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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15일 07시 58분 KST

동학개미 멘토인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은 "부동산 중심 자산이 흔들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끌, 마이너스 통장 끌어모아서라도 주식을 사야 하나?" 고민이라면 이 인터뷰를 꼭 읽어보자.

한겨레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 

“부동산은 불패, 주식·펀드는 필패라는 인식을 바꿔놓았다. 한국 증시 40~50년 역사에서 처음 겪은 일이다.”

‘가치투자가’로 잘 알려져 있는 강방천(61) 에셋플러스 회장은 14일 전화로 이뤄진 <한겨레> 인터뷰에서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 상승세를 주도하며 상당한 성과를 올린 개인 투자자들의 경험에 역사적인 의미를 덧붙이며 “이런 성공의 경험이 부동산 쪽으로 지나치게 쏠려 있는 가계 자산의 구성에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새해 들어 개인의 순매수 흐름은 과하며 정상궤도를 이탈해 있다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우린 가계 자산의 부동산 편중이 너무 심하다. 전체 가계 자산이 10이라면 8이 부동산이다. 부동산에 너무 쏠려 있다. 금융자산 부문도 연금 쪽을 보면 확정금융상품 위주로 돼 있다. 불균형이고 왜곡 상태다. 이번 ‘동학 개미 열풍’으로 학습 효과가 생겼다.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면 늘 결과가 안 좋았어’ 하던 데서 ‘아니구나, 괜찮다’고 처음으로 학습했다.”

 

― 자산구성의 적정 비율이란 개념이 있는가?

“나라마다 다르고, 금리에 따라 다를 것이지만 한국은 너무 쏠려 있다.”

강 회장은 부동산 편중도 문제지만, 금융자산 쪽을 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퇴직연금, 개인연금 합쳐 누적으로 360조원가량 되는데 그중 주식은 10조~15조원, 4~5% 수준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성과를 본 연금 가입자들이 이젠 연금운용 상태를 들여다보게 될 거다. 채권, 예금으로만 돼 있는데 주식형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본다. 연금 자산 재배분이 일어난다는 거다. 그 과정에서 부동산 편중도 줄어들 것이다.”

뉴스1
지난해부터 동학개미운동 열풍으로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14일 대전 서구에서 직장인이 주가지수를 확인하고 있다.  

현행 연금시장 구조는 사업자(은행·증권·보험)가 ‘연금 포트폴리오’를 개별 사업장(회사)에 제시하고 가입자(직원)는 그 범위에서 고르는 ‘하방식’이고 선택지가 좁다. 강 회장은 이를 사업자 입맛에 맞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손해만 보지 않도록 하는데 머물면서 위험 회피에 익숙해 있다는 것이다.

동학 개미 운동으로 이제 여기에도 반성이 일어날 거다. ‘좋은 거 싸게 사면 되네’ 하는 걸 40~50년 만에 처음 경험했기 때문이다. 변화의 기폭제다. 이제 연금 가입자들이 자신의 연금 자산 상태를 거들떠보게 될 거다. 무관심에서 관심의 영역으로 전환되는 계기이고 역사적인 사건이다. 수십년간 잘못 고착된 가계 자산 배분을 교정하는 변화의 싹이 될 거라 본다.”

 

너무 흥분한 상태 

― 새해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폭발적인 순매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너무 흥분한 상태라 본다. 모든 자산에서 거품이 전 세계적으로 서서히 쌓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치적 관점에선 벌써 정상궤도를 이탈했다. 시중 유동성까지 감안해도 초과한 것 같다. 남의 돈으로 지금 주식을 사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조정(주가 하락)이 얼마나 깊게 올지 모른다. 자기 돈으로 하는 경우라도 시기를 조절해 조금씩 나눠서 해야 할 때다.”

그는 개인의 증시 참여가 직접투자 위주로 흘러가고 간접투자(펀드)가 위축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뜻을 비쳤다.

“과거 실적이 어떻든, 또 누가 뭐라 하든 펀드는 지혜로운 투자수단이다. 직접투자는 늘어나는데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운용사) 책임이 크며 판매사도 반성해야 한다. ‘좋은 펀드’가 아닌 ‘인기 있는 펀드’를 만드는 데 익숙해져 있다. 투자자들 또한 좋은 펀드를 찾기보다 ‘요즘 어떤 게 인기 있어요?’라는 식이다.”

 

― 좋은 펀드와 인기 있는 펀드는 어떻게 다른가?
“가격을 보느냐 가치를 보느냐, 철학을 보느냐 피상을 보느냐의 문제다. 장기적 관점서 철학을 보며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해야 맞다. 가계 자산 전체 구성에서 균형을 추구해야 하듯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도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균형은 곧 분산이다.”
새해 들어 3000대로 치솟은 주가(코스피지수)에 대해선 경계감을 드러냈다.

뉴스1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 청약이 시작된 2020년 10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NH투자증권 마포 영업점에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강 회장은 “유동성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토대가 허약해 한참 더 아래로 내려갈 수 있고 조정을 거친 뒤에나 안착될 수준”이라고 했다. 최근 국내 증시를 주도해온 업종 중 하나인 2차전지 쪽에 대해선 특히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2차전지는 아직 기술 표준이 정해지지 않았다. 리튬이온으로 갈지, 전고체 배터리로 갈지 미정이다. 거기다 변동비가 너무 커 이익 마진의 확장성이 크지 않다.”

강 회장은 1987년 증권사 직원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997년 외환위기, 1999년 아이티(IT) 거품 와중에서 기회를 포착해 부를 쌓았다. 자수성가한 금융인의 드문 사례다. 1999년 독립하며 설립한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2008년 자산운용사로 탈바꿈시켜 지금껏 회장을 맡고 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사는 은행이나 증권사를 끼지 않은 독립계 자산운용사로 불완전 판매를 줄인다는 뜻에서 업계 처음으로 펀드 직접 판매를 시도해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작년 말 현재 수탁고는 2조2211억원으로 1년 전보다 35.3%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