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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 인터뷰] '사지절단 만화의 대가' 조안 코넬라는 사실 피가 무섭다

두 번째 국내 개인전을 열었다.

스페인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조안 코넬라는 굉장히 ‘귀여운’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그가 전하는 이야기는 기괴하기만 하다.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팔다리가 잘리거나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피를 보면 기절할 것 같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인스타그램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그가 한국에서 두 번째 단독 전시회를 열었다. ‘조안 코믹스’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회는 김정은이 ‘손가락 하트’를 하고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최신작 67점을 선보였다.

웃음에는 잔혹성이 있고, 우리 모두 불행한 상황에서 웃는다고 생각한다는 그를 전시회가 열린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만났다. 실제로 만난 그는 자신의 작품 철학과 많이 닮아있었다.

-한국에서 연 두 번째 전시회다. 이번 전시회를 소개해준다면?

=내가 최근 그린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회다. 일부는 지난해 12월 도쿄에서 선보인 작품들이고, 다른 곳에서 전시된 작품도 있다. 20점 정도는 지난 세 달간 완성했다.

지난 전시회에서 선보인 작품과 다른 점이 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내 작품들을 그런 식으로 나누고 싶지 않다. 내 작품의 주제는 항상 똑같았다. 죽음, 섹스 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김정은 그림이 눈에 띈다.

ⓒIn Kyung Yoon / HuffPost Korea

=남북한을 섞어봐야겠다는 영감에서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귀여운 포즈를 하고 사진을 많이 찍는 것 같다. 성형수술을 많이 하는 것도 그렇고, 예쁘고 귀엽게 보이는 것을 중요시하는 것 같았다. 북한에는 독재자인 김정은이 있지 않나. 전혀 귀엽지 않다. 오히려 굉장히 끔찍한 사람이다. 이렇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요소를 합쳤다. 아이러니하지 않나. 남이 북을 풍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반대로도 보일 수 있다. 내가 정치를 잘 알아서 무언가를 표현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그 역설이 재밌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림 속 김정은은 ‘손가락 하트’를 하고 있다. 손가락 하트는 언제 처음 접했나?

=전에 몇 번 봤다. 아시아에서 많이 한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한국인 친구들이 더 자세히 알려줬다.

-셀카를 주제로 한 작품도 많았다.

=사람들이 셀카를 찍는 걸 보면 직감적으로 드는 감정은 ‘불편함’이다. 솔직히 좋아하지 않는다. 그게 웃긴 것 같다. 셀카를 풍자한 내 작품 앞에서 누군가는 셀카를 찍고, 그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올라가면 내 작품이 더 널리 알려진다. 이런 아이러니를 보면서 불편해하는 내 반응 또한 아이러니한 것 같다.

ⓒIn Kyung Yoon / HuffPost Korea

-평소 셀카를 즐겨 찍는가?

=한두 번쯤 찍어봤다. 하지만 ‘셀카 문화’를 조롱하고자 찍은 것이다. 내 생각이 뭐가 중요하겠나. 찍고 싶으면 찍는 거지.

- 양팔이 잘린 채 프리허그를 하는 사람을 표현한 설치물이 있다. 포옹을 싫어하는가?

ⓒIn Kyung Yoon / HuffPost Korea

=정말 싫다. (웃음) 장난이다. 한때 프리허그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포옹이라는 건 따뜻하고 좋은 행위인데 그걸 보여주기식으로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셀카와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보여주는 것에 대한 갈증이랄까? 포옹한다는 걸 왜 세상에 알리고 보여줘야 하냐는 거지.

-전체적으로 그림체는 귀여운데 이야기는 잔인하다. 의도한 것인가?

=그게 아이러니한 것이다. 물론 이야기 자체도 아이러니하지만 말이다. 그림이 귀엽고 밝아 보이지만 이야기는 어둡지 않은가. 그게 재밌다고 생각한다. 이런 그림체를 갖기 전에는 어두운 흑백 만화를 그렸다.

-이렇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다양한 그림을 그리다 보니 이렇게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실험에 불과했다. 페이스북에 무언가를 올리면 바로 반응이 오지 않는가? 그래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봤다. 그러다 2012년 말쯤, 반응이 좋아서 이렇게 그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당신의 작품을 좋아하면 기분이 좋지 않은가?

-잔인한 것에 항상 관심이 있었나? 어릴 때 공포영화를 많이 봤다거나 무서운 만화를 즐겨 읽었다든지. 

=어릴 때 언더그라운드 만화를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잔인하지만 유머가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두려움과 유머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둘 다 즉각적으로 나오는 감정이지 않나. 웃기면 웃고, 무서우면 공포에 떨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솔직히 나는 피를 무서워한다. 실제로 피를 보면 기절할 정도다.

-정작 작품에는 피가 자주 등장한다. 두려움을 극복하려 그림으로 표현한 건가?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피를 보면 내 몸과 마음은 즉각 반응한다. 실제로 피를 접했을 때와 작품을 통해 접하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작품을 통해 피를 보더라도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작품에서 피를 접할 때마다 웃음이 난다. 내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도 비슷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두려움과 유머는 본능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니까.

-그림이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내 작품은 아이러니를 주로 다룬다. 그 안에는 유머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초현실적인 유머를 지향한다. 내 작품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

표현의 자유를 믿는다면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하는 말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미투 운동에 나선 이들이나 KKK 역시 마음대로 말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매일 기분이 상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말할 자유가 있지 않은가. 그러니 ‘마음에 안 들면 내 작품을 보지 말라’고 할 권리가 없는 것이다. 그건 멍청한 짓이다.

-비판을 받을 때는 어떤 기분인지?

=나는 사람들이 나를 인종차별주의자, 동성애 혐오자 등으로 보는 걸 싫어한다. 사람들이 나를 너무 공격적이라거나 트랜스포비아적이라고 말할 때면 정말 짜증 난다. 그들은 요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 요점은 제대로 잡지만 내가 전하려는 아이러니를 이해하지 못한다. 내 작품은 아이러니가 다인데 말이지.

-소셜미디어에서 ‘부적절한 포스팅’으로 차단당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2년 전인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나를 몇 달 동안이나 차단했다. 한참 동안 그런 일이 없다가 얼마 전에 한 심리상담가가 나를 자살할 위험이 있다고 인스타그램에 신고했다더라. 그래서 ‘누군가 당신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는 경고를 받았다.

페이스북은 어떤 이유로든 사용자를 차단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 멍청한 이유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용자들이 가입과 동시에 그 조건에 동의했으니까.

*조안 코넬라는 지난 3월 인스타그램에서 차단당한 사실을 알리며 “표현의 자유는 엿이나 먹으라는 거지?”라고 트위터를 통해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 (편집자 주)

-여러 번 차단당했는데도 계속 소셜미디어에 작품을 올리는 게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 그게 내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자기검열은 안 하나?

=나는 거의 모든 작품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지만, 일부 작품들은 제외한다. 올릴 수야 있지만, 곧바로 차단당할 테니까.

소셜미디어에 공개하지 않은 작품 중 하나는 젖꼭지와 성기를 픽셀화한 소녀에 ‘나는 검열을 사랑해’라고 적은 그림이었다. 아, 말하다 보니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 건지 말해버렸네. 페니스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아이다. 그게 아이러니하다. 이 그림을 페이스북에 올린다면 차단당할 것이다. 누군가는 이걸 페니스로 볼 테니까.

ⓒIn Kyung Yoon / HuffPost Korea

-소셜미디어 밖에서도 검열을 하나?

=물론 전시회에서도 검열을 하기는 한다. 방콕에서 전시회를 열었을 때는 특정 작품을 전시하지 말라는 요청을 받았다. 굉장히 민감한 주제라면서 말이다. 그 그림 때문에 정부나 특정 단체에서 전시회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어디를가든 검열이 이루어진다.

-절대 넘지 않는 선이 있다면?

=없다. 생각해본 적 없다. 한계를 가지고 놀며,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In Kyung Yoon / HuffPost Korea
ⓒIn Kyung Yoon / HuffPost Korea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은 어떤 이슈에 관심이 가는지?

=보통 작업을 할 때마다 영감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도 딱히 없지만, 만약 있다고 해도 그걸 지금 얘기한다면 누군가가 그걸 빼앗을 수도 있지 않은가.(웃음)

-평소 영화나 책을 즐겨 보나?

=프란츠 카프카와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책을 즐겨 읽는다. 심오한 책이라고들 하지만, 내게는 웃긴 부분으로 가득한 책이다. 영화는 코엔 형제나 데이빗 린치의 작품을 좋아한다. 가장 최근 본 영화는 ‘더 랍스터’였다. 한국 영화 중에는 ‘올드보이’를 재밌게 봤다.

*영화 ‘더 랍스터’는 ‘커플 메이킹 호텔’에 머무르는 45일간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게 되는 싱글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설명만큼 로맨틱한 영화는 아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2015년 작품. (편집자 주)

-언제 가장 행복한가?

=작업실에서 일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작품을 마무리했을 때 말이다. 물론 내 작품을 좋아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지만, 작업할 때가 가장 뿌듯한 것 같다.

ⓒIn Kyung Yoon / HuffPost Korea

*조안 코넬라의 국내 두 번째 개인전 ‘조안 코믹스’는 오는 30일까지 한남동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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