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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5월 11일 10시 44분 KST

무관중으로 진행된 K리그 경기에서 어떻게 관중 소리가 들렸을까?

포항과 부산이 맞붙은 경기였다.

뉴스1
10일 오후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무관중 경기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 1 2020 포항스틸러스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에 앞서 구단 관계자들이 그라운드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거 무관중 경기 맞아?’

골이 들어가면 “와!”하는 함성이 터졌다. 상대 팀 공격 땐 “우∼”하는 야유가 가득 찼다. 웅성웅성 대는 관중 소리에 장내 아나운서 목소리가 어우러져 마치 관중과 함께 경기를 보는 듯했다. 티브이 중계 등으로 경기를 보는 팬들은 ‘무관중인데 왜 응원 소리가 들리느냐’고 의아해했다. 10일 오후 2시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부산 아이파크의 2020 K리그1 1라운드 경기는 ‘유관중인듯한’ 무관중 경기였다. 이날 포항 구단이 준비한 음향효과 덕이다.

포항은 이날 경기를 위해 응원가, 박수 소리, 함성, 야유, 탄식 등 10가지 음향효과를 준비했다. 구단 서포터에게 실제 응원 소리 녹음 파일을 받았고, 내부 연습경기에서 실험까지 거쳤다. 효과가 있었다. 팬들의 응원 함성이 비록 스피커를 거쳐 나왔지만 안방팀 선수들에겐 힘을 주고, 원정팀에겐 압박감을 주는 듯했다. 김기동(49) 포항 감독은 “실제 응원가나 함성과 100% 같다고 볼 순 없지만,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는 지난 시즌 막판 돌풍을 일으켰던 포항과 5시즌 만에 2부에서 승격한 부산의 맞대결로 팬들의 관심이 컸다. 양 팀은 빠른 공수전환을 보여주며 속도감 있는 경기를 선보였다. 경기는 포항의 2-0 승리. 1부리그의 벽이 높다는 것을 부산에 보여준 셈이었다.

뉴스1
10일 오후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무관중 경기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 1 2020 포항스틸러스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에서 포항 스틸러스 서포터즈 석에 팬들 대신 인형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건 ‘일류 공격수’ 일류첸코(30)였다. 일류첸코는 전반 25분 김용환(27)의 환상적인 크로스를 받아 머리로 멋지게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넣었다. 강하게 포항을 압박하던 부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포항은 기세를 몰아 후반 25분 일류첸코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팔로세비치가 침착하게 넣어 쐐기를 박았다. 일류첸코는 두 골에 모두 관여했을 뿐 아니라 수차례 위협적인 헤딩슛으로 부산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김기동 감독은 “일류첸코는 앞으로도 우리 팀 공격의 한 축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은 강호 포항을 맞아 이동준(23)·이상준(21) ‘준준 듀오’를 양 측면에 세워 물러섬 없이 맞섰지만 결국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탈장으로 수술한 뒤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공격수 이정협(29)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부산은 다음 경기에서 지난 시즌 챔피언 전북 현대를 만나는 등 리그 초반 힘든 상대와 대결하고 있다. 조덕제(55)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것 같다”라며 “앞으로 더 잘 준비해서 팀을 잘 끌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항 스틸야드는 밤새 내리던 비가 멎고 하늘이 맑게 갰다. 산들바람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기자석에서 바라본 경기장은 5월의 파란 하늘과 바람에 싱그러웠다. 참 ‘축구 보기 좋은 날’이었다. 단 하나, 팬들의 부재가 아쉬웠다. 음향효과는 경기장의 허전함을 채웠지만, 팬들의 빈자리를 완전히 메우진 못했다. 포항 스틸러스 응원석에 걸려있는 “보고 싶다 스틸러스! 가고 싶다 스틸야드!”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