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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낙선운동 벌이는 공화당원들이 민주당 바이든에게 진짜로 원하는 것

몇몇 공화당 단체들은 트럼프의 낙선을 위해 민주당 바이든을 지원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공화당원들은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의 당선을 지원하기 위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공화당원들은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의 당선을 지원하기 위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규모는 작지만 목소리 큰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를 지원해왔다. 선거가 점점 가까워오면서 이들의 선거운동도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자 민주당 안팎에서는 그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뭐냐는 의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분명히 말해두고 싶다.” 플로리다의 공화당 컨설턴트 릭 윌슨이 운을 뗐다. ”정책적 목표 같은 건 없다. 바이든 정부가 어떤 사람을 임명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트럼프가 떨어지기를 바란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좋은 자리만 하나 주면 된다.” 그가 덧붙였다. ”그거면 된다.”

윌슨은 공화당 ‘네버 트럼프(Never Trump, 트럼프는 절대 안 된다)’ 진영의 슈퍼팩(PAC, 정치자금 기부단체)인 ‘링컨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출범시켰다. 링컨프로젝트가 만든 ‘트럼프 저격’ 영상들은 소셜미디어에서 매우 큰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트럼프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견고한 우세를 이어가고 있는 지금, 윌슨은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자신이 뭘 원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의 승리, 그리고 트럼프에 부역한 공화당 인사들의 패배는 자신이 지지하는 공화당 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좋은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윌슨과 함께 링컨프로젝트를 출범시킨 (백악관 고문 켈리앤 콘웨이의 남편으로 더 유명한) 조지 콘웨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딱 세 단어로 설명했다.

″트럼프. 퇴장. 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브리핑을 마친 뒤 브리핑룸을 빠져나오고 있다. 2020년 8월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브리핑을 마친 뒤 브리핑룸을 빠져나오고 있다. 2020년 8월12일. ⓒASSOCIATED PRESS

 

링컨프로젝트가 슈퍼팩인 탓에 바이든이나 바이든 캠프와 직접 연계해 활동을 벌이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트럼프에 반대하는 다른 팩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은 허용되며,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바이든을 지지하는 ‘유나이트 더 컨트리(Unite the Country)’ 슈퍼팩에 몸 담고 있으며 오랫동안 민주당 컨설턴트로 활동해왔던 스티브 샬레는 대통령선거와 전략에 대해 윌슨과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에 대해 얘기하기도 하고, 광고 테스트 결과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리고 물론 릭 (윌슨)과 나는 플로리다 쪽에서 친분도 있다.” 2008년과 2012년에 플로리다주에서 버락 오바마의 선거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샬레의 말이다. ”그쪽 (공화당) 사람들과 (트럼프 낙선운동 전략을)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트럼프 낙선운동에 나서는 공화당 단체는 링컨프로젝트 말고도 더 있다. 공화당 정부에서 일했던 정부 당국자들이 결성한 단체만 해도 두 곳이며,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줬으나 돌아선 사람들의 1인칭 증언 영상을 공유해온 단체 ‘트럼프에 반대하는 공화당원들’도 있다.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꼬집는 ‘링컨프로젝트’의 선거광고 영상

 

상대 진영에 대한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민주당의 슈퍼팩 ‘아메리칸 브릿지 21세기’는 트럼프에게서 이탈한 공화당 지지자들을 공략하는 일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이들은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주에서 2012년에 버락 오바마를 찍었으나 2016년에는 트럼프로 돌아선 유권자들을 찾아내고 설득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 유권자들의 절반, 그 이상을 우리 쪽으로 끌어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트럼프와의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선거인단 (숫자)에서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이 슈퍼팩의 부회장 쉬리팔 샤의 말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라디오, TV, 온라인 광고에 돈을 투입하기 전에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건강보험과 경제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는 자연스레 코로나바이러스로 초점을 옮겼다. 이들이 공개하는 선거광고 영상에 나오는 거의 모든 유권자들은 2016년에 트럼프를 지지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년 8월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년 8월12일. ⓒASSOCIATED PRESS

 

바이든 캠프 측도 자신들이 공화당원들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 캠프가 지난 6일 플로리다주에서 개최한 히스패닉 유권자 관련 원격 행사에는 공화당 평론가이자 트럼프를 비판해왔던 아나 나바로가 자리를 함께했다. 오하이오 주지사를 지낸 공화당의 존 케이식은 다음주에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사로 참석할 예정이다.

그리고 10일,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다음주 전당대회에서 적어도 두 명의 공화당 지지자들이 연설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가족 농장에 끼친 영향을 보고는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갈아타기로 결심했다는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농부, 평생 공화당을 지지했지만 ‘오바마케어’의 혜택을 경험하고는 바이든을 지지하기로 했다는 애리조나주의 한 시민이 바로 그들이다.

바이든의 한 측근은 더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공식적인 전략을 마련해 곧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이 백악관에 도착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2020년 8월9일.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이 백악관에 도착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2020년 8월9일. ⓒSamuel Corum via Getty Images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민주당의 진보 세력은 케이식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자로 나서게 됐다는 소식에 반발했다. 주지사 시절 반(反)노조, 임신중절(낙태) 반대 정책들을 시행했던 전력이 있는 인물에게 민주당 전당대회 발언 기회를 주는 게 과연 온당하냐는 얘기다. 공화당의 ‘네버 트럼프’ 진영이 실제로 표를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실체가 있는 조직인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공화당의 ‘네버 트럼프’ 인사들이 어떤 활동을 벌일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반대 캠페인을 위해 구축한 플랫폼을 바이든 공격에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그러나 링컨프로젝트의 공동 설립자인 존 위버는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에게는 트럼프가 (공화당의) 부역자들의 도움으로 늘어놓은 쓰레기들을 치워야 할 임무가 있다.” 그가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그 작업이 미뤄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 허프포스트US의 What Do ‘Never Trump’ Republicans Want From Joe Biden?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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