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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본관 머릿돌 글씨가 이토 히로부미 친필이 맞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국정감사에서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 한국은행 본관의 현재 정초석(위)과 일본에서 보관 중인 이토 히로부미의 이름이 새겨진 '정초' 글씨
서울 한국은행 본관의 현재 정초석(위)과 일본에서 보관 중인 이토 히로부미의 이름이 새겨진 '정초' 글씨 ⓒ문화재청

서울 한국은행 본관 머릿돌의  ‘정초’(定礎)’ 글씨가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이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은 사적 제280호인 한국은행 건물의 머릿돌 글씨를 조사한 결과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이 맞았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문화재청은 서체 관련 전문가 3인으로 자문단을 구성해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사이트에 있는 이토 히로부미 붓글씨와 1918년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 ‘조선과 만주의 경제 요강’(Economic Outlines of Chosen and Manchuria)에 실린 정초석 사진 등 관련 자료를 검토했다.

조사 결과, 정초석에 새겨진 ‘정초’ 두 글자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묵적(먹으로 쓴 글씨)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하게 내려쓴 획 등을 종합해 볼 때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나타났다.

아울러 글씨 새기는 과정에서 획 사이가 떨어져 있어야 하는 부분이 붙어 있는 등 획을 정교하게 처리하지 못한 점, 붓 지나간 자리에 비백(빗자루로 쓴 자리같이 보이는 서체)을 살리지 못한 점 등 일부 필획에서 서예의 특징을 잘 살리지 못하는 등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특이사항으로는 정초석에서 정초 일자와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 이름을 지우고 새로 새긴 ‘융희(隆熙, 대한제국의 마지막 연호) 3년 7월11일’(1909.7.11) 글씨가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필치로 보인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정확한 기록은 없는 상태이며, 아마도 해방 이후 일본 잔재를 없애고 민족적 정기를 나타내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이 특별히 써서 석공이 새긴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확인된 정초석 글씨 고증결과를 서울 중구청과 한국은행에 통보할 예정이며, 한국은행이 내부 검토 후 정초석 글씨에 대한 안내판 설치나 ‘정초’ 글 삭제 등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면 관계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수렴과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종합적으로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 한국은행 본관은 1907년에 착공, 1909년 정초 후 1912년 조선은행 본점으로 준공된 건축물이다. 일제는 이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 침탈을 자행했으며, 광복 후 1950년 한국은행 본관이 됐고, 1987년 신관이 건립되면서 현재 화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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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문화재청 #이토 히로부미 #일제 강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