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11월 09일 18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1월 09일 18시 17분 KST

'넥스트 트럼프' 등장을 막기 위한 바이든과 민주당의 과제 : 경제 불평등 해소

경제 불평등을 해결하지 않고, 충돌을 회피해서는 미국을 '치유'할 수 없다.

BRENDAN SMIALOWSKI via Getty Images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운동 내내 자신이 트럼프 정부의 분열을 끝내고 미국을 "치유"할 적임자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이 전략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적어도 결과는 분명해 보인다. 온 나라가 초조하게 개표를 지켜보던 며칠이 지난 뒤, 조 바이든이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했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이 승리는 안도감을 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품위를 겨냥해 벌이고 있는 파멸적인 시도는 끝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되든, 암울할 것이라고 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지만, 적어도 이 무정부주의자는 더 이상 행정부의 권력을 쥐고 있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를 쫓아내는 것만으로는 미국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 그 문제들이 더 심각해질지도 모른다. 바이든은 통제되지 않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신음하는 경제를 떠안은 채 백악관에 입성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 때 지독한 당파주의라고 한탄의 대상이 됐던 것들은 지금 종종 살의를 일으키기까지 하는 문화적 적대감으로 전이됐다.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서로를 그냥 싫어하는 게 아니라 서로 상종도 하지 않는 것에서 적극적인 기쁨을 찾는 그런 나라를 후임자에게 넘겼다.

이것 만은 분명히 해두자.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선거 결과는 민주당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지금 살아있는 정치인들 중 올해 바이든보다 정치적으로 유리한 환경에 있었던 사람은 없다. 트럼프의 재앙적인 코로나19 대응은 23만8000명 넘는 미국인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제는 엉망이다. 매주 75만명 넘는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보다 300만표나 덜 받았고 임기 동안 지지율이 45%를 넘은 적이 없었던 트럼프는 여전히 인기가 없다. 이번 선거에서 최대 10석의 상원 의석을 늘릴 수 있었던 민주당은 이제 개표가 모두 끝난 뒤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정말 운이 좋았다’고 여겨야 할 처지다. 민주당은 하원에서도 의석을 잃었다.

그러나 이런 엇갈린 결과를 현재 상태(status quo)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건 실수가 될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보여준 건, 자신들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인물을 찾는 유권자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대신 정치인의 생애에 초점을 맞춘 선거운동의 위험성이다. 유권자들은 도널드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바이든에게서 자신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가 이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실제로 무엇을 할 것인지 답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ANGELA WEISS via Getty Images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운동에서 중요하게 내세웠던 약속은 크게 두 가지였다. 미국을 '치유'하겠다는 것, 그리고 코로나19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사진은 2020년 10월23일,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바이든 후보의 모습. 

 

바이든은 거대한 정책 구상이 아니라 대선에서 트럼프를 꺾을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는 반복적인 주장에 힘입어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했다. 대선에서 그가 진지하게 제시한 약속은 딱 두 가지였는데, 그건 이 나라를 ”치유”하겠다는 것과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과학자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었다. 그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대체로 언급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다.

바이든의 선거운동 홈페이지 한켠에 정책이 올라와 있고, 토론에서 가끔 그것들이 논의되기는 했다. 그러나 바이든과 민주당이 핵심으로 삼았던 메시지는 ‘트럼프가 대통령직에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그 하나가 전부였다.

″품성이 투표용지에 올라와 있습니다.” 바이든이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말했다. 연민이 올라와 있습니다. 품위, 과학, 민주주의. 그 모든 것들이 투표용지에 올라와 있습니다. 한 국가로서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무엇을 대표하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우리가 무엇이 되고자 하는지. 그 모든 게 투표용지에 올라와 있습니다.”

바이든은 명확한 공약보다는 품성을 내세워 선거운동을 벌임으로써 트럼프를 못 견뎌하는 모든 사람들을 서로를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하나로 엮어낼 수 있기를 기대했다. 바이든의 깃발 아래 조지 W. 부시 정부 출신의 고문 옹호자들, 버니 샌더스 캠프의 젊은 사회주의자들,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에 기겁한 나이든 공화당원들, 자유무역과 균형재정의 시대를 되살려보려는 클린턴 정부의 옛 인사들이 모두 모였다. 이 연합을 꿰어 엮어준 단 하나의 공통 목표는 도널드 트럼프를 무찌르는 것이었고, 이제 그 목표는 완수됐다. 이제 이들 중 상당수는 정치적으로 격렬했던 한 시즌에서 그저 탈출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바이든이 갈등을 회피함으로써 국가를 치유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 그의 상대방인 공화당은 지금 핵심 원칙으로서의 민주주의 그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데다가 미국인들이 겪고 있는 두려움과 좌절을 해소해보려는 바이든의 시도를 힘 닿는 데까지 저지하려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와 경기 침체를 끝내자는 새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조차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행동, 정부와 고장난 경제 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달성될 수 없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워싱턴에서 그냥 사이좋게 잘 지내기로 한다면, 민주당은 이 나라 전체를 위한 문제 해결을 포기해야만 할지 모른다.

Brian Snyder / Reuters
텅 비어있는 한 식당의 TV에서 바이든 후보의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밀워키, 위스콘신주. 2020년 8월20일.

 

미국의 경제적 문제는 지금도 심각하지만, 곧 더 나빠질 예정이다. 코로나19의 피해를 경감시켜주고자 도입된 정부의 지원책들 중 상당수는 시한이 있고 이제 그 종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주택대출을 연체한 이들이 집에서 쫓겨나지 못하도록 해줬던 연방정부의 강제퇴거 모라토리엄 조치는 12월31일에 만료된다. 요금을 내지 못한 가정들에도 난방과 수도, 전기 공급을 계속할 것을 강제했던 여러 주 정부들의 보호조치도 종료될 예정이다. 레임덕을 맞이한 트럼프와 의회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연방정부부터가 12월11일에 셧다운에 돌입하게 된다. 코로나19로 휴가와 여행이 감소했고, 추운 날씨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었으며, 선거 전에 지원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탓에 미국 전역의 수많은 가정들은 쪼들리고 있다. 약 1600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주 및 지역 정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치명적인 세금수입 감소 때문에 새해에 공무원 수백만명을 해고해야 할 상황이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대한 불행하지만 자명한 말이 있는데, 그건 미국인들의 삶에 중요한 문제일수록 워싱턴의 정치인들은 생각을 덜 한다는 것이다. 여러 겹의 위기가 다가오는 지금, 바이든은 양복을 빼입은 파워 브로커들로부터 일단 작은 ‘승리(성과)’를 달성한 뒤에 다음 재앙이 닥칠 때까지 일단 문제들을 덮어두고 가자는 엄청난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경험은 그와 같은 전략의 결함들을 잘 보여준다. 오바마는 셧다운 데드라인의 위기에 처할 때면 종종 ‘최악’을 막는 데 성공하고는 했고, 대중들은 (몇 번의 잘 알려진 사례를 제외하고는) 정부가 겪고 있는 난장판 같은 문제가 무엇이든 대개 공화당을 탓했다. 그러나 이런 ‘승리‘들이 남긴 건 전무했다. 그 ‘승리’들은 경제적 불평등이 급증하는 것을 막아내지 못했고, 그것의 정치적 귀결인 권위주의 부흥과 정치적 무관심 증가도 막지 못했다.

오바마가 저지른 실수 중에는 전략적인 것도 있다. 그는 공화당은 그럴 생각이 없는데도 공화당이 협상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믿었고, 지나치게 관대한 타협안을 내밀었으며,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하게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에 필요했던 범위보다 턱없이 부족한 지원책에 합의했다. 오바마 팀의 가장 유명한 격언들 ― ‘멍청한 X은 하지 말라(don’t do stupid shit)‘, ‘어려운 건 어려운 거다(hard things are hard)‘, ‘계획이 무계획을 이긴다(plan beats no plan)’ ―은 실수를 피하고 그 한계를 인정하는 일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건 세상을 바꾸자는 그런 얘기가 아니었다.

허약한 승리는 바이든에게 세상을 바꿀 것이냐는 선택지를 남겨두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상원 과반의석이 없다면 유의미한 정책을 실행하는 건 적어도 (다음 중간선거가 있는) 2년 후까지 기다려야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바이든에게 권력이 주어진다면 그는 경제 문제에 있어서 최대한 신속하게 대담한 액션에 나서야 한다.

Brendan McDermid / Reuters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이 산별노조 UFCW를 방문한 자리에서 회견을 열어 코로나19와 경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그랜드래피즈, 미시간주. 2020년 10월2일.

 

민주당 지도부가 시급성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는 거의 없다.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나왔던 가장 인기 있는 주제는 모호하게 규정될 뿐인 ”정상적인” 정치로 마침내 돌아갈 수 있게 되는 일에 관한 것이었다. ”지금은 정상적인 시기가 아니다”라고, 오아히오 전 주지사이자 공화당원인 존 케이식은 말했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 이념의 반대편에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같은 의견을 표했다. 오바마는 ”이건 정상적인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그러자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카말라 해리스는 미국이 다른 여러가지 것들과 함께 ”정상성의 상실”을 ”비통해하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배우 줄리아 루이드라이퍼스는 바이든이 ”백악관에 존엄과 정상성을 복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모든 인구집단이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이슈는 정상성이 아니라 경제였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경제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다. 경제는 월급과 공과금이기도 하지만 공정성과 불평등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누군가 경제에 불만이 있다고 말할 때, 거의 모든 경우에서 그건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얘기와도 같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민간 권력자들에게 경제 권력이 점점 더 집중되는 사회 체제에 대한 불만을 토해내는 사람들도 많다. 사회적 노동의 결실 중 너무 큰 덩어리가 무책임한 엘리트들에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4년 뒤에도 유권자들은 경제를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만약 그 때도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백악관의 민주당 현직 재임자는 그 책임을 추궁당할 것이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등장할 인물은 트럼프처럼 무능하지는 않으면서도 트럼프 최악의 정책들 중 상당수를 그대로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과 민주당이 ‘넥스트 트럼프주의 선동가’의 부상을 저지하려면 트럼프라는 현상을 만들어내고 유지시킨 구조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선거운동 막판에 바이든은 자신이 이끌게 될 정부를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유산에 빗대어 설명했다. 루스벨트는 대공황이라는 위기의 시절에 취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상징하는 ‘뉴딜’ 정책을 통해 미국 정부의 성격 자체를 완전히 뜯어고침으로서 위기를 돌파한 지도자였다. 실수도 있었지만 그는 대선후보로 나섰던 1932년, 현상유지로는 미국 민주주의의 종말이 닥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는 정부에 새로운 에너지와 야망을 불어넣었다. 권위주의가 지배하는 21세기라는 미래가 오지 않게 하려면, 바이든도 그렇게 해야만 할 것이다.

미국은 그의 실패를 감당할 여유가 없다. 

 

 * 허프포스트US의 Joe Biden Ran On Character. That’s Not Going To Fix What’s Broken With America.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