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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 신문 부고면을 10페이지로 늘려야만 했던 이탈리아의 한 마을

이탈리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장례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고 있다.

  • 허완
  • 입력 2020.03.17 16:45
  • 수정 2020.03.17 16:51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도시 베르가모 기념묘지에서 장의사들이 영구차를 기다리고 있다. 2020년 3월16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도시 베르가모 기념묘지에서 장의사들이 영구차를 기다리고 있다. 2020년 3월16일. ⓒPIERO CRUCIATTI via Getty Images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죽어서 매장과 화장을 위한 대기명단이 있을 정도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선 이탈리아의 풍경을 전한 워싱턴포스트(WP)의 16일자 기사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사망자 중 절반 가량은 지난 5일 사이에 나왔다.

″화장터는 24시간 운영되기 시작했다. 관들이 병원 두 곳의 영안실을 가득 채웠고 그 다음에는 묘지 영안실을 채웠고, 이제는 교회 묘지 내부에 줄지어 보관되어 있다.” 기사는 이렇게 전한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도시 베르가모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르 에코 디 베르가모′의 부고란에는 150명 넘는 고인들의 부고가 올라왔다. 평소 2~3개면이었던 이 신문의 부고면은 10여개면으로 늘어났다. 14일자 신문에는 11면, 그 다음날에는 10면, 그 다음날에도 10면이었다.

이 신문의 부고면을 담당하는 다니엘라 타이오키(49)는 ”마치 화학무기가 폭발한 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르 에코 디 베르가모의 여러 페이지에 걸쳐 기록된 고인들은 전직 정치인들, 전기 기술자들, 비상전화 운영자들, 목사들이었다. 대부분은 70대나 80대였다. 그들의 짧은 부고에는 사인이 적혀있지 않았으나 사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이 신문의 에디터의 추산에 따르면, 90%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했다. (부고 기사들에 따르면) ”화장터로 곧바로 옮겨졌다”고 한다. 공개 장례식 ”날짜는 추후 확정될 것”이라고 한다. 장례식은 ”극도의 비공개 형태”로 치러졌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 3월16일)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을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은 예기치 않은 속도로, 예기치 않은 방법으로 찾아왔다.

마르타 테스타(43)씨는 지난 수요일 신문사에서 광고 담당 임원으로 일했었다는 부친을 떠나보냈다.

부친 렌초(85)씨는 일주일 전 토요일에 호흡 곤란을 느껴 병원으로 이송됐고, 그걸로 끝이었다. 가족들은 수요일에 그가 사망할 때까지 그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없었다. 남편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회복중인 모친도, 자신도 격리 조치됐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장례식을 비롯한 일체의 모임과 행사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전쟁보다 더한 상황인 것 같다.” 마르타씨의 말이다. ”아빠는 매장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작별인사를 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상당수의 장례식은 성직자와 장의업체 직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도시 베르가모 기념묘지에서 장의사들이 영구차에서 관을 꺼내 옮기고 있다. 2020년 3월16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도시 베르가모 기념묘지에서 장의사들이 영구차에서 관을 꺼내 옮기고 있다. 2020년 3월16일. ⓒPIERO CRUCIATTI via Getty Images

 

뉴욕타임스(NYT)는 이탈리아 북부의 소도시 브레시아의 지방 정부가 태블릿PC 기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 집에 있는 가족과 연락을 취하거나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르 에코 디 베르가모’ 신문에서 편집을 담당하는 알베르토 체레솔리씨는 ”감정적 트라우마”를 언급했다. ”사람들이 혼자서 죽고, 혼자서 땅에 묻히고 있다. 손을 잡아줄 사람도 없었다. 장례식은 신부의 짧은 기도와 함께 신속하게 끝나야만 한다. 가까운 가족들은 격리되어 있다.”

이 기사에는 바이러스가 덮친 한 가정의 급작스러운 이별이 소개됐다.

베르가모 외곽 작은 마을 피오비오에서는 토요일에 앰뷸런스 한 대가 와서는 루카 카라라(52)씨의 부친(86)을 데려갔다. 일요일에는 또 한 대가 와서 그의 모친(82)을 데려갔다. 카라라씨는 부모를 만나러 병원에 갈 수 없었다. 그는 집에서 격리되어 있는 동안 바이러스 증상이 나타났다. (그 다음주) 화요일, 부모가 사망했다. 그들의 시신은 병원 영안실에서 화장을 기다리고 있다.

″부모님이 아직 그곳에 있다는 게 미안하다.” 그가 말했다. ”계속 혼자서.” (뉴욕타임스 3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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