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결과는 분명해 보인다. 온 나라가 초조하게 개표를 지켜보던 며칠이 지난 뒤, 조 바이든이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했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이 승리는 안도감을 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품위를 겨냥해 벌이고 있는 파멸적인 시도는 끝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되든, 암울할 것이라고 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지만, 적어도 이 무정부주의자는 더 이상 행정부의 권력을 쥐고 있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를 쫓아내는 것만으로는 미국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 그 문제들이 더 심각해질지도 모른다. 바이든은 통제되지 않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신음하는 경제를 떠안은 채 백악관에 입성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 때 지독한 당파주의라고 한탄의 대상이 됐던 것들은 지금 종종 살의를 일으키기까지 하는 문화적 적대감으로 전이됐다.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서로를 그냥 싫어하는 게 아니라 서로 상종도 하지 않는 것에서 적극적인 기쁨을 찾는 그런 나라를 후임자에게 넘겼다.
이것 만은 분명히 해두자.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선거 결과는 민주당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지금 살아있는 정치인들 중 올해 바이든보다 정치적으로 유리한 환경에 있었던 사람은 없다. 트럼프의 재앙적인 코로나19 대응은 23만8000명 넘는 미국인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제는 엉망이다. 매주 75만명 넘는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보다 300만표나 덜 받았고 임기 동안 지지율이 45%를 넘은 적이 없었던 트럼프는 여전히 인기가 없다. 이번 선거에서 최대 10석의 상원 의석을 늘릴 수 있었던 민주당은 이제 개표가 모두 끝난 뒤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정말 운이 좋았다’고 여겨야 할 처지다. 민주당은 하원에서도 의석을 잃었다.
그러나 이런 엇갈린 결과를 현재 상태(status quo)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건 실수가 될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보여준 건, 자신들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인물을 찾는 유권자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대신 정치인의 생애에 초점을 맞춘 선거운동의 위험성이다. 유권자들은 도널드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바이든에게서 자신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가 이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실제로 무엇을 할 것인지 답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