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8월 21일 17시 05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8월 21일 17시 05분 KST

[민주당 전당대회] 도널드 트럼프를 상대할 조 바이든이 가진 최고의 무기 : 인간적 품위

민주당은 바이든의 성품이야말로 미국의 분열을 끝낼 최고의 강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ASSOCIATED PRESS
(자료사진) 조 바이든이 경제활동 재개에 관한 지역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다.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6월11일.

미셸 오바마도 말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도 말했다. 공화당의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도 말했다. 나흘 동안 진행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연사로 나선 인물들은 반복해서 똑같은 형용사로 조 바이든을 묘사했다. 바로 ”품위 있는(decent)”이라는 단어다.

원격으로 진행된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은 ‘빅텐트‘의 이미지를 그려내기 위해 전력을 쏟았다. 즉 진보주의자, 리버럴, 중도 성향의 공화당원, 트럼프에게서 이탈한 유권자 등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약속 아래 뭉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나은 인간’이라는 약속 말이다.

″(후보자의 이름 뿐만이 아니라) 품성이 투표용지에 올라 있습니다. 연민이 올라있습니다. 품위, 과학, 민주주의. 그 모든 것들이 투표용지에 올라 있습니다.” 바이든이 20일 밤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말했다. ”어떤 쪽을 선택할지 이보다 더 분명할 수는 없습니다. 수식어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팩트만 가지고 이 대통령을 평가해봅시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에서부터 로드아일랜드주에 거주하는 한 공화당 유권자에 이르기까지, 이건 바이든의 수락연설에 앞서 등장한 거의 모든 연사들이 바이든에 대해 언급한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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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조 바이든을 공식으로 지명하는 순서를 담당한 재클린 브리태니(왼쪽). 뉴욕타임스(NYT) 건물 보안요원으로 일하는 그는 지난 1월 이곳을 방문한 바이든과 엘리베이터 안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처럼 다양한 유권자들의 연합체를 모두 단합하게 만들 정책은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내용은 보기 힘들었던 이유일 것이다. 바이든의 건강보험 정책이나 화석연료 산업 지원금 폐지 입장 철회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거나 없다시피 했다.

그 대신, 나흘 동안 이어진 전당대회 내내 집중적으로 거론된 건 바로 바이든의 성품이었다. 그는 손주들에게 매일 전화를 거는 할아버지라고, 바이든의 손녀는 말했다. 의회 직원의 할머니와 전화통화를 하느라 TV 인터뷰 약속에 늦은 일화도 소개됐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바이든을 공식 지명하는 역할은 바로 지난 1월 뉴욕타임스(NYT)를 방문한 바이든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팬심’ 넘치는 대화를 나눴던 건물 보안요원이자 바이든의 열정적인 팬인 재클린 브리태니에게 맡겨졌다.

아마도 나흘 간의 전당대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은 뉴햄프셔에 사는 브레이든 해링턴의 연설이었을 것이다. 말을 더듬는 이 13세 소년은 비슷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바이든이 자신의 연설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이 바이든의 말더듬기를 조롱해왔던 그 모든 시간들을 떠올릴 때 이건 특히나 가슴 아픈 순간이었다. 

″저는 그저 평범한 어린이입니다.” 해링턴이 말했다. ”짧은 시간 동안 조 바이든은 저를 평생동안 괴롭혔던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자신감을 심어줬습니다. 조 바이든은 저를 보살폈습니다. 그가 우리 모두를 위해 어떤 일을 할지 한 번 상상해보세요.”

″저에게 대통령직을 맡겨주시면 저는 우리의 가장 나쁜 면모가 아니라 가장 좋은 면모에 의지할 것입니다. 저는 어둠이 아니라 빛의 동맹이 될 것입니다.” 바이든이 수락연설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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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은 첫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취임을 앞두고 있었던 1972년, 교통사고로 첫 번째 아내와 한살배기 딸을 잃었다. 차에 타고 있던 두 아들 보 바이든과 헌터 바이든은 목숨을 건졌다. 이후 바이든은 질 트레이시 제이콥스(오른쪽)를 만나 재혼했다. 장남 보 바이든은 델라웨어주 법무장관(검찰총장)을 지내던 2015년 뇌종양 투병 끝에 사망했다. 가족을 잃은 바이든의 경험, 가족에 대한 바이든의 헌신과 애정은 이번 선거운동에서 크게 부각된 그의 면모 중 하나였다.

 

바이든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늘 자신의 성품을 강조해왔다. 그는 ”미국의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고 호소했고, 그의 공손한 태도 때문에 그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유권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바이든은 바로 그 핵심 강점을 부각했다. 정책을 궁금해하는 유권자들로서는 건질 게 별로 없었다.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모든 미국인들에게 자녀 보육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바이든의 구상을 소개했다. 루게릭병(근위축성측색경화)를 앓고 있는 애디 바칸은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목소리를 낸 연설에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건강보험 혜택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이 직접 언급한 부분도 있었다. 그는 인프라 재건을 통해 경제를 살리고, 친환경 재생에너지 분야를 선도하는 국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재원은 트럼프의 부유층 및 대기업 감세 철회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 이민개혁, 총기 규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바이든이 한 인간으로서 얼마나 많은 이해심과 연민을 가지고 있는지, 종교적(가톨릭) 신념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경험이 어떻게 그의 삶과 당을 초월하는 의정활동 스타일을 형성하게 됐는지에 대한 얘기가 더 많이 언급됐다.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트럼프와는 매우 대조적인 바이든의 면모를 부각하려는 시도였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조 바이든을 통해 우리는 연민을 느낄 줄 알고, 정직하고, 품위있는 인간을 (지도자로) 갖게 되는 것입니다.”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다른 여섯 명의 후보자들과 나눈 대화에서 말했다. ”미국 역사에서 바로 이 순간이야말로 이 나라가 가장 필요로하는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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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블랙 라이브스 매터' 시위가 한창이던 6월, 지역사회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위해 한 흑인 교회를 찾은 바이든이 기도를 하고 있다. 윌밍턴, 델라웨어주. 2020년 6월1일.

 

바이든이 구체적인 정책을 언급한 한 분야는 바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계획이었다. 그는 신속하고 믿을 수 있는 검사를 도입하고, 필수 의료장비를 미국에서 생산하고, 공중보건을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학교 문을 다시 열 수 있도록 하고, 모든 미국인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대통령은 이 나라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임무에 실패했습니다. 그는 우리를 보호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는 미국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바이든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국민 여러분, 이건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대통령으로서 저는 이 약속을 드립니다. 저는 미국을 보호할 것입니다. 저는 보이는, 보이지 않는 모든 공격으로부터 여러분들을 지킬 것입니다. 항상. 어떠한 예외도 없이. 언제든지 말입니다.” 

이번 전당대회 분위기는 다른 그 어느 때와는 달랐다. 2008년의 경우,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버락 오바마는 미국 최초의 흑인 후보였고 전당대회 분위기에도 그와 같은 기념비적인 사건의 의미가 반영됐다. 당시에는 경제적 대혼란의 와중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시대를 끝내자는 낙관적인 분위기도 있었다. ”오늘 밤, 우리는 하나의 역사적 여정(선거운동)을 마무리하고 새롭고 더 나은 날들을 미국에 선사할 또 하나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오바마가 당시 선언하 듯 했던 말이다.

2016년에도, 민주당은 미국 주요 정당으로서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로 힐러리 클린턴을 지명했다. 당시 전당대회에서는 클린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섰고, 도널드 트럼프처럼 우스꽝스러운 인물에게 패배할 리 없다는 통념이 지배했다. 오바마는 전당대회 참석자들에게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힐러리 클린턴보다 더 많은 자질을 갖춘 남성이나 여성은 없었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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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100% 온라인'으로 진행됐다는 것 말고도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의 분위기는 다른 그 어느 때와는 많이 달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바이든을 대통령 후보로, 카말라 해리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이번 전당대회는 훨씬 더 다급하고, 덜 야심찬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다양한 연사들은 대통령이라는 직책의 품위를 회복하고, 코로나19 팬데믹에 어쩔 줄 몰라하며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미국에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로 바이든을 묘사했다.

바이든은 2017년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네오나치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벌인 폭력 시위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을 다시 끄집어내기도 했다. ”그 때 대통령이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하십니까? ‘양쪽에 모두 매우 좋은 사람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건 우리나라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습니다.” 바이든이 말했다. ”그 순간 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부친은 침묵은 곧 공모라고 가르치셨기 때문입니다.”

바이든이 트럼프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메시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었다. 트럼프는 품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도 이번 전당대회를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는 트럼프가 생각하는 미국의 비전에 대한 거부였다.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국경을 높이 세우려고 했던 트럼프와는 달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자메이카 출신 부친과 인도 출신 모친을 둔 해리스의 부모를 비롯한 이민자들의 목소리를 기념했다. 

트럼프가 소외된 집단을 비하했던 반면, 민주당은 그들에게 발언 기회를 줬다. 미등록 이민자들, 장애를 가진 사람들, 가정폭력 생존자들, 시민권 운동의 영웅들이 목소리를 냈다.

경찰 폭력과 인종주의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트럼프가 ‘위험한 급진주의자들’이라고 규정한 것과는 달리, 민주당 전당대회 연단에 오른 사람들은 이 순간을 지긋지긋한 인종차별로 인한 상처를 치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역사는 우리에게 다급한 임무를 하나 더 던져주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인종주의라는 오점을 마침내 지워낼 세대가 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바이든이 말했다. ”우리에게 그럴 능력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저는 우리가 준비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 허프포스트US의 Joe Biden’s Most Unifying Message: Human Decenc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