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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농단’ 수사 대하는 법원의 오만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같은 사안에 외교부 압수수색영장만 발부하고, 법원행정처는 기각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집 인근 놀이터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집 인근 놀이터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겨레

검찰의 ‘사법 농단’ 수사를 대하는 법원의 오만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수사 방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청구한 법원행정처 압수수색영장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이 “일개 (행정처)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대로 대법관이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한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재판 거래’ 의혹 등이 담긴 행정처 문건 모두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법원이 ‘사법 농단’ 사건에 대한 ‘예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국회에서 논의 중인 별도의 ‘특별재판부’ 구성도 힘을 얻고 있다.

‘사법 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기획조정실과 동북아국 등을 압수수색했다. 외교부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소송의 무력화 등을 요청하고, 대신 법관의 해외파견 편의 등을 봐준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와 외교부가 ‘공직 권한’을 거래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전날 외교부뿐 아니라 ‘카운터파트’인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의 압수수색 영장도 함께 청구했다. 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소송을 ‘각하’ 또는 ‘기각’해야 한다는 문건과 강제징용 관련 ‘재판 거래’로 의심되는 문건을 작성한 전·현직 판사 4명의 압수수색 영장도 청구했다. 하지만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및 판사 관련 영장은 모두 기각하고 외교부 압수수색만 허락했다. 이 부장판사는 영장 기각 이유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압수수색 대상을) 임의제출할 가능성이 있다. 또 문건 내용은 부적절하지만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대한민국 대법관이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고 검찰이 전했다. 법원 내부에선 이렇게 이례적인 영장 기각과 사유에 대해 ‘이중 잣대’, ‘안방 지키기’라는 비판과 함께 “특별재판부 도입 필요성을 법원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 공언한 ‘대법원 판결의 순수성’을 전제로, 수사 초기부터 ‘재판 거래는 없었다’고 단정하고 나선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도 “제 식구를 보호하려는 뒤틀린 의지로 읽힌다”고 했다.

실제 검찰은 지난달부터 4차례에 걸쳐 22곳의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발부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외교부 2곳에 그쳤다.

서울중앙지법은 “영장 발부 요건에 흠결이 있어서 기각한 것일 뿐 법원 구성원이라고 해서 예외적으로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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