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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조명으로 충전되는 배터리'가 개발됐다

'에너지 재활용 잠재력이 막대할 것'

거의 모든 기기에 센서와 통신 장치가 달린 사물인터넷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2020년대 중반에는 1조개가 넘는 센서가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트릴리온 센서′ 시대가 열릴 것이란 예상도 있다. 그때가 되면 집이나 사무실을 비롯한 생활공간 곳곳이 소형 전자기기들로 즐비해질 것이다.

이 소형기기들은 배터리로 작동한다. 그런데 번번이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충전하는 건 번거롭기 짝이 없다. 자동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법은 없을까?

실내조명으로부터 생산·저장된 에너지로 실내 온도 및 습도를 측정하는 사물인터넷 기기를 작동하는 개념도.
실내조명으로부터 생산·저장된 에너지로 실내 온도 및 습도를 측정하는 사물인터넷 기기를 작동하는 개념도. ⓒ유니스트 제공

탁상용 전기스탠드, 주방등 같은 실내 조명의 빛을 전기로 바꿔 이를 해결해주는 기술이 개발됐다. 송현곤-권태혁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교수팀은 실내 조명에서 나오는 빛 에너지만으로도 무선 충전이 가능한 이차전지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실용화할 경우, 조명으로 쓴 뒤 사라져 버리는 ‘빛’을 전기로 바꿔 다시 쓰는 ‘에너지 재활용’이 가능해진다. 권태혁 교수는 “실내조명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10%에 육박할 정도라서 ‘에너지 재활용’ 잠재력이 막대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내조명으로 5분 충전한 뒤 멜로디 키트를 작동하는 실험.
실내조명으로 5분 충전한 뒤 멜로디 키트를 작동하는 실험. ⓒ유니스트 제공

연구진이 개발한 것은 전기 생산뿐 아니라 저장까지 가능한 ‘염료감응 광충전 전지’다. 빛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염료감응 태양전지’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결합했다. 태양전지를 비롯한 광전지는 빛에 반응하는 물질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이 가운데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아주 작은 빛에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밝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안정된 전기 공급이 어렵다. 그래서 저장장치가 결합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축전기(콘덴서)는 저장 용량이 적은 게 흠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이차전지(배터리)를 결합해 쓸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공동1저자인 이명희 에너지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광전지와 이차전지를 융합하려면 광전지 전극에서 생성된 전자가 이차전지 양극까지 안정적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으로 사용되는 ‘리튬망간산화물’의 표면에 탄소를 주입해 음극으로 사용함으로써 이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좀 더 효율이 높은 ‘산화환원 중계물질’을 찾아내 광전지의 에너지 변환효율도 높였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염료’가 식물 엽록소처럼 태양광을 받아 에너지를 생산한다. 염료가 빛을 받으면 전자를 잃어버리는 산화 반응이 일어나고, 이 전자가 이동하면서 전기가 만들어지는 메카니즘이다.

왼쪽부터 권태혁 교수, 김병만 연구원, 이명희 연구원, 송현곤 교수.
왼쪽부터 권태혁 교수, 김병만 연구원, 이명희 연구원, 송현곤 교수. ⓒ유니스트 제공

에너지변환·저장효율 11.5% “세계 최고 수준”

연구진이 개발한 전지의 에너지변환저장효율은 11.5%다. 송현곤 교수는 ”이는 저조도 환경에서 구현한 것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광충전 전지 6개를 직렬로 연결해 실내조명(LED)으로 10분 충전한 후 사물인터넷 센서를 작동하는 데도 성공해 상용화 가능성도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20일 에너지 분야 학술지 ‘에너지 및 환경과학 (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EES)’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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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테크 #배터리 #사물인터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