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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연기 결정 직후, 도쿄가 부랴부랴 신종 코로나 대응을 시작했다

연기 결정 다음날 도쿄 확진자는 두배로 뛰었다.

1년 정도의 연기 결정 이후 멈춰 버린 2020 도쿄올림픽 패럴림픽 카운트다운 시계
1년 정도의 연기 결정 이후 멈춰 버린 2020 도쿄올림픽 패럴림픽 카운트다운 시계 ⓒASSOCIATED PRESS

2020 도쿄올림픽 패럴림픽이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합의로 1년 정도 연기를 결정한 가운데 지금껏 코로나19 방역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도쿄가 갑자기 관련 대응으로 분주해졌다.

코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는 25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감염 폭발 중대 국면”이라면서 도민에게 이번주 평일은 가능한 재택 근무를 하고 주말과 야간 불필요한 외출을 삼갈 것을 요청했다. 이날 도쿄에서는 집계 이래 하루 최다인 4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대다수가 감염 경로 불분명 상태다.

26일에는 근교 카나가와, 치바, 사이타마 3현에 대해 도쿄 도내로의 이동을 자제하라는 방침을 정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이 3현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도쿄로 통근 및 통학하는 인구는 1일 약 280만명이다. 도민 이동만을 억제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소리다.

같은날 NHK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카토 카츠노부 후생노동상(장관),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 재생 담당상이 회담을 거쳐 특별조치법에 근거하는 ‘정부 대책 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에 따르면 국민 생활과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시 총리가 ‘비상 사태 선언’을 할 수 있다.

26일 현재 일본에서는 확진자 2025명, 사망자 55명이 확인됐다. 아베 정부는 지난달 첫 집단 감염이 확인됐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와 중국 우한서 귀국하는 전세기 승객들을 따로 집계하는 등 일본 내 감염자 수치를 낮추는 데 주력해 왔다.

같은 맥락에서 증상이 있는 국민들이 병원이나 보건소를 찾아도 검체 검사를 거부 당한 사례들이 폭증하기도 했다.

2020 도쿄올림픽 패럴림픽 연기 결정 직후 주먹을 맞대며 기뻐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코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
2020 도쿄올림픽 패럴림픽 연기 결정 직후 주먹을 맞대며 기뻐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코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 ⓒASSOCIATED PRESS

이처럼 수치상의 확진자 증가를 의도적으로 억제해 왔던 일본은 ”올림픽을 의식해 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하자 슬그머니 검사 수를 늘렸다. 동양경제에 따르면 3월4일까지 약 5000명에 불과하던 검사 수는 25일 2만1266명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올 여름 올림픽 정상 개최를 고집하며 줄곧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외면해 오던 일본 정부도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 시작한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까지 모르쇠로 일관할 수는 없었다. 결국 올림픽 연기가 결정됐고, 정부는 갑자기 바빠졌다.

정부가 일을 시작하고 나니 수도인 도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도 급증하고, 국가 차원의 제약도 많아졌다. 먼저 즉시 전 세계 여행 자제 권고가 시행됐다. 또 2월 일본 내 감염자가 100명도 채 안 됐을 때-크루즈선 감염자를 제외하고-정부가 근거 없는 전국 휴교령을 내리겠다고 선언해 비판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도쿄는 현재 1일 40명 가량의 감염자 확인으로 국민들에게 ”도시 봉쇄” 등의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지적은 내부에서 먼저 나왔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코이케 도지사의 기자회견 직후 트위터에 ”도쿄올림픽을 성사시키기 위해 감염자 수를 적게 나타냈고, 도쿄가 코로나19 (확산을) 억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 잔소리를 피했지만, (올림픽이) 연기로 결정되자마자 이런 퍼포먼스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 사이에 코로나19는 퍼져버렸다. 당신(코이케 도지사)은 ‘도민 우선‘이 아닌 ‘올림픽 우선’이었던 거다”라고 날을 세웠다.

기즈모도의 에디터 매트 노박은 트위터에 도쿄 확진자 급증 뉴스를 공유하며 ”이제 올림픽은 연기됐으니 당신들은 일본의 실제 감염자 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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