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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운 남자'가 되기 위하여 근육 만들기에 힘쓰던 나는 사실 연약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아들에게 '건강한 남성성'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다. 근육은 힘이 아니고, 연약함은 약점이 아니라 진정한 힘의 근원이라고.

아내 에밀리와 저스틴 밸도니.
아내 에밀리와 저스틴 밸도니. ⓒPaul Archuleta via Getty Images

지난해 봄에 아내 에밀리와 나는 두 번째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들이었다. 여러 부모들이 그렇듯, 우리는 평생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인간의 행복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별 것 아니다) 순간 패닉을 느꼈다. 에밀리와 나, 멋진 2살짜리 딸 마이야는 임신에 따라오는 감정의 물결을 탔다. 기쁨, 기대, 불안함이 있었다.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기를 기대했고, 우리가 또 하나의 인간을 만들게 되었다는 완전한 경이감을 느꼈다.

기적 아닌가.

하지만 아내의 배가 불러오면서 내 안에서는 다른 감정이 커져갔다.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감정이었다. 내 아버지와 내 인생의 다른 남성들이 내게 준비시켜 준 적이 없는 감정이었다. 아마 남성들인 우리는 이런 감정을 느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되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두려움’이었다.

나는 자라며 아버지를 따라 했고,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따라 했다. 내 아들은 자라며 자연스럽게 나를 따라 할 것이다. 여기서 공포가 솟았다. 아들들은 원래 그런다. 나는 최악의 롤 모델이 아니다. 나는 나의 가족과 일에 헌신한다. 사랑을 보이고 어디서든 유용한 존재가 되려 한다. 나는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지만(아주 멀다고 확언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한다.

내 아들이 내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자라길 바랐지만, 나의 불안정함을 드러내는 모습도 보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 내게도 어두운 면이 있으니까.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만 보는 모습이다. 나는 이런 면을 드러내 빛을 받아들이려 한다. 이 글 역시 그러한 시도의 일부다.

토크쇼 '맨이너프' 장면 중 하나 
토크쇼 '맨이너프' 장면 중 하나  ⓒHARRYS

내 아들이 따라 하지 않길 바라는 것들이 많지만, 내가 헬스장에서 여러 시간 운동하고, 칼로리를 세고, 탄수화물 섭취를 주의하고, 내 모습을 스스로 비판하고, 가늘고 다친 다리와 비뚤어진 코 때문에 스스로를 비하하는 모습을 보며 내 아들이 자라날 거라 생각하니 이미 실패한 기분이 들었다. 아들은 아직 태어나기도 전이었는데 말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내가 나의 몸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걸 내 아들이 보리란 사실을 나는 안다. 그리고 아마 내 아들도 그것을 따라 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나는 내 아들이 나와 닮기를 전혀 원하지 않는다. 나보다 현명하고, 행복하고, 더 낫게 행동하길 바란다.

우리 문화에서 남성성은 ‘체격’과 ‘힘’을 의미한다는 걸 모두가 안다. ‘남자다운’ 남성들은 가슴이 딱 벌어지고, 식스팩이 있고, 피아트 자동차 정도는 들 수 있는 팔을 가지고 있다. ‘진짜 남자’는 자기 자신과 가족들을 위험에서 지킬 수 있다. 그리고 진짜 남자다운 남성은 실연, 실직, 아내의 몸속에서 자라고 있는 새 생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 차고에는 프리 웨이트, 요가 매트, 트레드밀, 에어 바이크 등이 가득하다. 크고, 강하고, 탄탄한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비들이다.

하지만 나는 운동을 하면서도, 거울에서 ‘남자다운 남자’를 보지는 못한다. 오래전부터 마르고 인기 없는 아이만을 보았다. 나는 학교에서 놀림받는 어색한 십대 아이를 보았고, 그 아이의 깊은 불안정함을 겉으로 보이는 자신감 아래 숨겼다.

나는 불안정한 이 아이를 내 마음 깊숙한 곳으로 쫓아버리기 위해 헬스장에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며 밤에 땀을 흘렸다. 하지만 그 아이는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근육량이 늘어나기 시작한 뒤로도, 그 아이는 거울에서 ‘그걸론 부족하다’고 말했다.

내 근육은 내 남성성의 표식이 아닌 이 아이를 가리기 위한, 어쩌면 심지어 ‘숨기기 위한 방패’였다. 텔레비전에서 가끔 셔츠를 벗는 것으로 돈을 받는 멋진 직업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지금도 거울을 보면 내가 결코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않을 말을 나 자신에게 할 때가 있다.

넌 게을러. 넌 약해. 넌 부족해. 넌 남자답지 못해.

내 불안정함을 만들어낸 문화적 조건이 비교적 새로운 현상이라는 것을 알고 나는 놀랐다. 나의 프로그램 ‘맨 이너프’의 최근화에서 나는 임상 심리학자 로베르토 올리바르디아 박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실베스터 스탤론과 같은 스타들이 인기를 얻은 1980년대 이전에는 남성들이 그리스 신화의 신처럼 보여야 한다는 요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전에 미국 문화에서 이상적인 남성의 모습은 말보로 맨, 터프하고 다부진 외톨이였다. 하지만 1980년대에 람보, 터미네이터, 셔츠를 벗은 근육질 남성들이 나오는 광고가 등장했다. 성형 수술을 받는 남성들이 급증했으며, 초 남성성이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 특히 일부 유명 운동선수들이나 접할 수 있었던 스테로이드가 퍼진 영향도 있었다.

청소년기의 남성들, 성인 남성들은 명확한 메시지를 접했다. 이제 모든 남성이 이런 몸을 가질 수 있으니, 모든 남성은 이런 몸을 가져야만 한다.

나는 거기에 완전히 빠졌다. 내 몸이 문화적 기준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청소년기의 나는 굉장히 불안정해졌다. 구할 수 있는 모든 피트니스 잡지를 구독했고, 부엌엔 최신 단백질 보충제가 가득했다. 이 제품들의 표지에는 엄청난 근육질 남성들이 있었고, 이런 모습이 되려면 이 제품을 사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Greg Doherty via Getty Images

몇 년이 흘렀다. 나는 배우, 남편, 아버지가 되었다. 미국을 돌아다니며 아이들과 정신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너의 꿈을 좇고, 자신감을 갖고, 일을 통해 남들에게 도움을 주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감이 내 외모가 아니라 내가 이런 외모를 얻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근면함 역시 남성성의 척도였기 때문이다.

바하이교를 믿으며 자란 나는 진정한 기쁨이 육체적이 아닌 정신적 세계에서 온다고 배웠다. 에밀리가 두 번째로 임신했을 때 나는 34세였다. 나는 육체가 아닌 정신에 집중할 때 가장 충만해진다는 것을 오랜 시간에 걸쳐 알게 되었지만, 깊은 정신적 활동을 하면서도 ‘남자답지 못하다’고 느끼는 시간이 있었다. 운동을 빼먹었거나 (근육량이 적어져서) 티셔츠가 평소보다 좀 헐렁해졌을 때 그랬다.  거기다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잔뜩 먹는 날들도 가끔 있었으니, 내 자존감은 추락하곤 했다.

내 정신적 원칙과 파괴적인 사고 패턴이 서로 상충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치유를 향한 첫걸음이었다. 문제 해결의 첫 단계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다음 단계에 와있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인데, 아마 평생 노력해야 할 일일 것 같다. 내가 경쟁하고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걸 내게 일깨워주는 생각과 습관을 가지려 한다. 상의를 벗은 수백만 명의 아도니스가 소셜 미디어에서 ‘좋아요’를 얻고 있다면 이건 특히 힘든 교훈이다.

다음 단계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었다. 무조건적인 사랑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 아내 에밀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에밀리는 참을성을 보여주고, 내 이야기에 진정 귀를 기울이고, 잘 안다는 눈빛만으로 나를 진정시켜준다. 우리 가족을 돌봐주고 무슨일이 있어도 우리를 사랑해준다. 나는 여기서 사랑이 어떤 모습인지, 어떤 느낌인지를 배웠다.

에밀리는 내 안의 슬픈, 깡마른 아이를 소개해줘도 괜찮다고 느끼게 해주었다. 소개해주자 에밀리는 그 아이 역시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주었다. 그녀 덕택에 수십 년 동안 내가 품었던 수치와 부끄러움이 녹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늘 약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실은 나의 가장 큰 힘 중 하나였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스스로에 대한 연민을 키우고, 내 고통의 핵심에는 ‘누가 나를 원해주길’, ‘받아들여 주길’, ‘사랑해주길’ 바라는 깊은 욕구가 있었다는 걸 깨달으며, 나는 타인에게도 같은 연민을 기를 수 있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충분히 훌륭하다’고 느끼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당신이 충분하다는 걸 말하려 한다.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당신, 그 자체로 훌륭하다.

맥스웰 롤랜드-새뮤얼 밸도니는 2017년 10월 18일에 태어났다. 아빠처럼 작은 발가락과 짙은 눈썹을 가진 이 아이는 완벽하다. 이 아이의 미소는 매일 나를 녹여버린다. 지금 그 자체로 충분히 훌륭한 아이다. 나는 지금도 아들에게 건강한 남성성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다. 근육은 힘이 아니고, 연약함은 약점이 아니라 진정한 힘의 근원이라고.

내 스스로도 그걸 계속 배우는 중이다. 망치는 순간도 생길 것이다. 스스로를 비판하고, 내가 배운 것을 잊기도 할 것이다. 물론 지금도 두렵다. 하지만 태어난 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맥스웰은, 충분히 훌륭한 맥스웰은 나 역시 충분하다는 걸 가르쳐주고 있다.

 

* 허프포스트US의 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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