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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과학자 암살 사건으로 난처해진 한 사람 : 조 바이든

바이든은 취임하기도 전에 만만치 않은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 허완
  • 입력 2020.11.29 14:46
  • 수정 2020.11.29 14:5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란 핵합의 복원 등 이란과 외교적 대화를 재개할 계획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란 핵합의 복원 등 이란과 외교적 대화를 재개할 계획이었다.  ⓒASSOCIATED PRESS

지난 27일 이란 핵 개발을 이끌어온 핵 과학자 모흐센 파크리자데가 암살된 사건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중동 정책이 차질을 빚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당선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일방적으로 탈퇴했던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을 공약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미국과 이란의 대화 분위기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란은 이번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이란과 적대적 관계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파크리자데를 국가의 첫번째 적으로 꼽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 정부 관리들이 암살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암살로 인해 이란은 핵 개발에 타격을 입게 됐다. 그와 동시에 암살에는 미국과 이란의 대화를 막으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협정 복원을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미국 국무부에서 핵 비확산을 담당했던 전직 관료인 마크 피츠패트릭은 27일 트위터에 “파크리자데 암살 이유는 이란의 전쟁 잠재력을 방해하려는 게 아니다. 그것은 외교를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 핵 개발을 이끌어왔던 핵 과학자 모흐센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이 미국 성조기와 이스라엘 깃발을 불태우면서 시위를 하고 있다. 테헤란, 이란. 2020년 11월28일.
이란 핵 개발을 이끌어왔던 핵 과학자 모흐센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이 미국 성조기와 이스라엘 깃발을 불태우면서 시위를 하고 있다. 테헤란, 이란. 2020년 11월28일. ⓒWana News Agency / Reuters

 

바이든 당선자는 자신이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2015년 맺어진 이란 핵협정의 복원을 주요 대외 정책 중 하나로 공약했다. 그는 이란이 핵협정에 있는대로 핵 능력을 제한하면서 충실히 이행하면 지난 2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했던 제재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 1월 20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7주 남짓 앞두고 터진 파 크리 자데 암살은 중동에 긴장을 고조시켰다. “가혹한 보복”을 예고한 이란이 고강도 행동에 나서면 이스라엘은 트럼프 행정부를 군사적 대치 상황에 끌어들이려 할 수 있다. 이렇게 진행될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더 불안정해진 중동 관계를 유산으로 떠안는 셈이다. 이란이 군사적 행동을 취하지 않더라도, 대화 환경이 악화한 것 자체가 바이든 당선자에게 좋을 것은 없다. 미 싱크탱크인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대표는 아랍어·영어 방송인 <알자지라>에 “어떤 면에서, (이번 암살은) 바이든이 진짜 타깃”이라고 말했다. 이번 암살에 대해 미국 행정부와 바이든 당선자 모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란 핵협정 복원은 안 그래도 바이든 당선자의 쉽지 않은 과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이란 핵협정을 탈퇴한 뒤 석유 수출 동결 등 이란을 상대로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면서 핵협정 파기를 되돌릴 수 없는 자신의 업적으로 남기려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에는 국제법 논란에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공습 살해했다.

이란 핵 개발을 이끌어왔던 핵 과학자 모흐센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선인의 사진을 불태우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헤란, 이란. 2020년 11월28일.
이란 핵 개발을 이끌어왔던 핵 과학자 모흐센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선인의 사진을 불태우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헤란, 이란. 2020년 11월28일. ⓒNurPhoto via Getty Images

 

지난 16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 공습을 검토했다가 참모들의 만류로 접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엘리엇 에이브럼스 미 국무부 이란·베네수엘라 특별대표는 지난 25일 “우리의 정책 방향은 내년 1월20일까지 동일할 것”이라며 대이란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또한 이란도 내부적으로 내년 6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미국을 상대로 금전적 보상 등 핵협정 복원의 조건을 높여 부르며 강경하게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번 암살 사건 또한 이란 국내적으로 대미, 대이스라엘 강경파들이 목소리를 키우는 명분이 될 수 있다.

향후 중동 정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안에 미국-이란-이스라엘 사이에 긴장을 추가로 고조시키는 행동이나 보복이 벌어질지, 서로 자제력을 발휘할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존 브레넌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트위터에 파크리자데 암살을 “범죄 행위이자 매우 무모한 짓”이라고 비난하면서 “치명적인 보복과 새로운 역내 갈등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의 한 대변인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그 지역의 갈등 고조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피할 필요성과 자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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