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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 인터뷰] '존봉준'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노후 대비를 위해 주식을 사야 한다고 말한다

"빅맥 먹을 돈으로 맥도날드 주식을 사자"

  • 서정윤
  • 입력 2020.07.31 13:41
  • 수정 2020.07.31 16:04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주식에 투자하기 전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주식에 투자하기 전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idsada Manchinda via Getty Images

최근 주식 투자로 2000만원을 잃었다. 차트와 뉴스를 볼 때까지만 해도 주가가 오를 것 같았다. 딱 10%만 먹고 빠지자는 생각으로 바이오 종목을 샀는데, 기가 막히게도 사자마자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물린’ 건 한순간이었다. 5000만원이 3000만원이 되는 기적을 보며 앞으로는 주식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메리츠자산운용 존 리(한국이름 이정복) 대표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나의 주식 ‘떡락’ 경험담을 들은 이 대표는 ”처음에 너무 큰 돈을 벌면 오히려 해가 된다”며 ”좋은 경험을 한 것”이라고 위로했다.

내 투자 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이 대표는 ”한 종목에만 ‘몰빵’하는 정말 위험한 생각”이라며 ”주식에 투자하기 전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그냥 올라가는 주식이라고 해서 막 사면 돈을 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주식 시장은 이 대표를 빼놓고 말하기 어렵다. 1991년 KPMG 회계사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 대표는 라자드자산운용과 도이치투신운용을 거쳐 2014년부터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를 맡고 있다. 35살 때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는 이제 동학개미운동의 의병장 ‘존봉준(1894년 동학농민운동을 일으킨 전봉준을 패러디한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메리츠자산운용

 

″월급의 10%를 햄버거나 커피에 쓰는 게 말이 되나요?”

누구나 큰돈을 원한다. 돈을 많이 모으고, 많이 벌고 싶어 한다. 이 대표는 돈을 벌려면 생활습관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건을 사는 게 ‘빚’에 투자하는 거라면 주식을 사는 건 ‘미래’에 투자하는 거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커피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월급이 300만원이라고 가정해봅시다. 보통 직장인들은 아침에 커피 한 잔, 점심에 또 한 잔 마시잖아요? 그러면 1만원이에요. 한 달이면 30만원, 월급의 10%를 커피 마시는 데 쓰는 셈이죠. 왜 그 많은 돈을 커피 마시는 데 투자하나요?”

이 대표는 돈을 벌고 싶다면 커피를 사는 대신 스타벅스 주식을 사고, 빅맥을 먹는 대신 맥도날드 주식을 사야 한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현재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욜로’(YOLO)에도 부정적이다. 그는 ”젊었을 때 돈을 다 써버리면 노후에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이런 소비 습관은 본인이 금수저가 아니어서 부자가 될 수 없다고 단정하고 미리 포기해버릴 때 생겨요. 하지만 월급이 적어도 부자가 될 수 있어요. 금융을 잘 알고 소비 습관을 바꾸면 충분히 부자가 될 수 있어요. 미리 포기하지 말자는 얘기예요.”

이 대표도 생활습관을 변화시키는 게 쉽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어려운 일이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산이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일 것”이라며 ”살다 보면 ‘언제 내가 부자가 됐지?’ 싶은 순간이 분명히 온다”고 강조했다. 

 

사회초년생은 ‘연금저축펀드’부터 시작하라

그래, 소비보다 투자를 해야 한다는 건 알겠다. 그럼 나같은 사회초년생은 어디에 투자하란 말인가? 이 대표가 사회초년생에게 가장 추천하는 상품은 연금저축펀드다. 

연금저축펀드: 개인연금의 한 종류로 연간 180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5년 이상 금액을 적립하면 만 55세 이후 10년 이상 분할해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연금저축펀드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며 “1년에 400만원을 넣으면 60만원을 돌려주는 좋은 제도”라고 설명했다. 

연금저축펀드는 400만원 한도 내에서 13.2% 세액공제를 해주는 강력한 혜택을 자랑한다. 종합소득액이 400만원 이하인 경우, 근로소득만 있는데 연간 총 급여액이 55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세액공제율이 최대 16.5%까지 올라간다. 

이 대표는 그 다음으로는 퇴직연금의 종류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퇴직연금이 DB형인지, DC형인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며 ”어떤 퇴직연금인지 스스로가 꼭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DB형(확정급여형)은 회사가 퇴직금을 연 1회 이상 회사 소유의 별도 계좌에 적립하고 연 근로자의 퇴직 시 일시불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급여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지급한다. DC형(확정기여형)은 회사가 주기적으로 퇴직금을 근로자 계좌에 적립하는 방식이다. 근로자가 직접 퇴직금을 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다.

이 대표는 ”사회초년생은 우선 세액공제가 많이 되는 연금저축펀드를 만드는 것부터 재테크를 시작해야 한다”며 ”주식은 그 다음 일”이라고 설명했다.  

존 리 대표의 주식 투자 철학은 '바이 앤 홀드'다. 
존 리 대표의 주식 투자 철학은 '바이 앤 홀드'다.  ⓒWitthaya Prasongsin via Getty Images

 

주식 잘하는 법은 ‘안 팔고 버티기= 바이 앤 홀드’  

‘개미(개인투자자)‘의 대부분은 돈을 잃는다는 곳이 주식판이다. 과연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긴 한 걸까? 이 대표에 따르면 ‘있다!’ 비법이 뭐냐고? ‘바이 앤 홀드’다. 

‘바이 앤 홀드‘는 말 그대로 ‘사고 기다리는’ 전략이다. 주식을 매수한 뒤 목표 주가가 될 때까지 매도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는 것이다. 주가가 목표치만큼 상승하면, 그때야 주식을 매도한다. 이른바 ‘존버(계속 버티기)’다.  

이 대표는 ”주식을 노후대비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60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심각한 수준이에요. 빈곤에서 탈피하려면 안전하고 튼튼한 섹터의 주식을 미리 매수해두고 기다리는 게 필요해요.” 이 대표는 주식 투자와 거래를 헷갈려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주식 투자(investment)는 주식 거래(trading) 를 의미하는 게 절대로 아니에요. 투자와 거래를 잘 구분해야 합니다. 매일 차트를 보고 주식을 사고 파는 건 제 철학과는 맞지 않아요. 말 그대로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지켜봐야죠. 이 주식은 10년 갖고 있으면 좋겠구나, 이건 5년 갖고 있으면 좋겠구나 등 꼼꼼하게 생각하고 주식 투자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실제로 이 대표는 1990년대 초반 SK텔레콤 주식을 주당 3만원에 사서 10년 뒤 440만원에 팔았다. 

주의할 점도 있다. 이 대표는 두 가지를 강조했다. ”주위 사람들 말에 흔들리면 안 됩니다. 빚내서 주식하는 것도 안 됩니다.” 

좋은 종목을 알아보는 방법은 뭘까. 이 대표는 주변에 익숙한 것들을 눈여겨 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많이 오르긴 했지만 카카오나 게임 관련주가 대표적인 예”라며 ”일상에서 자주 접하고 눈게 띄는 것들을 주식으로 확장시켜 보는 연습을 하다 보면 튼튼하고 좋은 종목을 찾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형태의 자산 중 주식이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이 대표는 말했다. ″부자가 되려면 돈이 돈을 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월급만으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어요. 월급 인상률은 그렇게 높지 않으니까요. 주식을 사면 내가 돈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돼요. 기업은 끊임없이 이윤창출을 하니까요. 결국 기업은 내 자산 가치를 높여주기 위해 일하게 되는 거예요. ”

 

주식하면 망한다는 건 편견 ”더 많은 금융 공부가 필요해요”

이 대표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금융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매일 경제적 결정을 한다”며 ”돈을 버는 것, 소비하는 것, 투자하는 것 하나하나가 모두 경제적 결정이다. 금융에 대한 교육이 없다면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고 그건 곧 부실한 노후준비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을 투자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데, 주식을 하면 망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돌아보니 한국에는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등의 지식을 알려주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고요.”

이 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금융 정보를 알리려고 작년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회사 대표가 직접 영상에 출연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사회에 금융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직접 유튜브를 시작했다”며 ”어떤 분은 돈 문제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는데, 유튜브 영상을 보고 생각을 바꾸셨다고 하더라. 하루에도 수백 개의 연락이 온다. 엄청난 변화”라고 말했다. 

앞으로 이 대표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경제·금융 강연을 이어갈 생각이다. 강연을 위해 ‘경제독립’이라는 이름의 차도 마련했다. 이 대표는 ”아이들, 청소년, 대학생, 군인 등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금융 정보를 알리기 위해 강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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