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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8월 09일 15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8월 09일 16시 09분 KST

이틀 동안 380mm 폭우 쏟아진 전남 구례는 현재 진흙과 쓰레기로 뒤덮였다

범람한 섬진강물이 인근 마을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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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그친 9일 오후 전남 구례군 광평마을 한 주택에 침수 피해를 입은 가구들이 널브러져 있다.

천지를 삼켜버린 누런 황톳물이 빠져나간 9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시가지는 온통 진흙과 쓰레기로 뒤덮여 처참한 모습을 보였다.

새벽 일찍 물이 빠졌다는 소식에 대피소를 떠나 생활터전을 찾은 주민들은 무너진 주택과 떠다니는 가재도구, 건물 안 바닥에 가득한 진흙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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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전남 구례군 한 마을에서 마을 주민들이 침수 피해를 입은 집을 복구하다 지쳐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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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군 광평마을 한 집 앞에 물을 가득 먹은 이불들이 쌓여있다.

물에 젖은 살림살이를 밖으로 꺼내고 흙탕물을 씻어내보려고 했지만 수돗물도 끊겼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식혀줄 선풍기도 단전으로 돌아가지 않아 주민들은 한숨만 내쉬었다.

전날 오전 섬진강물의 범람으로 물바다가 된 구례읍은 봉동리와 봉서리의 경계인 양정마을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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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과 8일 전남 구례군에 380㎜의 집중호우가 내리며 섬진강·서시천이 범람, 구례읍 지역이 침수되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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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1시쯤 전남 구례군을 지나는 국도 17호선 서시1교 부근에서 도로가 붕괴되면서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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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섬진강 범람으로 침수된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의 한 축사 위 지붕으로 소들이 올라가 있다.

9일 오전 다른 지역은 대부분 물이 빠졌지만 이곳은 여전히 누런 황톳물에 잠겨 주민들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이 마을은 전체 115가구 중 50여 농가에서 소 1500여 마리와 돼지 20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고, 30여 농가는 시설하우스 농사를 짓는다. 이 마을에서는 이번 홍수로 인해 400여마리의 소가 폐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마을 주민은 ”죽은 소가 대밭에도 마을 길에도 논밭에서도 발견되고 있다”며 ”집도 떠내려가고 소도 죽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눈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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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범람한 강물이 빠져나간 전남 구례군 구례읍 5일시장에 중장비가 들어와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시설하우스 주변의 과수는 흙탕물이 말라 누런색을 띠고 있고, 바닥에는 아직도 물이 빠지지 않았다. 마을 안길에는 축사에서 빠져나온 곤포 사일리지(볏집 등 사료작물을 비닐로 감아 둥글게 만든 것)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 자리한 순천소방서 구례119안전센터에도 물이 1미터 이상 차올랐다 빠지면서 비번인 소방관들이 출근해 소방장비와 옷가지 등을 청소하고 있다.

양정마을과 구례로(路)를 사이에 두고 있는 봉동리도 처참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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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식당 종업원들이 식당 집기를 밖으로 꺼내고 내부 청소 등 복구 작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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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건물 앞, 쓰레기를 뒤집어 쓴 채 주차돼 있는 차량.

물이 빠진 도로는 진흙이 쌓여 걷기가 힘들 정도로 미끄러웠고 주택가와 상가 앞에는 가재도구 등이 쌓였다.

봉동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낙성씨(50)는 “1층 가게로 물이 들어와 진열된 상품들이 모두 물에 젖었다”며 ”그나마 본사에서 젖은 물품은 회수하기로 해 다행이지만 복구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황선화씨(49·여)는 ”건물을 인수해 운영한 지 3년 만에 이런 큰 일을 만났다”며 “1층 관리실에서 사용하는 세탁기와 건조기, 건물 관리시스템 등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이웃의 카센터에서는 직원들이 힘을 모아 바닥에 쌓인 진흙을 청소했으며, 식당들도 종업원들이 조리도구와 식당 집기 등을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식당 주인 손정식씨(60)는 ”어제는 토요일이라 예약손님도 많아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했는데 오전 8시쯤 물에 잠겨버렸다”며 ”저온창고와 주방 등에 보관한 식재료이 물에 잠겨 쓸수 없게 됐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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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침수 피해로 갈곳을 잃은 이재민들이 임시로 생활하고 있다.

이번 홍수로 집이 잠긴 주민들은 구례읍의 구례고등학교와 구례여중 체육관 등에 분산 대피했다.

195명의 이재민이 대피해 있는 구례고등학교 체육관에서 만난 이근수씨(85·여)는 ”터미널 근처 집에 어제 아침 물이 들어와 찬송가만 챙겨 대피했다”며 ”약 60년 전에도 이번처럼 비가 많이와 구례 동광사거리까지 물이 차올라온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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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군 광평마을에서 주민들이 침수 피해를 입은 집을 복구하다 지쳐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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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그친 9일 오후 전남 구례군 광평마을 한 주택에서 주민들이 침수 피해 현장을 복구하고 있다.

현재 이곳은 주민들의 복구작업과 방역작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모습이다.

당국의 방역 차량이 연막 소독을 실시하고, 구례군은 침수 피해를 입은 5일 시장 골목 등에 중장비를 투입해 쓰레기를 치우고 있지만 앞으로도 정상화까지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외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이날 오전 읍내 5일시장을 찾아가 침수피해를 입은 상인들을 위로하고 피해복구 돕기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구례군 관계자는 ”침수 피해지역의 경우 전기 공급이 곧 이루러질 예정이지만 수돗물은 취수장이 침수되면서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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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물이 빠져나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서시천변 제방 비탈면에 줄에 묶인 채 한우가 쓰러져 있다.

앞서 구례군은 7일부터 이틀 간 380㎜의 집중호우로 섬진강·서시천이 범람하며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구례읍과 문척·간전·토지·마산면 17개 리가 물에 잠기며 일대 주민 1000여명이 12개 대피소로 피신했다. 구례군 1만3000 가구 중 1182가구가 물에 잠겼다.

농축산물 피해도 막대해 농경지 421㏊가 침수되었으며 소와 돼지 총 3650마리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공시설 피해도 잇따라 구례취수장과 섬진강 취수장이 침수되면서 산동면을 제외한 구례군 일대에 상수도 공급이 중단됐다. 복구에는 7일 정도가 걸릴 예정이다.

상하수도사업소도 침수되어 하수처리도 불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