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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생방송 모바일 퀴즈쇼가 인기를 끄는 비결은 이렇다

이 문제가 일으킨 대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김태우
  • 입력 2018.07.11 09:42
  • 수정 2018.07.11 09:46
ⓒ그래픽_장은영

‘1 대 100’, ‘도전 골든벨’ 같은 퀴즈 프로그램을 내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다면? 스마트폰에서 퀴즈를 모두 맞히고 받은 상금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면? 

한 번에 15~20분씩 스마트폰 앱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모바일 퀴즈쇼들이 화제다. 학생·직장인들의 점심시간에 맞춰 평일 낮 12시30분에 쇼를 시작하는 잼라이브는 ‘점심시간’을 응용한 ‘잼심시간’이란 유행어까지 배출했다. 지난 2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잼라이브는 하루 평균 동시접속자가 7~8만명에 달한다. 뒤따라 출시된 더퀴즈라이브도 하루 평균 동시접속자 수가 3만명 이상이다. 이들은 방송 한 회당 상금 100만원부터 최대 수천만원까지 걸고 퀴즈 10~12개를 모두 맞춘 이용자들에게 상금을 똑같은 액수로 나눠준다. 상금은 모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열린 ‘구글플레이 주최 개발자와 대화’에 잼라이브 개발사 스노우의 김문헌 리드, 더퀴즈라이브 개발사 엔비티(NBT)의 곽근봉 최고기술책임자(CTO), 페이큐 개발사 엔에이치엔(NHN)엔터테인먼트의 이동수 이사가 참석해 ‘썰’을 풀었다. 모바일 엔터테인먼트의 새 흐름을 이끄는 생방송 퀴즈쇼 3대 앱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 자체가 화제였다. 이들이 들려준 앱 개발 뒷얘기와 성과, 향후 계획을 정리했다.

세 업체 모두 ‘생방송 모바일 퀴즈쇼’라는 형식은 지난해 미국·중국에서 열풍을 일으킨 에이치큐트리비아 등의 서비스를 참조했다. 동영상 앱 바인의 창립자들이 2017년 8월 선보인 에이치큐트리비아는 유명 코미디언 사회자와 상금을 내세웠다. 동시접속자 수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형식의 백만의위너 앱 등이 출시돼 동시접속자 수가 최고 400만명에 달하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서비스를 내놓은 스노우의 김문헌 리드는 “우리가 국내에서는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지난해 말에 서비스 개발을 결정하고 팀을 꾸려 2개월 동안 개발해서 지난해 2월에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곽근봉 엔비티 최고기술책임자는 “지난해 엔비티 안에 5명으로 구성된 작은 팀을 꾸렸는데, 해당 팀에서 거의 매달 새로운 서비스를 하나씩 내놓고 있다. 그 팀에서 지난해 6월 ‘퀴즈 포텐’이라는 이름의 상금과 연동된 실시간 퀴즈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올 초에 사회자가 등장하는 형식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이름도 더퀴즈라이브로 바꿨다”고 밝혔다. 게임 회사인 엔에이치엔엔터는 조직 문화를 바꿔보자는 취지로 구성한 티에프(TF)팀에서 개발을 진행했다고 했다. 이동수 엔에이치엔엔터 이사는 “내부에서 회사가 커지다 보니 움직임이 무거워지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있다. ‘벤처스러운 문화를 조직원들에게 보여주자’는 의미로 여러 부서에서 사람을 뽑아 티에프를 만들어 각자 원래 하던 일에 더해서 페이큐 개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20~30대 직장인을 타겟으로 삼은 게 성공했다. 퀴즈를 함께 풀기 위해 직장 동료, 친구, 가족과 단체 채팅 창을 만들거나 보이스콜을 하는가 하면, 온라인에서는 각 퀴즈쇼의 기출문제를 모아 ‘족보’로 정리한 블로그 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동수 엔에이치엔엔터 이사는 “페이큐는 낮 12시45분에 시작하는데, 보통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1시가 마지노선이다. 1시 안에 퀴즈쇼를 마쳐야 선생님이나 상사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어서 어떻게든 1시 안에 끝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개발사들은 저녁 8~9시에 이뤄지는 퀴즈쇼는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했다. 김문헌 스노우 리드는 “앱 사용 방법이 간단하고 접근성이 높다 보니 장년층과 노년층에서도 사용률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이 몰리다 보니, 각 사 모두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더퀴즈라이브는 이마트·유진투자증권과 협업해 상금을 1000만원까지 올렸고, 최근 홈쇼핑 형식을 도입해 실시간으로 베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교환권을 팔았다. 단체나 기업에 맞춤형 실시간 모바일 퀴즈쇼를 지원하는 비투비 사업도 시범 도입했다. 아직 퀴즈쇼 앱을 통한 수익이 많지는 않지만, 세 업체 모두 향후 수익 모델에 대해서는 “걱정 없다”고 입을 모았다.

곽근봉 엔비티 최고기술책임자는 “9일 베스킨라빈스와 함께 진행한 홈쇼핑 모델의 경우, 신상 ‘아기상어맛’ 아이스크림 교환권 2800원짜리 3100개를 0.5초 만에 완판했고, 소방청과 함께 소방관만 풀 수 있는 퀴즈 등을 만드는 등 특정 단체 맞춤 비투비도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문헌 스노우 리드도 “영화, 연예, 음악 산업 쪽에서 연락이 많이 오고, 실제 연예인들이 출연도 많이 하고 있다. 이쪽 산업과 연계해서 새로운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잼라이브의 퀴즈쇼에는 솔로 앨범 발매와 콘서트 개최를 앞둔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깜짝 출연했으며, 쇼가 끝난 뒤 ‘승리 콘서트’가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늘어나는 기업 홍보 퀴즈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용자들을 위해 적절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데 개발사 모두 공감했다.

ⓒ잼라이브

댓글 창 관리는 공통의 고민거리다. 사회자를 공격하는 등 욕설이 끊이지 않는 탓이다. 각 사 모두 실시간 금칙어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평가다. 더퀴즈라이브 쪽은 “한번이라도 심한 욕을 쓰는 이용자의 경우 바로 계정을 정지하는 ‘원아웃제도’도 도입했지만 욕설을 없애기가 쉽지 않다. 동시접속자 수가 수만명이기 때문에 채팅방도 여러 조각으로 나누는데, 저희는 욕설을 자주 쓰는 이용자들을 하나의 채팅방 조각으로, 욕설을 쓰지 않는 이용자들을 다른 조각으로 분리해서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문헌 스노우 리드는 “고운 말, 아름다운 말을 쓰면 하트를 주거나 포인트를 주는 등 긍정적 방향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각 사 모두 “이용자 접속 속도·환경 개선, 글로벌 진출, 재미 요소 다양화 등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대화에서 개발사 3곳 모두 “이용자 경험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각 앱이 ‘같은 듯 다른’ 차별화 지점으로 내세운 것도 모두 이용자 반응을 살펴 터득한 것이라고 했다. “잼라이브에서 출제한 퀴즈 가운데 슈퍼마리오 게임과 관련한 문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리오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의 직업을 묻는 질문이었는데 98% 이용자가 ‘배관공’이라고 답했지만 정답은 2%가 선택한 ‘건물주’였다. ‘건물주가 직업이냐’라는 댓글 등 ‘마리오 대란’으로 불리면서 지금까지도 채팅창에서 회자될 정도로 이슈가 됐다. 그런 식으로 기존 상식을 뒤엎는 문제로 사용자들과 함께 지식을 쌓고 성장해나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보람이 있었다.”(김문헌 스노우 리드)

“인공지능 스타트업 네오사피엔스와 협업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어로 말하면서 영어 퀴즈를 내는 콘텐츠를 만든 적이 있다. 이용자들이 어떻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말을 하는지 신기해하기도 하고 무서워하기도 했다. 이용자에게 새 경험을 주기 위해 늘 노력한다. 아침 8시40분 출근길 퀴즈, 한 주의 핫이슈를 보여주는 핫이슈 퀴즈 등 재미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더 얻어갈 수 있는 콘텐츠로 다변화할 예정이다.”(곽근봉 엔비티 최고기술책임자)

“후발 주자로서, 상식 퀴즈에 중점을 두기보다 이용자들이 한편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서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재미’를 주려고 노력한다. 유민상 개그맨이 햄버거를 보여주면서 어느 회사 햄버거인지 맞춰보라고 한 퀴즈가 대표적이다. 채팅 창에 이용자들이 올린 ‘ㅋㅋㅋ’라는 웃음 표시가 폭주할 때가 있다. 그런 재미가 끊이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다.”(이동수 엔에이치엔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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