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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시위 진압 군대 투입' 언급에 대한 트뤼도의 반응 : "........."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 허완
  • 입력 2020.06.03 11:41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타와, 캐나다. 2020년 6월2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타와, 캐나다. 2020년 6월2일. ⓒASSOCIATED PRESS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총리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나 행동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오셨는데요.” 2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나선 캐나다 공영방송 CBC의 톰 패리 기자가 운을 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향해 군대를 동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어제는 사진 촬영을 위해 최루가스로 시위대를 쫓아내기도 했습니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질문은 거기에서 끝난 게 아니었다.

″만약 이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그것(발언하지 않는 것)이 어떤 메시지를 보내게 될 거라고 보십니까?”

패리 기자가 정중하게, 그러나 예리하게 물었다. 

 

트뤼도 총리는 의도적인 긴 침묵으로 답했다.

정확히 21초 동안,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정면을 응시하기만 했다. 무슨 말을 꺼내려는 것처럼 두 차례 입을 열기는 했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방송사고처럼 보였던 긴 침묵 끝에, 트뤼도 총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모두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공포와 경악 속에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람들의 힘을 모을 때입니다.”

″하지만 들을 때이기도 합니다. 지난 몇 년, 수십년 동안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부당한 일들이 계속되고 있는지 알아가야 할 때입니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촉발된 시위는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시위 모습. 2020년 5월31일.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촉발된 시위는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시위 모습. 2020년 5월31일. ⓒASSOCIATED PRESS

 

트뤼도 총리는 미국의 상황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대신, 캐나다의 상황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캐나다인으로서, 우리에게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즉 흑인 캐나다인들과 다른 인종(비백인)의 캐나다인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는 현실을 인식할 때이기도 합니다.”

″캐나다에는 구조적인 (인종적) 차별이 존재합니다. 유색인종의 캐나다인이나 다른 인종의 캐나다인들을 다른 (백인) 사람들과 다르게 대하는 구조가 있다는 말입니다.”

″이걸 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건 다른 인종의 캐나다인들이 실제로 겪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정부가 행동을 취하는 것 뿐만 아니라, 모든 캐나다인들이 그걸 직시해야만 합니다.” 

밴쿠버, 캐나다. 2020년 5월31일.
밴쿠버, 캐나다. 2020년 5월31일.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그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T’자도 언급하지 않은 채 답변을 이어갔다.

″(인종적) 차별과의 싸움에서 우리는 서로의 동지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듣고, 배우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지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해왔습니다만, 여전히 해나가야 할 일이 많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분들을, 다른 인종의 캐나다인들이 매일 차별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CBC는 ”의도적으로 계획된, 잠시 말을 멈추는 것은 이런 상황에 대한 유례 없는 분노의 표현”일 수도 있다면서도 ”트뤼도 총리가 정말로 적절한 말을 찾아내느라 고심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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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캐나다 #조지 플로이드 #쥐스탱 트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