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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20일 17시 05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05월 20일 19시 29분 KST

재재를 향한 페미니즘 백래시 : "'남혐주의자' 재재 공중파 출연 금지시켜 달라"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1)엄지와 검지로 뭔가를 집는 일상적인 포즈 두고 억측 2)여혐과 달리 남혐은 실재하지 않아 3)메갈리아와 일베는 태생부터 다르다

메갈리아 로고/재재
페미니스트이자 연반인 재재를 향한 페미니즘 백래시가 심각하다. 초콜릿을 집어 먹으며 메갈리아 표식을 떠올리는 손동작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중파에 재재 출연을 금지시켜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페미니스트이자 ‘연반인’ 재재를 향한 페미니즘 백래시가 심각한 수준이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방송인 재재의 공중파 출연을 금지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재재의 이름과 출연 중인 프로그램 제목을 기재했지만 국민 청원 요건 때문에 자동으로 익명 처리됐다. 

청원인은 재재를 두고 ”‘남성혐오’ 손동작을 시상식에서 선보여 큰 논란을 일고 있는데, 평소 여성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며 스브스뉴스의 여성 콘텐츠를 주도적으로 제작해온 그녀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또한 “2018년 취재진과 인터뷰 당시 남성혐오 커뮤니티에서 유래된 단어를 사용한 적이 있는 만큼 현재도 많은 논란 속에 있으며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그녀가 남성혐오주의자라는 주장의 증거”라며 ”심각한 남성혐오주의자인 재재가 공중파에 버젓이 출연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현 대한민국 실정에 참담한 심정이다. 재재의 방송 출연을 금지해줄 것을 청원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미니스트이자 연반인 재재를 향한 페미니즘 백래시가 심각하다. 초콜릿을 집어 먹으며 메갈리아 표식을 떠올리는 손동작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중파에 재재 출연을 금지시켜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원인이 주장한 ‘남성혐오’ 손동작이란 재재가 지난 13일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초콜릿 먹는 퍼포먼스를 할 때 취한 손동작을 뜻한다.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뭔가를 집어 드는 형태의 손 모양이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 문양과 유사하며, 이는 한국 남성의 소추(작은 고추)를 비하하는 의미라는 주장이었다.

‘문명 특급’ 측은 앞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초콜릿을 집어 먹는 자연스러운 행동이 특정 논란의 대상이 되는 손가락 모양과 비슷하다는 논란으로까지 번진 걸 두고 재재를 비롯한 ‘문명특급’ 제작팀 모두 크게 당황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성혐오’와 달리 ‘남성혐오‘란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현상임에도 여혐과 남혐을 똑같은 층위에서 논하는 일 또한 납득불가다. ‘남성혐오’는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 개념이고, 여성혐오와 대칭적으로 쓰일 수 없다. 남성혐오는 ‘한남’ ,‘소추’ 같은 단어 때문에 단지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나온 용어지만, 여성혐오는 여성의 생명이 위협받고 안전을 담보받을 수 없는 현실에서 나왔다.

여성은 여성을 때리거나 숨지게 만드는 범죄, 여성과 강제로 관계를 맺거나 그를 빌미로 비동의 촬영물을 찍고 유포하는 일에 일상적으로 시달린다. 반면, 소위 ‘남성혐오’로 인한 범죄는 희귀할 정도로 미미하다. 2015년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강력 범죄 피해자 중 84%는 여성이었다. 

문제를 제기한 이들은 메갈리아 손 모양을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유저들의 ‘인증’과 같은 걸로 취급했지만, 메갈리아와 ‘일베‘의 속성은 완전히 다르다. 일베는 처음부터 혐오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메갈리아는 ‘혐오를 혐오로 저항하자’며 만들어진 커뮤니티다.

지금껏 수백 년 간 아무렇지 않게 여성혐오를 해온 남성들에게 ‘미러링(비슷한 방식으로 돌려줌)‘을 함으로써 각성효과를 노리자는 것이 메갈리아의 탄생 취지였다. 평화롭게 페미니즘을 말할 때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던 남성들이 ‘미러링’을 당한 뒤에야 화들짝 놀라거나 발끈하는 현실을 보면 메갈리아의 이런 전략이 유효했음을 알 수 있다.  

엄지와 검지로 무언가를 집어 드는 행위는 너무나 일상적인데도 무분별한 억측으로 여성 연예인을 공격하는 것은 또다른 ‘여혐’이다. 여성학계에서는 이런 행위를 미러링과 페미니즘을 무력화하려는 ‘백래시’(페미니즘에 반발하는 공격)로 규정한다. 최근 일부 남성들은 재재가 ‘백상예술대상’ 뿐 아니라 맥도날드 광고에서 햄버거를 먹을 때나 평소에도 해당 제스처를 자주 해왔다고까지 공격하고 있다. 

맥도날드 광고/백상예술대상
햄버거와 초콜릿을 집어 먹는 재재. 엄지와 검지로 뭔가를 집어 드는 행위는 너무나 일상적인데도 무분별한 억측으로 여성 연예인을 공격하는 것은 또 다른 여혐이자 미러링과 페미니즘을 무력화하려는 ‘페미니즘 백래시'다. 

 

정영희 고려대 언론학 박사는 미디어오늘에 “‘남혐 논란’을 단순히 보도하는 행태가 대중의 관심을 부정적 방향으로 증폭시켜 페미니즘 백래시를 부추기는 선동의 결과를 만들어버렸다”며 “일반인들의 평범한 제스처에 갈등적 의미를 부여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위축시킨 보도행태는 오늘날 언론이 윤리적으로 심각하게 추락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비판했다.

이번 청와대 청원인은 재재를 두고 ”한 남성과 그 가정을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무너트리고 결국 숨지게 한 범죄자”라는 논리적 비약까지 보였다. 청원인은 “2018년 5월, 유튜버 양예원이 자신이 당한 범죄 피해 사실을 폭로하며 공론화된 논란이 있다. 당시 언론과 경찰은 제대로된 검증없이 양예원의 피해 호소만을 듣고 가해자로 지목된 해당 스튜디오 실장을 가해자로 규정하여 몰아가기 바빴으며 한 사람의 인권을 말살시켰다”고 말했다. 

범죄 피해자 양예원 씨와 이은의 변호사 /뉴스1ㅁ
'재재 공중파 출연 금지' 청와대 청원글 올린 청원인은 재재를 두고 ”한 남성과 그 가정을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무너트리고 결국 숨지게 한 범죄자”라는 논리적 비약까지 보였다. 청원인은 “유튜버 양예원 씨 사건 때 재재와 SBS가 피해자의 호소만 듣고 가해자로 지목된 해당 스튜디오 실장을 몰아가다 한 사람의 인권을 말살시켰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이어 ”이때 스브스뉴스와 방송인 재재도 언론으로서의 중립적 입장을 고수하지 않고 양예원의 거짓 선동이 공론화될 수 있도록 크게 일조한 장본인들”이라며 양예원 사건 당시 SBS와 재재가 피해자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이고 가해자를 단죄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거나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20일 오후 5시 기준 2만 5천 592명이 동의했다. 청원이 20만 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청와대는 담당 비서관이나 부처 장·차관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답변해야 한다. 

 

강나연 : nayeon.kang@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