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21년 03월 30일 11시 52분 KST

게이로 살면서 많은 친구를 에이즈로 잃었고 무지와 잘못된 정보로 '동성애 혐오'를 경험했다

코로나19처럼 당시 에이즈는 새로운 질병이었고, 많은 사람이 치료법 없이 세상을 떠났다.

MATTHEW HODSON
저자 매튜 호드손의 젊은 시절

에이즈가 처음 알려지고 정보가 부족했을 때 ‘게이 전염병’으로 알려졌다

15살 때 처음 남자랑 잤다. 당시 ‘게이 첫경험‘을 할 작정으로 런던의 헤븐 나이트클럽에 몰래 들어갔다. 금방 영국에 방문 중인 미국인 사진작가를 만나 원하던 목표를 이뤘다. 이후 ‘킬러인더빌리지‘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게이만 걸린다는 새로운 질병에 대한 내용이었다. 당시 그 질병의 정체를 우리는 몰랐다. 지금은 모두가 다 아는 ‘에이즈’에 대해 무지했던 시절이었다. 

몇 년 후 대학교 1학년 때, ’동성애 조장 금지‘라는 항목이 영국 의회에서 논란이 됐다. 에이즈는 ‘게이 전염병’으로 미디어에서 선정적으로 다뤘다. 정치인, 기자, 종교 지도자들은 게이들을 향한 혐오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에이즈는 게이가 걸리는 병이라며 동성애 혐오는 사회에 만연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은 에이즈의 원인을 잘 몰랐다.) 

 

MATTHEW HODSON
저자 매튜 호드손의 젊은 시절

  

50대인 지금보다 20대 때 더 많은 친구들이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

그 당시 나의 연애 생활은 다사다난했고 술을 많이 마시고 잘못된 판단을 한 적도 많다. 그래도 난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항상 콘돔을 사용하긴 했지만 술에 취하다 보면 콘돔이 빠지기도 하고 찢어지기도 했다. 아침에 어지러운 두통을 느끼며 일어나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은 날이 많았다. 복잡한 생활이었지만 즐거웠다. 

그런데 한 두 명씩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기 시작했다. 젊은 게이로 살면서 충격이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전체가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난 처음 에이즈라는 질병이 등장하며, 이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은 세대보다는 좀 더 어린 편이다. 하지만 그래도 많은 친구를 잃었다. 현재 나는 50대지만 20대와 30대 때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장례식장을 다녔다. 

최근 게이와 에이즈를 다룬 드라마 ‘잇츠 어 신’이 화제를 모았다.(한국에서는 왓챠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 이야기의 주연들은 나보다 다섯 살 정도 나이가 더 많지만, 그들의 경험에 매우 공감할 수 있었다. 드라마 주연들처럼 내게도 꿈과 욕구가 있었고 비슷한 실수를 했다. 아직도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가끔 생각난다. 게이의 권리를 위해 싸웠지만 친구들 중 처음 HIV(인간의 몸 안에 살면서 면역기능을 파괴하며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걸린 친구 믹, 에이즈에 걸리자 스스로 세상을 떠난 친구 데이비드, 그리고 아름다움을 사랑했지만 시력을 상실한 친구 데릭, 잘생기고 화려한 파티를 열기로 유명했던 제임스 등 너무나 많은 친구를 잃었다. 

 

MATTHEW HODSON
저자 매튜 호드손

  

에이즈라는 낯선 질병이 유행하자 사회에서 동성애자를 향한 증오도 더 커졌다

사람들은 에이즈에 관해 잘 몰랐고 효과적인 치료법도 없었다. 현재 코로나19가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듯, 당시 에이즈도 큰 사회 문제였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을 견뎌야 했다. 많은 동년배들이 드라마 ‘잇츠 어 신’을 보며 괴로운 추억을 떠올렸다. 배우 올리 알렉산더가 연기한 리치처럼 나도 런던에서 젊은 게이 배우로 살며 에이즈의 두려움에 떨었던 경험이 생생하다. 친구들을 보며 에이즈에 진단받은 후 살아남았더라도 지금까지 얼마나 큰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영국에서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만 2만 명이 넘는다. 

그리고 ‘잇츠어신‘에서도 드러나듯 문제는 에이즈라는 질병만이 아니다. 이 드라마의 주제는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다. 동성애에 대한 두려움, 증오, 편협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와 내 친구들이 실제로 경험했던 일이다. 원래도 많은 사람이 동성애를 혐오했지만, 에이즈라는 낯선 질병이 유행하자 동성애자들에 대한 사회의 증오는 더욱 커졌다. 에이즈에 걸린 사람은 편견으로 인해 더 외롭게 세상을 떠나야 했다. 

 

MATTHEW HODSON
저자 매튜 호드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추억하고 추모한다. 당시 많은 이들이 용감히 나서서 임상실험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 에이즈 관련 약을 개발하지 못했을 거다. 완치는 어려워도 현재 나온 약은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 나도 HIV에 감염됐지만, 약 때문에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이제 HIV에 감염돼도 사형선고가 아니다.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실험적인 치료로 병을 억제할 수 있다. 또 안전 수칙을 잘 따르면 파트너에게 HIV를 감염시킬 일도 없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싸우며 HIV에 관한 진실과 올바른 인식을 사회에 널리 퍼뜨리는 게 중요하다. 나는 에이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하며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리고 있다. 

 

 

*저자 매튜 호드손은 에이즈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자선단체인 에이즈맵의 이사로 일하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그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해 보자. 

 

*허프포스트 영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