방송은 신선해졌다. 강형욱의 따끔한 조언에 점차 달라지는 보호자들의 모습은 감동과 공감까지 불러왔다. 

 

지나친 비난은 경계해야 

문제는 출연자가 가진 고민 수위가 높을수록 논란도 따라온다는 점이다. 최근 논란이 된 사례 일부(공격성이 심해 강형욱까지 무는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 아무 데서나 볼일을 보는 반려견을 방치하는 보호자 등)만 봐도 자극적인 게 주를 이룬다.

방송이 나가면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건 어쩌면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지난 6월 방송에 출연한 보더콜리 견주 모녀는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되기까지 했다. 

방송 중 문제 행동을 보인 반려견 (왼쪽), 시청자들의 항의가 잇따른 방송사 홈페이지 화면
방송 중 문제 행동을 보인 반려견 (왼쪽), 시청자들의 항의가 잇따른 방송사 홈페이지 화면 ⓒKBS

 

논란이 생길 때마다 제작진은 “보호자들을 너무 질타하지 말고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한다. 반려견을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 모든 걸 감수하고 출연한 보호자들이 지나치게 비난받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호소에도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논란이 여러 차례 발생할수록 정말 고민이 있는 보호자들이 출연을 망설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과연 누가 전국민 욕받이를 자처할까?

 

비난의 화살은 강형욱으로도 향한다 

논란에 불을 지피는 자들이 있다. 소위 ‘방구석 강형욱(잘 알지도 못하면서 강아지 전문가처럼 떠드는 사람들)’으로 불리는 악플러다. 이들의 저격은 어느 한 쪽을 가리지 않는다. 이른바 ‘모두 까기’ 전술이다. 보호자는 물론 강형욱의 행동도 스스럼없이 비난한다. 

보호자를 훈계하는 장면에선 “너무 몰아세운 게 아니냐”며 그의 태도가 과했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지나친 공격성을 보인 반려견을 제압하며 입마개를 씌우는 장면에선 “교육방식이 강압적”이라는 등 동물학대에 가까운 행동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지난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청와대 국민청원

 

그럴 때마다 제작진은 또 중재에 나선다. 강형욱의 태도 지적엔 “보호자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세게 이야기 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교육방식 관련 지적에는 “8~15시간가량 되는 긴 촬영 시간을 압축해서 하다 보니 그렇게 보인 것 같다”며 실제 환경은 그렇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이 직접 의견을 제시해 준다면 언제든 열려 있다”며 “같이 토론하고 반려동물이 어떻게 도시에서 함께 살 수 있을지 고민하자”고 대응했다.

 

다시 초심으로 

강형욱
강형욱 ⓒKBS

 

이쯤에서 다시 ‘골목식당’이 떠오른다. 골목식당의 백종원 역시 일부 가게 업주와의 갈등 장면에서 지나치게 고압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몇몇 출연자들은 악의적 방송 편집으로 인해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한다. 

‘개훌륭’이 새겨들어야 할 교훈이 바로 여기에 있다. 출연자들을 빌런으로 낙인 찍고 시청률을 위한 소재로 사용하는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말한다. 수없이 고민하며 조심스럽게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고. 하지만 주목도가 높은 프로그램인 만큼 더욱 고민이 필요할 때다.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를 조성하고 개와 사람이 행복하게 어우러져 사는 법을 고민하고 싶다’는 방송 취지가 잘 전달되고 있는지, 초심으로 돌아가 프로그램의 향후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인혜 에디터 : inhye.lee@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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