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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 가문 출신 트랜스젠더 여성이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인권운동가가 된 이야기

이탈리아 최대 성소수자인권단체 나폴리 지부장, 다니엘라 루르데스 팔란가

 

 

ⓒStephanie Gengotti for HuffPost

Photo by Stephanie Gengotti

[나폴리=허프포스트 이탈리아] 이탈리아 남부의 무시무시한 범죄 집단 카모라의 보스가 자기의 첫째 자녀에게 기대한 것은 잔인하지만 명백했다. 가업을 잇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니엘라 루르데스 팔란가는 어린 시절을 지나자마자 곧 그 기대를 저버렸다.

다니엘라는 아버지의 생각대로 위협, 폭력, 살인의 세계에 순응하지 않았다. 대신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 간성인 인권 단체 아르치게이(Arcigay) 사상 최초의 트랜스젠더 여성 지부장으로 당선되었다. ”스톤월 이후 50년,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지키고 요구를 외쳐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다니엘라는 나폴리에 있는 포지오레알레 교도소의 성소수자 수감자들을 카운슬링하는 사회복지사이기도 하다. 성노동과 구금 등 ‘가장 소외된 경험을’ 하는 이들을 위하는 운동에 몸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 때문에, 다니엘라는 25년 동안 연락하지 않던 아버지를 다시 만났다.

 

마흔 한 살인 다니엘라는 1980년대 나폴리 인근 지방인 토레 아눈지아타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다니엘라가 태어난지 얼마 안 되어 가족을 떠나 다른 여성과 살며 딸을 넷 낳았다. 하지만 일요일이면 범죄 집단의 우두머리였던 아버지의 집에 양쪽 가족 모두가 모여 식사를 했다. 아버지는 새 가족이 있었지만 ‘유일한 남성 계승자’인 다니엘라가 자신의 뒤를 이어 카모라를 이끌기를 기대했다.

나폴리 범죄 집단 가문의 세계는 가부장제적 구조, 섹슈얼리티, 젠더 정체성을 쉽게 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다니엘라가 여성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취미나 감정을 표현하면 어머니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내게 겁을 주었고, 아버지는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아버지의 나는 무생물이나 마찬가지였다.”

학교, 그리고 길거리에서 다른 아이들은 다니엘라를 ‘퀴어’, ‘보스의 아들’이라고 놀렸고, 다니엘라는 자살을 자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밤 트랜스젠더 배우이자 가수인 에바 로빈이 TV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봤다. 다니엘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 순간 ‘내게 이제까지 부정되었던 삶’을 보았다.”

곧 다니엘라는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성 옷을 입고 학교에 가기 시작했다.

다니엘라는 20대 때 로마의 산 카밀로 병원에서 성확정 수술을 받고 법적으로 이름도 바꾸었다. 다니엘라 루르데스 팔란가라는 이름은 성인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신에 대한 믿음을 담았다고 한다.

수술 이후 트랜스젠더 성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활동도 시작했다. “나폴리는 전세계에서 트랜스섹슈얼 여성이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이며, 우리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 다른 일을 할 기회가 없어서 성매매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노동은 자결권의 핵심 요소다.”

ⓒStephanie Gengotti for HuffPost

 

다니엘라의 아버지는 1980년대 중반 체포돼 지금은 로마의 레비비아 교도소에서 종신형으로 복역 중이다. 다니엘라는 아버지의 이름만은 밝히지 않았다. 나폴리 가문간의 폭력적 분쟁에 연관된 사람이 많고, 아직도 복수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아버지와 25년 만에 만나게 된 건 두 사람 모두가 나폴리에서 열린 반폭력 행사에 초대받으면서였다. 다니엘라는 아르치게이 나폴리 회장으로, 아버지는 다른 재소자들과 함께 차별과 폭력을 주제로 한 재소자들의 연극 공연의 배우로 참석했다.

다니엘라의 아버지가 범죄를 저질렀던 과거를 버리기로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다니엘라의 정체성을 뒤늦게나마 받아들여, 둘 사이의 관계는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다니엘라에 따르면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고 결국 포옹까지 했다고 한다.

그 뒤로 아버지를 한번 더 만났고, 아버지가 “드디어 나를 여성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여러 해 동안 가족이란 다니엘라에게 여러가지 의미를 가졌다. 지금 다니엘라에게 ‘가족’이란 미래를 위한 희망을 뜻한다. 그의 파트너 일라리오(24)는 트랜스젠더 남성이다. 이들은 아이를 갖고 싶어한다. 라리오는 성확정 수술을 받을 생각이 없다. 다니엘라는 그를 지지한다.

“트랜스젠더들조차 무의식적으로 신체에 대한 양분법적 개념을 그대로 받아들이곤 한다. 우리는 모두, 그 자신대로 각기 다른 특성과 엄청난 가능성을 지닌 트랜스 남성과 여성들이다.”

 

*허프포스트코리아가 허프 국제 에디션들과 함께 진행한 프라이드의 달 프로젝트 ‘프라이드를 외치다 Proud Out Loud’의 다섯 번째, 이탈리아편 인터뷰입니다. 다른 인터뷰들은 여기에서 더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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