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10월 16일 10시 21분 KST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는 믿을 수 있을까?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때와는 다르다.

ASSOCIATED PRESS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이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전국 여론조사에서 줄곧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공화당)에게 앞서가고 있는 바이든은 최근 트럼프의 지지층이자 코로나19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고령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펨브룩파인즈, 플로리다주. 2020년 10월13일.

14일로 미국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절대 다수의 여론조사는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 바이든은 전국은 물론 주요 경합주들에서도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난달 29일 첫 대선 후보 토론과 이달 초 트럼프의 코로나19 감염 사태를 겪으며 더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은 여전하다. ‘2016년 대선 예측에 실패한 여론조사를, 이번에는 믿을 수 있냐’는 질문이다.

 

‘바이든 당선 유력’ 예측과 2016년의 악몽

미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집계 평균치로, 14일 현재 바이든은 전국 여론조사에서 51.6%로, 트럼프(41.6%)를 10%포인트 앞서고 있다. 바이든은 대선 승패를 가를 6개 주요 경합주에서도 앞선다. 선거인단 29명으로 전체 50개 주 가운데 세 번째 규모인 플로리다에서 3.7%포인트 앞서는 것을 비롯해,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명) 7.0%포인트, 미시간(16명) 7.0%포인트, 노스캐롤라이나(15명) 3.2%포인트, 애리조나(11명) 2.7%포인트, 위스콘신(10명) 6.3%포인트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여론조사들에 바탕해, 선거분석 웹사이트인 ‘파이프서티에잇’(538)은 이날 현재 바이든이 승리할 확률을 87%(트럼프 13%)로 잡았다. ‘새버토 크리스털볼’은 대통령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바이든이 과반(270명)을 훌쩍 넘는 290명을 확보했다고 분류했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 아니다. 4년 전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은 전국 및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 우위를 달렸다. 당시 파이브서티에잇은 클린턴 승률을 한때 88.1%까지 잡았고, <뉴욕 타임스>도 대선 닷새 전 클린턴 승리 가능성을 85%로 예측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트럼프는 전국 득표에서는 클린턴에게 2.1%포인트 지고도, 경합주들에서 근소하게 이겨 대선 승리의 잣대인 선거인단을 306명 확보해 이겼다.

여론조사 기관들이 대선 승패 예측에 실패한 것은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의 핵심 3개주에서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시 대선 2~14일 사이 여론조사 평균치(리얼클리어폴리틱스)로 위스콘신에서 클린턴이 6.5%포인트 앞섰지만 실제 결과는 트럼프 0.7%포인트 승리였다. 미시간에서는 클린턴이 여론조사에서 3.4%포인트 앞서다가 대선에서 0.3%포인트 뒤졌고, 펜실베이니아에서는 1.9%포인트 우위가 0.7%포인트 열세로 뒤집어졌다.

한겨레
미국 대선 주요 경합주 여론조사와 실제 대선 결과

 

여론조사에 학력·지역 등 보정

2016년의 대실패를 겪은 뒤 여론조사 기관들은 조사방식을 보완했다. 가장 큰 것은 응답자의 학력 변수에 가중치를 더 주는 것이다. 파이브서티에잇은 13일 여론조사 전문가 15명의 의견을 토대로 “여론조사 업계의 진짜 문제는 대학 교육을 거의 또는 전혀 안 받은 유권자들을 과소표시한 것”이라고 짚었다. 일반적으로 고학력층은 민주당, 저학력층은 공화당 지지도가 높다. 2016년 트럼프의 포퓰리즘에 매료된 저학력층이 투표장으로 대거 나갔는데, 여론조사에서는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자성이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기관들은 조사 때 저학력층 응답자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공화당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백인과 시골 거주자의 비중을 확보하는 데에도 신경 쓰고 있다. <엔비시>(NBC)-<월스트리트 저널>의 여론조사를 수행하는 하트리서치의 제프 호르윗 수석 부회장은 도시·근교·시골 지역 응답자 구성에 가중치를 둔다면서 “이렇게 해야 시골 지역 미국인을 온전하게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여론조사 기관들은 디지털 방식의 무작위 전화걸기보다는 등록 유권자 명부에서 샘플을 추출하고 있다. 이는 공화당, 민주당, 무당파를 골고루 섞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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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이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포트로더데일, 플로리다주. 2020년 10월13일. 

 

이런 노력들 외에도 올해 여론조사의 정확도가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가 있다. 트럼프 시대에 유권자들의 정치적 분열도 극심해져, 2016년 많게는 20%에 이르렀던 부동층이 올해에는 10%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4년 전에 비해 대다수 유권자의 표심이 일찌감치 정해졌다는 애기다. 공공정책여론조사(PPP)의 톰 젠슨 국장은 “부동층이 줄어들어 뒤늦게 극적으로 숫자가 변화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미 트럼프 집권 이후인 2018년 상·하원 의원을 선출하는 중간선거 때 여론조사 적중률이 높았다는 점도 강조한다. 또 2016년에 비해 이번에는 주요 경합주에서 좀더 품질 좋은 여론조사들이 더 많이 실시되고 있다는 점도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는다. 파이브서티에엣은 “여론조사 기관들이 4년 간 고통으로 손을 떤 끝에, 아마도 이번 여론조사들은 결국 그들이 옳았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짚었다.

여론조사 기관들의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퀴니피액대 여론조사 국장인 더그 슈워츠는 “코로나19 때문에, 여론조사 때는 ‘투표하겠다’고 말해놓고 선거일에 그 지역에서 확진자가 많이 늘어서 투표장에 가는 게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투표율에 영향을 미쳐 대선 판도는 물론이고 여론조사의 정확도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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