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보증을 하지 않으면 올해 말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한국 쪽에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한중일이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정상회의 참석 조건으로 한-일 관계 최대 쟁점인 강제동원 문제를 끌어들인 것이다. 한국 정부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올해 말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교도통신>은 복수의 한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하순께 일본 기업 자산 매각 문제와 관련해 한국쪽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총리의 방한은 있을 수 없다는 견해를 전달했다”며 “스가 총리의 의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한국 법원이 압류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현금화되지 않도록 보증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현금화의 우려가 있는 한 스가 총리는 한국에 가지 않는다”며 “연내 (한중일) 회담 개최 환경은 갖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일본 외무성 간부도 지난달 말 기자단에 강제동원 배상 소송과 관련, 한국정부가 일본 기업 자산을 매각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야 총리가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가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의에 한-일 양자 문제를 끌어들인 것은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첫 전화회담에서 “(강제동원 문제 관련) 양국 관계를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며 “앞으로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자칫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도통신>은 “일본은 이전에 정상회담 참석을 외교 카드로 쓰는 다른 나라의 수법을 비판해온 경위가 있다”며 “(이번) 대응은 모순된다는 인상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08년 처음 시작된 국가정상급 회담으로, 3국이 돌아가면서 개최하고 있다. 직전 3개국 정상회의는 지난해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렸고, 이번은 한국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