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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대기오염이 빈곤층을 위협하고 있다

슬럼에서 내쫓긴 파리다가 말했다.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는가?"

  • 김성환
  • 입력 2018.02.01 16:11
  • 수정 2018.02.01 20:00
ⓒFayaz Kabli / Reuters

파리다(Farida)는 인도 뉴델리에 있는 최대 규모의 슬럼 가운데 하나인 풀 미타이(Pul Mithai)에 살던 적이 있었다. 그는 매일 아침 시장에 가서 트럭 주위를 돌며 떨어진 곡식 낟알이나 버려진 과일과 채소를 주워와 씻어서 팔았다.

2017년 12월, 인도 정부는 풀 미타이 주민 수백 명을 내쫓았다. 파리다 부부와 두 아이들도 떠나야 했다. 주거권 활동가들은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가 인도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청결을 홍보하기 위해 펼치는 ‘깨끗한 인도’(Clean India) 운동을 내세워 풀 미타이와 같은 슬럼에서 사람들을 몰아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거리에 나앉은 파리다의 가족은 뉴델리의 악명높은 대기오염에 더욱 심하게 노출됐다. 2017년 인도 대기오염은 역사상 최악의 수치를 기록해, 정부는 폐교 조치를 내렸고 항공사들은 일부 노선을 취소해야 했다.

대기오염 때문에 파리다는 기침을 달고 산다. 아이들은 늘 눈이 따갑다고 하고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파리다(그는 성은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는 갈 곳도 없고, 자신과 아이들을 매연으로부터 보호할 방법도 없다.

현재 파리다는 교통량이 많은 고가도로 아래에서 산다. 부서진 가구, 찢어진 방수포, 대나무 조각, 플라스틱과 끈으로 침대를 만들었다. 시장으로 가는 파리다의 가족 옆으로 트럭이 짙은 매연을 내뿜으며 지나가며, 소변과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

"가끔은 동네 전체에서 석유 냄새가 날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는가?”

 파리다의 말이다.

델리의 오염은 최근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2017년 11월 초에 일부 지역은 미국 환경보호국 기준으로 ‘건강에 좋지 않다’는 수치의 5배 가까운 오염도를 보였다. 이로 인해 정치적 위기가 일었고 의회 앞에서 수백 명이 시위를 벌였다.

정부는 건강 경고를 발령하며, 집에 있거나 카풀을 이용해 출근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는 델리 주민들은 공기 청정기를 사고, 마스크를 쓰고, 실내에 머무를 수 있지만, 노숙인들은 그럴 수가 없다. 오염으로 인해 호흡기 문제와 기관지염의 위험이 증가했으며 심지어 결핵에 걸릴 수도 있다.

 

ⓒHindustan Times via Getty Images

2017년 10월에 랜싯 의학 저널에 실린 보고서에 의하면 전세계 사망자 6명 중 1명은 오염에 의해 사망한다. 2015년에 공해 때문에 조기 사망한 경우가 900만 건으로 추정된다. “이는 AIDS, 결핵,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을 다 합친 것보다 세 배 많고 모든 전쟁과 폭력에 의한 사망자보다 15배 많다.”

보고서에서는  “공해가 가장 심한 국가들 경우, 공해 관련 사망이 전체 사망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고도 밝혔다. 

이 연구에서는 2015년에 전세계에서 공해 관련 사망이 가장 많았던 나라로 인도를 꼽았다. 공해 때문에 이른 죽음을 맞은 사람이 250만 명인 인도는 전세계 오염 관련 사망건의 28%를 차지했다.

인도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역시 저소득 계층이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에 인도의 오염 관련 사망자 중 92%는 소득 중하위 계층이었다.

빈곤층과 노숙자들은 오염에 크게 영향받고 있다. 오염원에 더 가까이 살고, 진료도 잘 받지 못한다. 영양실조와 깨끗한 물 부족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인구가 1100만 명인 델리에 노숙인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정치 이슈화되어 있다. 인도의 NGO인 주택과 토지권 네트워크(The Housing and Land Rights Network)는 15만에서 20만 명 사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보다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

노숙인들과 슬럼 주민들은 공장과 자동차 매연, 밭을 태운 연기에 노출되는데다, 요리나 난방을 위해 불을 지피곤 한다. 플라스틱이나 폐타이어 등을 태우기도 하는데, 이때 방출되는 연기도 유독성이 아주 높다.

그러나 중앙 정부와 주 정부는 노숙인들 보호 조치를 거의 취하지 않았다고 풀뿌리 활동가들은 주장한다. 2016년과 2017년에 몇 주 동안 델리 정부는 차량 매연 감소를 위해 2부제 운행 제도를 시행했다.

정부는 성공했다고 주장하나, 오염도가 낮아졌는지는 명확하지 않았고 결국 2부제는 폐지되었다.

ⓒSaumya Khandelwal / Reuters
ⓒSaumya Khandelwal / Reuters

오염이 점점 심해지던 2017년 11월에 델리 주정부는 헬리콥터로 물을 뿌려 오염물질을 빨아들이고 스모그를 없애려 해보았다. 하지만 스모그가 너무나 짙어 헬리콥터가 뜨지 못했다.

토지권 NGO에서 일하는 아쇽 판디는 풀 미타이 퇴거 조치에 대해 “중앙 정부가 노숙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젠 그들이 직접 지은 초라한 것마저 뺏고 있다. 추위와 오염 속에서 젖먹이와 노인들이 어떻게 살아남으란 말인가?”라고 말했다.

2017년 12월 어느 저녁, 남부 델리의 인기 관광지인 니자무딘(Nizamuddin) 근처에서 고무와 타르가 타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넓은 보도 여기저기에는 작은 모닥불 주위에 웅크린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추위 속에서 얼어죽거나, 살아남기 위해 유독한 연기 속에 들어가거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사회 정의 연구와 활동을 하는 NGO인 평등 연구 센터의 아르만 알카지의 말이다.

알카지는 오염도와 결핵 환자수는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다. 인도 의학 협회대기 오염, 영양실조, 인구과밀 때문에 인도에서 결핵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며, 치료제에 내성을 가진 결핵의 등장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니자무딘 앞에서는 울며 쌕쌕거리는 아기들을 안은 여성들이 밴 앞에 줄을 섰다. 지난 한 해 동안 이런 사람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원 봉사를 해온 이마마트 후세인 나크비는 델리가 오염으로 휘청거리고 있다고 한다. 기침이 심하다며 밴을 찾아오는 환자의 수가 두 배 가까이 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들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만 우리에게 온다. 우리는 늘 오염에 대한 기사를 읽지만, 그들은 현재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 다른 여성 두 명, 아이 세 명과 함께 앉아있는 살리마 데비는 지글지글 타오르는 불을 부드럽게 찌른다. 짙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살리마와 살리마의 어린 아기는 불에 다가간다.

“이 추위 속에서 살아남을 다른 방법이 있나? 뭔가 태우지 않으면 우린 얼어죽을 것이다.”

데비의 말이다. 나무 타는 연기는 건강에 나쁘지 않다, 아이에게 영향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나무 타는 연기에는 호흡기로 들어가 기관지염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미세 입자들이 여럿 포함되어 있다. 또한 벤젠, 포름알데히드, 아크롤레인, 다륜성 방향족 탄화수소 등의 유독 오염원도 들어있다.

ⓒDanish Siddiqui / Reuters

델리에서 20년 동안 의사 생활을 해온 프라디프 비잘완(Pradeep Bijalwan)은 빈곤층과 노숙인들을 무료로 치료해준다. 그는 노숙인들이 오염에 가장 취약하지만, 오염에 대한 걱정을 제일 덜하는 것이 노숙인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을 굶기지 않는 것 등 더 급한 문제 때문에 대기오염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다. 또한 델리의 다른 주민들과는 달리 오염의 영향만을 따로 느껴볼 수도 없다.

“이것은 그들의 삶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우리는 눈이 따갑거나 피부가 가려운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영양실조, 깨끗한 물 부족, 비위생적인 생활 환경 등과 오염이 합쳐져 결핵과 같은 병이 생긴다.”

빈곤층을 위한 대기오염 문제 해결 조치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중산층은 근시안적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불편함 이상은 생각하지 못한다.”

정부는 노숙인들에게 정부의 보호 시설을 찾으라고 권했지만, NGO 단체들은 보호 시설이 부족하다고 항의한다.

현재 노숙인들은 계속해서 거리와 다리 밑으로 돌아와 지낸다.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음식과 돈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자선 단체들은 음식과 담요 등을 나눠준다.

쓰레기장과 매립지에서 쓰레기를 주워 생활하는 모함마드 나지르(Mohammad Nazir·65)는 도매업자와 재활용업자들에게 팔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가져다 1kg에 한화 기준으로 약 오백 원을 받고 판다. 정부 병원들을 전전하던 그의 아내는 최근 며칠 동안 열에 시달리다 장티푸스 진단을 받았다. 하루에 천 원을 벌기 위해 쓰레기를 뒤져 2kg 이상을 모아서 팔아야 하는 사람으로서, 사립 병원의 진료비는 한 끼 식사비의 약 두 배에 해당하고, 그건 자주 누릴 수 없는 사치다.

나지르는 장갑을 끼지 않고, 쓰레기에 섞인 유독 물질, 매립지의 소각 연기 등에서 전혀 보호 받지 못한다. 이 년 전에 그는 결핵에 걸렸다. 약을 먹으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딸 결혼식 비용 때문에 약값을 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낫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주위 사람들 중 대여섯 명이 폐암에 걸렸으며, 한 친구는 허프포스트와 이야기하기 며칠 전에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고 나지르는 말한다. 쓰레기를 주워 생활하는 자신의 지인들은 전부 일종의 호흡기 장애가 있으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돈이 없다고 한다.

그의 동료들 중엔 환자가 많지만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기는 힘들다. 쓰레기장에서 일하며 치료가 어려운 피부 감염을 얻게 되는데다, 대기오염 때문에 건강 문제가 더욱 악화된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병에 걸려서(예를 들어 기침) 정부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들은 제대로 진찰도 하지 않는다. 몇 초 정도 우리 말을 듣고는 약을 처방해준다. 우리는 며칠 뒤에 돌아가서 차도가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한 번은 의사 앞에서 심하게 기침을 했는데 의사는 자기가 준 약을 다 먹었으니 내가 벌써 다 나은 거라고 우겼다. 그런 말을 어떻게 반박하나?” 나지르의 말이다.

허핑턴포스트 India의  Delhi’s Pollution Is Putting The Poorest At Risk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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