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제 2의 신천지' 사태가 되지 않은 데에는 '시민의식'이 큰 역할을 했다

확진자 증가와 역학조사 난관을 예상했지만, 지역발생 확진자 수는 점차 감소했다.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태풍이 아닌 미풍에 그쳤다. 제2의 신천지예수회(이하 신천지) 사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국 방역의 우수성을 다시금 확인한 사례로, 한국인들의 시민의식도 주목받고 있다.

이태원 클럽 6만5000여명 검사 받았다

비교적 한산한 서울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 2020. 5. 18.
비교적 한산한 서울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 2020. 5. 18. ⓒ뉴스1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 클럽 초발환자(용인 66번 확진자)는 지난 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튿날 관련 내용이 공개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흘 만에 지역 확진자가 나온 데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유흥시설이 감염 장소로 밝혀졌다. 유흥시설은 밀폐된 공간 특성상 확진자 1명이 대규모 유행을 일으킬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로 전환하자마자 유흥시설 감염자가 나온 점도 여론에 악영향을 미쳤다. 신천지 대규모 집단감염도 지난 2월 18일 발생한 31번 확진자(61) 1명으로 시작했다. 이태원 클럽이 한동안 제2의 신천지 사태로 불린 이유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는 듯했다. 초발환자 발생 이후 지역사회 발생 환자 수는 일주일 동안 두 자릿수를 유지했고, 지난 11일에는 29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역학조사도 난관이 예상됐다. 클럽 이용자 중 성소수자, 외국인이 많은 탓이다. 이들은 혐오와 낙인찍기를 우려해 검사를 피할 공산이 크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이번 이태원 집단감염 사태에도 대량검사, 신속한 정보 공개, 우수한 의료 시스템과 의료진 헌신이라는 삼박자로 구성된 한국의 방역이 효과를 발휘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검사 협조가 이태원 사태를 잠재우는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덕분에 18일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누적 검사자 수는 6만5000여명으로 급증했다. 진단검사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인식과 자발적인 협조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규모다. 여기에는 익명검사를 도입해 검사 부담을 덜어준 정책적 결정도 주요했다.

대량검사가 이뤄지면서 지역발생 확진자 수는 12일 22명, 13일 22명, 14일 26명, 15일 22명, 16일 9명, 17일 6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방역당국은 지난 17일에는 ”이태원 클럽 유행이 신천지처럼 대규모 유행으로 번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브리핑에서 ”그동안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발생이 대규모 감염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가 많았다”며 ”신규 확진자 수가 계속 한 자릿수를 보여 현 추세를 유지하면 방역망 범위 안에서 (유행이) 안정화할 것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은 선택 아닌 필수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탑승한 시민들. 2020. 5. 13.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탑승한 시민들. 2020. 5. 13. ⓒ뉴스1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대한민국은 전 세계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국가나 시민 모두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외신이 주목하는 한국 방역의 성공에는 우수한 의료 시스템과 의료진 헌신 외에 한국인의 시민의식 공헌했다는데 이견이 없다.

영국 BBC는 지난 3월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데도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지 않는 등 국민이 의연한 자세로 감염병 사태에 대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같은 동양권인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지만 한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한국인의 시민의식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인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중요한 마스크 착용에도 매우 협조적이다. 거리로 나가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방역당국이 권고하는 감염병 예방수칙도 철저히 따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침예절을 지킨다는 응답이 97%에 달했다.

기침예절은 기침할 때 손이 아닌 옷소매나 휴지, 손수건 등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국내 유행 이후 핵심 방역수칙으로 권고됐고, 코로나19 사태를 거쳐 국내에서 규범으로 뿌리를 내렸다.

반면 방역당국이 권고하는 ‘외출 자제‘를 전혀 지키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4%에 불과했다. ‘도서관과 카페 등 다중시설 출입을 자제한다‘는 응답 95%, ‘모임과 종교행사에 불참한다’는 응답도 92.9%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시민 10명 중 9명 이상이 방역당국 권고를 충실히 따른 것이다.

회사원 김남형(39)씨는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의 건강을 생각하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외출하기 어렵다”며 ”어린 시절에는 방송 뉴스에서 새치기, 음주운전 등을 꼬집는 보도가 많았는데 지금은 사라졌고 시민들의 공동체 의식도 그만큼 높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신천지 #이태원 #방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