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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09일 14시 0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7월 09일 14시 05분 KST

보이는 상처와 보이지 않는 상처 – 고문 생존자를 치료하는 국경없는의사회

Albert Masias
아테네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고문 피해자 지원 센터 입구.아테네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고문 피해자 지원 센터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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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프랑코 데 마이오 / 국경없는의사회 고문 생존자 지원 프로그램 담당자 인터뷰

지안프랑코 데 마이오(Gianfranco De Maio)는 2015년 10월부터 로마에서 고문 피해자를 지원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재활센터에서 활동을 시작해, 현재 세계 곳곳에서 고문 생존자를 지원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센터들의 의료 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지안프랑코는 고문과 부당한 대우가 육체적 차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면서, 국경없는의사회가 환자들에게 포괄적 지원을 실시하면서 복잡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들려주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고문 · 부당 대우 생존자 전담 센터를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일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는 없나요?

=국경없는의사회는 아프리카 중부, 멕시코,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고문 피해자들을 치료했습니다. 이주하며 거쳐간 나라에서 혹은 이주한 나라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사람들도 있고, 박해와 고문과 학대를 피해 고국을 탈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수년간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고문이라는 것이 단순히 육체적 건강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차츰 이해했습니다. 고문은 육체적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 인류적 문제로 봐야 합니다. 그러니까 고문은 보이는 상처와 보이지 않는 상처를 다 일으킵니다.

우리는 환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다시 사회적 관계를 맺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활동합니다. 고문과 부당 대우는 의미 있고 균형 잡힌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을 공격합니다. 그래서 타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결국 이 때문에 존엄성을 잃게 됩니다.

고문이 초래한 신체적 증상만 치료한다면 그 이면의 복잡한 문제는 등한시하게 됩니다. 그래서 국경없는의사회는 뭔가 다른 접근을 취해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방식을 택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의료적 지원도, 심리적 지원도 충분치 않습니다. 사회적 · 법적 문제도 해결해야 하니까요. 국경없는의사회 재활센터에서는 그 부분을 다룹니다. 현재 우리의 지원 활동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봅니다.

-환자를 ‘희생자’가 아닌 ‘생존자’로 보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희생자’라고 말하게 되면, 고문 당한 사람은 뭔가 약한 존재라는 낙인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환자를 치료할 때, 우리는 그들이 정말 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토록 끔찍한 경험을 했지만 이렇게 우리를 찾아오고 다시 삶을 꾸려 나가겠다는 의지가 있는 분들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그분들을 ‘생존자’라고 부르는 겁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다각적 접근 방식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각 센터에서는 의사, 문화 중재인,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심리학자 이렇게 5명이 한 팀으로 활동합니다. 우선 각 팀원이 환자와 개별 면담을 실시한 뒤, 팀이 모여 환자에게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고 그에 알맞은 치료 프로그램을 수립합니다. 다각적 접근이란 환자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의사는 사회복지사의 의견을 수렴해 치료법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물리치료, 법적 조언, 증상 치료 등 개별 활동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는 환자와 따로 만나 환자 본인이 원하는 것과 치료 방식을 듣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고문 생존자가 자립심을 다시 기르게 하려는 거죠. 그러지 않고 그냥 “심리치료 15번 받으시면 나을 거예요.”라고 말할 순 없는 겁니다. 우리가 중시하는 건 얼마나 많은 지원을 하느냐가 아니라, 환자가 어떤 지원을 받느냐 하는 것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환자를 어떻게 찾습니까?

=예를 들어, 로마에서는 도착하는 난민 · 이주민을 관리하는 공공 기관과 협력해 그들이 환자를 국경없는의사회에 안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등 다른 곳에서는 현지 민간 단체들과 유엔난민기구(UNHCR)와 협력합니다. 이제 우리 센터에 대해 들어본 환자들이 많아서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문은 육체적 영향 그 이상이라고 했는데요. 고문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처음 들을 때는 정말 충격적입니다. 환자들이 자신이 아니라 마치 다른 사람 일을 얘기하듯 냉정하게 이야기를 하거든요. 생존을 위해 거리를 두려는 일종의 방어기제인 거죠. 성폭력 문제일 수도 있는데 마치 자신은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대합니다. 처음엔 그렇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들은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을 매우 드라마틱하게 이야기합니다. 때로는 과거 일을 마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묘사하기도 하죠. 그러면서 “그 사람들이 지금 여기 있어요. 또 절 쫓아온 거예요. 그들을 좀 막아주세요!”라며 다급하게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의사나 치료사는 어떻게 반응하나요?

=때로 치료사도 환자의 묘사에 맞춰서 당장 고문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며 “이제 그만 멈춰!” 하고 말하기도 합니다. 환자들에게는 정말이지 고문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어떤 경우에는 자리를 3개 마련합니다. 하나는 환자, 하나는 치료사, 그리고 하나는 빈 자리로 두는데요. 그 자리는 고문자의 자리입니다. 이를 통해 환자들의 상황과 태도를 더 잘 이해하려는 거죠.

생존자의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고문자의 논리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왜 그들이 내 옷을 벗기고 내게 수치를 줬을까?’ ‘왜 그들은 내 발바닥을 채찍질한 걸까?’ ‘내 손가락과 성기에 왜 전선을 갖다 댄 걸까?’ … ‘내가 기억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등등을 생각해 보는 거죠. 이렇게 해서 지나간 일들을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생존자들은 자신의 잘못 때문에 고문과 학대를 당한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그게 자기 잘못이고, 그런 일을 당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생존자들이 많거든요. 고문자들이 그런 메시지를 주기 때문입니다. ‘너는 반역자다’ ‘너는 ** 정당을 지지하니까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싸다’ 같은 말들 말입니다. 그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려면 빈 의자의 고문자와 직면해야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말하는 재활이란 무엇입니까?

=재활은 환자가 (의료적 · 법적 · 사회적 · 정신적) 필요를 해결해 줄 전문가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자신이 머무르던 환영센터에서 끊임없이 악취 때문에 괴로워하던 환자가 있었습니다. 그가 고문 당했던 리비아에 있을 때와 같은 냄새가 난다는 것이 문제였는데, 뭔가 이치에 맞지 않는 반응이었습니다. 환자는 그 냄새 때문에 계속해서 폭력과 잔인함을 떠올리게 된 것입니다. 다행히 그 문제는 고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불러 그 냄새를 없애도록 조치했습니다.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정신적 압박에 눌려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조금씩 조금씩 그 압력을 제거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환영센터의 냄새처럼, 아주 사소한 것만 수정해도 타인에 대한 신뢰를 되찾고 자살 충동 · 악몽 · 공격성 · 절망감 등을 떨쳐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환자들이 다시 자신의 능력을 신뢰하고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재활입니다.

때로 환자가 퇴원하기 전에 함께 이를 기념하고 싶은 경우가 있습니다. 한번은 팀이 다 같이 모여 퇴원을 앞둔 환자의 선물을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많은 환자들처럼 그분도 난민으로서 고되고 긴 여정을 한 분이었는데요. 우리는 그분을 위해 알록달록하게 채색된 가방을 선물했습니다. 새로운 삶으로 들어가게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죠. 자기 스스로 주도하며 다른 사람들과 긍정적인 새 관계를 맺는 삶 말입니다. 감사하게도 그 환자 분은 우리가 뜻한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분은 자신의 고통을 우리가 이해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이제 눈앞에 놓인 삶을 향해 전진할 수 있다는 데 감격해 두 시간을 펑펑 울었습니다.

Albert Masias
아테네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고문 피해자 센터에서 만난 압둘(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