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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를 핑계로 이 남성에게 살해된 제주도 30대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버스비를 아끼려 걸어서 퇴근하다 살해된 피해자는 월 129만원을 벌었으며, 바쁜 와중에도 자격증만 7개를 따며 착실하게 미래를 준비해 왔던 사람이다.

10일 오후 강도살해범 A씨(29)가 제주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10일 오후 강도살해범 A씨(29)가 제주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늦더위가 채 가시지 않았던 지난 8월 30일 오후 5시.

5시간 동안의 고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친 A씨(39)는 쉴 틈도 없이 집까지 다시 1시간 30분을 걸어야만 했다.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코로나19 여파로 건축업에 종사하는 아버지 일이 끊기자 악착같이 생활비를 모아야 했던 A씨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날 A씨 발걸음이 멈춘 곳은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인근의 한 이면도로.

갑자기 흉기를 들고 튀어나온 한 남성은 ”돈을 내놓으라”며 협박을 시작했다.

태권도 유단자였던 A씨는 들고 있던 양산으로 격렬히 저항했지만 칼을 든 성인 남성을 피하기는 역부족이었다.

A씨 연락은 그렇게 끊겼다.

평소 10분만 늦어도 꼭 부모님께 ”늦으니 먼저 식사하시라”고 연락하던 딸의 무소식에 가족들은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신고 접수 후 20분 만에 A씨 휴대폰 전원은 꺼졌고, 행방을 알 수 없던 딸은 다음날 오후 밭 주인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돼서야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유족들이 전한 사연

″한달 280만원 벌던 가해자와 129만원 벌던 내 동생, 누가 더 힘들게 산 건가요.”

해가 다 떨어지기도 전인 이른 저녁 흉기를 든 남성에 살해당한 A씨 유가족은 ‘생활고’를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피의자 진술에 분노했다.

ⓒ뉴스1

범행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10시48분쯤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주차장에서 검거된 피의자 B씨(28)는 ”생활고로 인한 생계비 마련을 이유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개인 방송 BJ에게 많게는 200만원씩 후원하며 수천만원의 대출 빚까지 지고 있던 상태였다.

이같은 조사 결과를 들은 유가족들은 생활고를 운운한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은 ”가해자보다 훨씬 적은 제 동생의 한 달 수입만 놓고 보면 그 가해자보다 제 동생이 더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며 “3000만원 차량 대출에 돈은 전부 BJ에게 털어주고 동생을 해쳤다는 게 너무나 원통하다”고 말했다.

A씨는 넉넉지 않은 생활에도 꼭 맞는 적성을 찾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겠다며 착실히 준비 중이었다.

 

미래를 위해 힘들게 취득한 자격증만 7개

안정적인 일을 시작해 가족들에 보탬이 되겠다고 취득한 자격증만 7개다.

일하던 병원을 그만두고 요리사의 꿈을 꾸며 한식, 중식 여러 조리 자격증을 취득했고,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따며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유족은 ”집이 어려우니 교통비라도 아껴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며 ”살아있을 때 어머니도 위험하니 차 타고 다니라고 했지만 돈 아껴야 한다며 한사코 거절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A씨 가족들은 피해가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며 안전대책 마련을 강하게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해 떨어지기도 전에 사람이 살해당하는 이곳에 대체 누가 맘 놓고 살겠느냐”며 ”동생과 같은 희생은 앞으로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피의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B씨는 강도살해, 시신은닉 미수와 절도, 신용카드 부정사용, 사기 등 혐의로 10일 검찰에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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