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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의 빈민가에서 코로나19 집단면역이 발견됐다

이곳에서는 80명이 화장실 하나를 같이 쓰고 3평 공간에 8명 대가족이 산다.

  • 박수진
  • 입력 2020.07.30 14:39
  • 수정 2020.07.30 14:52
29일 뭄바이의 한 학교에서 학생 검진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의료진.
29일 뭄바이의 한 학교에서 학생 검진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의료진. ⓒINDRANIL MUKHERJEE via Getty Images

인도의 가장 가난한 지역인 뭄바이 빈민 지역 주민 열 명 중 여섯 명 꼴로 코로나19 항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빈민가의 좁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힘입어 소위 ‘집단 면역’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29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인구 2000만의 도시 뭄바이는 이달 초 빈민가 3곳에서 6936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혈액검사를 한 결과, 빈민가 주민의 57%, 비거주민의 16%에서 코로나19 항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항체란 바이러스 등 유해한 요소를 공격하는 단백질로,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자연적으로 회복된 이들에게 형성된다.

28일 뭄바이의 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장에서 의료진이 한 시민의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28일 뭄바이의 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장에서 의료진이 한 시민의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Hindustan Times via Getty Images

‘정부 방역 실패한 것일뿐’ vs. ‘집단면역 성공 사례’

이번 조사 수치를 인구에 적용하면, 뭄바이 빈민가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만 이미 486만명에 달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조사 대상자 대부분이 코로나19 증상이 없었고 사망자도 많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단지 무증상자가 많을 뿐 정부 방역이 실패한 결과라는 해석과 집단 면역이 성공적으로 형성된 사례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집단 면역은 인구 60%가 항체를 가지면 그 나머지 중에서 일부 확진자가 생겨도 병을 확산시키기 어렵다는 이론이다. 뭄바이의 수치는 거의 집단 면역 수준에 도달했다.

높은 항체율이 나온 뭄바이의 3개 교외 빈민 지역은 다히저, 쳄부르, 마퉁가다. 인도 국립역학연구소는 ”뭄바이의 빈민가가 집단 면역에 도달했을 수 있다”면서 ”뭄바이 사람들이 감염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원한다면 이곳에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뭄바이의 한 어린이집에서 의료진이 아이들의 체온을 재고 있다.
28일 뭄바이의 한 어린이집에서 의료진이 아이들의 체온을 재고 있다. ⓒHindustan Times via Getty Images

‘사회적 거리두기’ 지킬 수 없었던 환경

높은 항체율은 역설적이게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했던 것이 이유로 추정된다. 뭄바이 빈민가는 좁은 공간에 많은 이들이 빽빽하게 살고 있는 것으로 악명 높다.

뭄바이 빈민 지역들은 의도하지 않게 집단면역이 채택된 측면이 있다. 같은 뭄바이라도 아파트나 주택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지역 주민들의 바이러스 항체 형성은 16%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가장 큰 빈민 지역인 다라비는 88만여명이 3.4제곱킬로미터(km²)에 모여 산다. 약 103평 정도 되는 땅이다. 80명이 화장실 하나를 같이 쓰고 9제곱미터(㎡) 방에 8명 대가족이 산다.

뭄바이 빈민가에서는 4월에 처음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최근 몇주간 감염이 급격히 감소했다. 인도 전체적으로 환자는 급속하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는 이례적인 것으로, 이 지역에 집단면역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번주에는 뭄바이 전체의 신규 확진자도 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7월26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버스 정류장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하는 안내 포스터가 붙어있다.
7월26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버스 정류장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하는 안내 포스터가 붙어있다. ⓒTT News Agency / reuters

스웨덴과 달랐던 점

지난 4월 뉴욕시 조사에서는 주민 21.2%,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14%가 코로나19 항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면역 형성 전략을 정책적으로 채택한 스웨덴이지만 집단 면역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봉쇄를 시행한 이웃 국가들보다 사망자만 더 많아 이 전략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

그런데 이번 결과는 인구층이 상대적으로 젊은 인도에서는 취약층은 보호하면서 바이러스를 인위적으로 억제하지 않는 집단 면역 전략이 성공할 수도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연령대가 큰 요소는 아니었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 빈민가에 대한 정부의 빠른 봉쇄와 방문 건강검진, 신속한 격리시설 설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 지역 감염과 사망률이 낮아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뭄바이는 수도 뉴델리와 함께 인도에서 가장 큰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도시 중 하나다. 인도 전체에서는 지난 1월 말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153만여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3만4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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