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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22일 11시 40분 KST

'사법농단 의혹' 서열 1, 2위 수뇌부 압수수색영장은 왜 모두 기각됐을까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 결정이다.

한겨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집 인근 공원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관계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자택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임 전 차장의 ‘윗선’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서 줄줄이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21일 오전부터 서울 서초구 임 전 차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임 전 차장에게는 직권남용, 업무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가 적용됐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박 전 처장 등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최종 책임을 규명할 ‘윗선’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주거지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하는데, 그 정도로 혐의가 소명되지는 않았다”는 이유를 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 등의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디가우싱(자성을 통한 영구삭제)된 만큼, 사무실 등지 압수수색을 통한 자료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은 모두 퇴임 시기 컴퓨터를 백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아울러 법원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현 판사)과 김민수 전 기획조정실 제1심의관(현 판사)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상임위원은 박 전 처장 등 지시로 국제인권법연구회에 직접 축소 압력을 넣은 당사자다. 김 전 심의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공작은 물론, 동료 법관 뒷조사 문건 작성에 깊숙이 연루된 인물이다. 각종 재판 거래 문건을 다수 생산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2월 인사 발령 당일 새벽에 2만4500여개 파일을 전부 삭제한 당사자다. 이미 공용서류손상 및 증거 인멸 등 정황이 짙은데도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것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법원이 이번 사태의 책임선을, 대법원 자체조사단 발표 범위 이내로 한정짓고 엄격한 기준을 들이댄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임 전 차장은 지난해 3월 법원행정처 근무를 마치고 퇴직할 때 백업 파일을 만들어 챙겨 나왔다고 인정하면서도, “지난 5월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형사처벌 사안은 아니다’고 발표한 뒤 백업 파일과 업무 수첩을 폐기했다”고 검찰에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