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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 06일 09시 40분 KST

'스타킹 모델 구한다' 쇼핑몰 사칭해 십대들에 사진 요구하는 사기가 늘고 있다

신체 사진을 받기 위해 가짜 사업자등록증, 쇼핑몰 사이트를 만들었다.

여성용 스타킹 등을 판매하는 한 업체 대표 ㄱ씨는 최근 황당한 연락을 잇달아 받았다. “왜 사진만 받고 입금을 해주지 않느냐”는 항의였다. 또 다른 업체 대표 ㄴ씨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ㄴ씨는 “나흘 동안 왜 입금하지 않느냐는 피해자들의 전화가 100통 가까이 왔다”고 말했다.

via 한겨레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 내용.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스타킹 업체 직원을 사칭해 10~20대 여성들에게 모델 일을 제안하며 신체 일부 사진을 받은 뒤 잠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피해 여성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해 여성들을 착취한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ㄱ씨와 ㄴ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신원미상의 이 이용자는 여성들에게 디엠(DM·개인메시지)을 보내 스타킹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모델을 해달라고 접근해왔다. “쇼핑몰에 급하게 제품 후기가 필요한 상황이니, 갖고 있는 스타킹 등을 신고 사진을 찍어 보내주면 돈을 보내주겠다”는 식이다. 그는 구체적인 자세 등을 요구하며 사진 한장에 6만원, 얼굴이 나온 사진은 10만원까지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여성들로부터 사진을 받으면 계정을 닫고 잠적했다.

ㄱ씨 등은 이 이용자가 지난달 10일께부터 적어도 업체 3곳을 사칭해 범행을 벌여온 거로 보고 있다. 이 이용자는 여성들의 경계를 풀기 위해 가짜 사업자등록증 등도 이용했다. 일부 여성들이 ‘쇼핑몰을 사칭해 사진만 받아내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면, 위조한 명함과 사업자등록증 사진을 보여주면서 ‘포털과 연동된 공식 쇼핑몰’이라고 안심시켰다. 사칭한 쇼핑몰과 비슷한 가짜 누리집까지 만들어 링크를 보내주기도 했다. 해당 누리집엔 되레 ‘사칭 주의’라는 안내 글까지 띄워 피해자들의 의심을 누그러뜨렸다. ‘다른 곳에서 사칭을 당하면 가보라’며 사칭 쇼핑몰 피해자들이 모인 오픈채팅방 주소까지 보내주기도 했다.

ASSOCIATED PRESS
자료사진

사회생활 경험이 적은 10~20대 피해자들을 상대로 협박도 했다. 의심을 놓지 못하고 사진 보내기를 머뭇거리는 피해자에게 “당신 때문에 모델을 구하지 않고 있었으니 피해 보상을 묻겠다”고 말한 것이다. 겁먹은 피해자가 사진을 보내면 한술 더 떠 얼굴이 나온 사진을 다시 요구하기도 했다.

피해 여성들은 엔번방 사건 때처럼 자신의 신상정보와 사진이 모르는 이에게 배포될지도 모른다며 떨고 있다. 피해를 본 김아무개(23)씨는 “사진이 에스엔에스에 유포되거나 심지어 ‘상품’으로 거래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며 “다른 피해자들은 대부분 미성년자라서 부모님에게 알리기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ㄱ씨도 “이용자가 쇼핑몰 여러 곳을 옮겨 가며 사칭하고 있다. 피해 여성들이 더욱 늘어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