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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의 효과 : 투자자들이 한국 금융시장으로 모이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전 세계의 모범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시장에서도 그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허완
  • 입력 2020.04.24 17:57
  • 수정 2020.04.24 18:00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서울 시내의 한 골목을 걷고 있다. 2020년 4월22일.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서울 시내의 한 골목을 걷고 있다. 2020년 4월22일. ⓒREUTERS/Heo Ran

서울/싱가포르 (로이터)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의 와중에 한국의 증시가 전 세계 다른 주요 국가들보다 훨씬 더 강하게 반등하고 있고, 채권 시장으로의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량으로는 아시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성공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해낸 한국이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더 일찍, 더 탄탄한 모습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지닌 한국은 봉쇄 조치 의무화나 대규모 부채 조달을 통한 부양책 없이도 일찌감치 코로나19 유행을 통제한 국가들 중 하나다.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진단검사와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시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한국은 현재까지 확진자수를 1만1000명 밑으로 묶어두고 있다. 사망자는 240명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이는 한국의 채권을 매입하고 있으며, 코스피지수는 3월 저점에 비해 30% 넘게 회복했다. 개인 투자자들부터 기관에 이르기까지 회복 장세를 보이는 증시에서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코로나19) 위기를 매우 잘 관리해낸 사례들 중 하나다.” 1조달러(약 1200조원) 규모를 운용하는 프랑스 나틱시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글로벌 마켓 투자전략 부문 수장 에스티 드웩이 말했다.

″(앞으로도) 훨씬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우리는 한국이 아시아의 다른 이머징 국가들과 함께 승자 중 하나가 될 거라고 본다.” 그가 말했다. ”한국은 불과 몇 주 전에 우리가 일부 자금을 옮겨놓은 지역 중 하나다.”

한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건수(왼쪽), 3월 저점 이후 한국 코스피(빨간색)의 상승세.
한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건수(왼쪽), 3월 저점 이후 한국 코스피(빨간색)의 상승세. ⓒReuters

 

코스피지수는 3월19일 저점에 비해 31% 상승했다. 한국 증시보다 규모가 작은 태국과 비슷한 수준이고, 이보다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건 코스피 시가총액의 1%도 채 되지 않는 아르헨티나의 S&P메르발지수가 유일하다. 이같은 상승폭은 한국의 수출이 급감하고 경제가 수축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기록된 것이다.

지난 3월 한국의 국고채에는 36억달러(약 4조4400억원)의 투자금이 몰려 3개월 연속으로 순유입세를 이어갔다. 3월 한 달 동안 아시아 전체적으로는 최근 7년 사이 가장 큰 규모의 해외 자금이 국고채 시장에서 유출됐다.

한국의 국고채 10년물의 수익률은 1.56%로 태국의 수익률 1.23%와 비교하면 매력적인 수준이다. 한국과 신용등급이 같은 프랑스와 영국의 국고채 수익률은 각각 0.078%와 0.292% 수준이다.

″간단히 말해 (한국과) 비슷한 신용등급을 가진 이머징 국가들 중에서 이보다 나은 수익률을 가져다 주는 곳은 없다.” NH투자증권의 신환종 FICC리서치센터장이 말했다.

올해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하락률 6%는 한국과 비슷하게 위험에 민감한 호주달러(AUD)나 뉴질랜드달러(NZD)의 하락폭 10%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골드 스탠더드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억제 전략은 검사, 철저한 역학조사와 추적 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장기적인 의무적 봉쇄 조치나 강제 영업 중단은 없었다.

현재까지는 이같은 전략이 통하고 있다. 지난주 신규 확진자수가 10명 아래로 떨어지자 정부 당국은 며칠 내로 신규 확진자수가 0명으로 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쇼핑몰로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고, 주민들은 밖으로 나와 봄 날씨와 벚꽃 시즌의 마지막을 즐기고 있다.

″이 지역에서 골드 스탠다드(최고의 기준)을 제시한 곳은 몇 군데 안 된다. 한국, 호주, 뉴질랜드가 모두 눈에 띈다.” 호주 멜버른의 K2애셋매니지먼트 리서치 부문장 조지 보보라스의 말이다.

″(이들 시장에 투자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포트폴리오 중 상당수는 그 이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보보라스가 말했다. 그가 담당하고 있는 아시아 중심 펀드는 최근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로 매입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3월 저점에 비해 17% 회복했다.

(자료사진)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
(자료사진)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 ⓒREUTERS/Kim Hong-Ji

 

그러나 이같은 회복세가 심리적 요인에 따른 것인만큼 위험은 여전히 높다. 4월 첫 20일 동안 한국의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 하락했고, 한국 경제는 2008년 1분기 이후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나틱시트의 드웩은 ”집단면역”이 낮은 상태에서 한국이 2차 유행에 취약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보보라스는 원화가치가 여전히 약세인 상황이라며 상당수 한국 기업들의 ”(주식시장) 가치”가 아닌 ”성장” 실적을 본다면 이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호주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불안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번주에 호주 BHP그룹이 최근 중국의 주요 구매자로부터 철광석 주문이 증가함에 따라 양호한 실적을 전망했음을 언급했다.

240억호주달러(약 18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호주 시드니의 글로벌 투자사 플래티넘 애셋 매니지먼트의 펀드매니저 스콧 길크리스트 역시 전 세계적인 수요 위축은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들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는 주기적으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많다.” 그가 말했다. ”실적이 개선되거나 사업 모멘텀이 나아질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국가별 GDP 대비 재정적자(통합재정수지) 비율
국가별 GDP 대비 재정적자(통합재정수지) 비율 ⓒReuters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주식시장과 채권, 환율시장에서 나오는 신호들은 긍정적이며,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이 경제적 어려움을 견뎌내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한다.

한국은 낮은 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도입된 부양책에 들어갈 국가 재정은 국내총생산의 2%에 불과하다. 11%에 달하는 미국이나 S&P에 의해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호주의 10%보다 낮은 수준이다.

S&P의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신용등급 담당이사 이판 푸아는 ”한국의 재정지표는 등급이 높은 국가들 중서도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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