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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마이너스의 손'이 이번에는 팟플레이어를 어루만졌다

  • 김수빈
  • 입력 2017.02.20 12:34
  • 수정 2017.02.20 12:38
ⓒ카카오

다음 팟플레이어는 동영상 플레이어이자 인터넷 방송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동영상 플레이어로서의 기능이 뛰어나 많은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팟플레이어를 사용한 다음의 인터넷 방송/동영상 플랫폼 tv팟도 10년의 역사가 웅변하는 풍부한 자료 등으로 어느 정도 인기가 있던 편.

그리고 카카오가 예의 '마이너스의 손'을 뻗어 팟플레이어를 어루만졌다. 결과는 예상한대로였다. 잘 됐으면 이 기사를 쓰고 있지 않겠죠

카카오는 2월 18일 다음 tv팟과 카카오TV를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보도자료로 배포한 카카오의 비전은 원대했다:

이번 서비스 통합을 통해 카카오는 카카오TV를 PC와 모바일, 포털 다음과 카카오톡을 아우르는 통합 동영상 플랫폼으로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중략) 카카오는 누구나 라이브 방송을 생산하고 창작자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개인 PD들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책도 단계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의 tv팟 앱을 카카오TV 앱으로 교체했고 방송 서비스와 카카오톡을 연동시키는 것이 가능해졌다. 카카오는 대도서관, 윰댕, 도티, 잠뜰, 밴쯔, 허팝, 김이브 등 유명 인터넷 방송 크리에이터들이 카카오TV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나름 많은 노력을 기울인 셈.

통합일 바로 다음날인 19일은 이전부터 tv팟과 제휴 관계에 있던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온라인으로 생방송을 진행하는 날이었다. 그러나 방송을 시작하기 2시간 전인 오후 12시부터 카카오TV의 서버가 다운됐다.

공교롭게도 이제 우리에게는 '파괴왕'으로 더 잘 알려진 주호민 작가가 이날 방송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관련기사] 웹툰 작가 주호민이 무도에 나오면 안 된다고 난리 난 이유

본래 방송 예정 시간을 2시간 넘긴 4시경에 방송이 재개되기는 했지만 카카오TV는 통합 출범을 하자마자 체면을 구긴 셈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통합된 앱을 하루 정도 사용해본 기존 사용자들로부터 비난이 빗발쳤다. 방송 접속이 안되는 문제는 기본이고 카카오 측에서 그렇게 자랑하던 신기능조차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리웹에 올라온 사용자들의 글을 보면 카카오톡과 연동되어 방송이 시작되면 카카오톡을 통해 알림을 보내는 기능이나 후원 쿠키(아프리카에서 별풍선과 같은 유료 아이템) 전달도 정상적으로 되지 않았다 한다.

분노를 나름 유머로 승화시키려고 한 노력도 엿보인다. 한 루리웹 유저는 '설명충' 스피드왜건을 카카오TV에 빗대 기존 tv팟 사용자로서 느끼는 카카오TV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사용자 리뷰들. 카카오TV 앱은 현재 평점 1.2 (5점 만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기존 사용자들을 경악하게 한 것은 기존 10년치의 tv팟 동영상들을 따로 이관 신청을 하지 않으면 모두 폐기시키겠다는 카카오의 방침. 이에 대한 허핑턴포스트의 질의에 대해 카카오 측은 다음 tv팟을 카카오TV로 통합시킴에 따라 기존 사용자의 약관 동의 문제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tv팟 이용자의 영상을 카카오TV에서도 서비스할 수 있으려면 기존 이용자들이 새로운 통합 카카오TV의 약관에 동의를 하고 이관 신청을 해야하는데 이를 하지 않은 영상은 불가피하게 삭제될 수밖에 없다는 것. 카카오 측은 올해 6월말까지는 기존의 tv팟 동영상을 유지시키면서 최대한 많은 사용자들이 이관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폰 등의 iOS 사용자들의 불만도 컸다. 18일 통합되면서 공개된 카카오TV 앱은 오직 안드로이드 버전만 있었던 것. 때문에 기존의 iOS용 tv팟을 쓰던 사용자들은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기가 어려웠다. 카카오 측은 "현재 iOS 버전도 개발이 완료돼 (앱스토어의) 심사를 받고 있는 중이며 iOS 사용자들은 일단 카카오TV 모바일웹을 사용하여 방송 시청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통합 카카오TV가 가장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카카오톡과의 연동이다. 방송 채널도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로 추가가 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아직까지 '플러스 친구'로 추가가 가능한 방송자들은 많지 않다. 때문에 기존 tv팟 사용자들의 불만도 크다. 카카오 측은 "현재 최소한의 검증을 통해서 플러스 친구 연동을 허가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거의 모든 사용자들에게 플러스 친구 연동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TV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깔아두고 있는 카카오톡이란 플랫폼을 좀 제대로 활용해 보려는 카카오의 최근의 시도다. 성공적으로 카카오톡과의 융합을 안착시키면 계속 위축되고 있는 카카오의 광고 부문 매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리 매끄럽지 못한 통합과 안정화 과정을 보면 카카오가 갈 길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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