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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 충격에 빠트린 '트위터 연쇄살인범'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트위터에 '죽고 싶다'는 글을 올린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 허완
  • 입력 2020.12.16 16:44
(자료사진) 2017년 10월 검거된 '트위터 연쇄살인범' 시라이시 다카히로(30). 법원은 소셜미디어에 '자살하고 싶다'는 글을 올린 사람들에게 접근해 총 9명을 살해하고 주검을 훼손했다.
(자료사진) 2017년 10월 검거된 '트위터 연쇄살인범' 시라이시 다카히로(30). 법원은 소셜미디어에 '자살하고 싶다'는 글을 올린 사람들에게 접근해 총 9명을 살해하고 주검을 훼손했다. ⓒASSOCIATED PRESS

“9명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은 악질적인 범행이다. 에스앤에스(SNS) 이용이 당연시 되는 사회에 큰 충격과 불안감을 줬다.”

일본 도쿄지방법원 다치카와지부 야노 나오쿠니 재판장은 15일 오후 피고 시라이시 다카히로(30)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피고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재판장은 “들었습니까?”라고 물었고, 피고는 “네, 들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피해자 유족들이 앉아있던 방청석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2017년 10월31일 가나가와현 자마시 한 아파트에서 훼손된 주검 9구가 아이스박스에 담긴 채 발견돼 일본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16일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등 일본 언론을 보면, 시라이시는 2017년 8월23일부터 10월23일 두 달 사이 여성 8명, 남성 1명 등 9명을 살해했다. 피해자들은 15살 여고생부터 26살까지 10~20대였다. 피고는 이들의 돈을 빼앗고, 일부 피해자에겐 성폭행도 저질렀다.

(자료사진) - 2017년 11월1일. 시라이시 다카히로는 트위터로 알게 된 피해자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 두 달 동안 이어진 범행으로 9명이 살해됐다.
(자료사진) - 2017년 11월1일. 시라이시 다카히로는 트위터로 알게 된 피해자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 두 달 동안 이어진 범행으로 9명이 살해됐다. ⓒAFP Contributor via Getty Images

 

시라이시는 트위터에 “지친다”, “죽고 싶다” 등 고통을 호소하며 죽음을 고민하는 글을 올린 여성들을 범죄 대상으로 삼았다. 피고는 “너를 도와주겠다. 함께 죽을 수 있다”며 접근해 자신의 아파트로 불러들였다. 그가 만든 트위터 프로필에는 “정말 고통스러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 언제든지 DM(직접 메시지) 부탁드린다”고 적혀있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피해자들이 죽음을 동의했는지 여부였다. 변호인단은 희생자들이 죽음에 동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일부 피해자는 ‘여러 가지 생각한 결과, 살아가려고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피고에게 보낸 증거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시라이시의 핸드폰에서 ‘자살을 결심했다면 주변에 결코 알리지 마라’는 문자도 나왔다”며 “경찰은 피해자를 불러낼 때 입막음을 시도한 것으로 봤다”고 보도했다.

시라이시도 “변호사의 의견은 사실이 아니다. 피해자의 동의 없이 살해했다”고 범행을 인정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돈을 빼앗고 성폭행을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저 자신도 자살을 원하는 것처럼 속이면 고민을 가진 여성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자료사진) 2017년 11월1일 - 구속 상태에서 호송차에 실려 검찰로 향하는 시라이시 다카히로가 얼굴을 가리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17년 11월1일 - 구속 상태에서 호송차에 실려 검찰로 향하는 시라이시 다카히로가 얼굴을 가리고 있는 모습. ⓒAFP Contributor via Getty Images

 

사형이 선고됐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 피해자 유족은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피고의 뜻대로 쉽게 죽이고 싶지 않다”고 분노했다. 그는 이어 “사형이 선고돼도 딸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히키코모리에서 벗어나 일하기 시작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려고 했다”, “성인식 기모노 차림을 기대하고 있었다” 유족들은 피해자들이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마음도 컸다고 증언했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지금도 인터넷에는 죽음을 바라는 듯한 글이 떠 있다. 도와달라는 메시지”라며 “위험한 일을 당하기 전에 신속히 지원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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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범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