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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 11일 11시 19분 KST

"30대 후반에 왜 공부하면 안 되지?" 러시아 출신 일리야 벨랴코프가 한국 사회의 어두운 점에 대한 통찰력 있는 글로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틀린 말 하나도 없다.

JTBC
러시아 출신 일리야 벨랴코프

JTBC ‘비정상회담‘에서 러시아 대표로 출연했던 일리야. 그는 2003년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는데,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으로 ‘한국식 인생표’를 들었다.

일리야는 최근 공부를 위해 한 학원을 찾았다가 겪은 일을 토대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짚어 사람들의 공감을 부르고 있다. 10일 인스타그램에서 일리야는 ”내가 활동하는 분야에 지식이 부족해서 공부를 좀 하려고 했더니 (학원에서) 돌아온 답이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라며 “30대 후반에는 공부가 좀 그렇대”라고 말문을 열었다. 

Insung Jeon via Getty Images
서울 자료 사진 

1982년생으로 한국 나이 마흔인 일리야는 ”수강생들이 다 20대 초중반인데 내가 끼면 분위기가 어색해진다고 했다. 그래서 공부는 독학으로 하거나, 다른 데 알아보라고 조심스럽게 대화를 마무리했다”라며 ”공부에 미친 나라에서 하려는 공부를 못 한다니. 그것도 주민증에 나오는 앞 숫자 때문에. 이게 어디가 정상인지 나에게 알려줄 사람”이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일리야는 최근 인터넷에서 40대 초반 남자가 쓴 글과 그에 대한 반응을 보고 느낀 점도 솔직히 털어놨다. 자영업을 해왔으나 코로나 때문에 망했다는 40대 초반 남자는 자격증도, 안전한 수익도, 내 집도 없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인터넷에 글을 썼는데 그에 대한 반응은 죄다 ”불쌍하다” ”인생 망했다” ”방법이 없다”에 심지어 이 세상을 하직하라는 얘기까지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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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리야는 아무리 인터넷상이라지만 “40대의 건강하고, 자영업 경험이 20년이나 되는 건전한 남성”에게 쏟아지는 반응이 죄다 부정적인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며 ”(한국에서) 인생은 이미 다 짜여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학교를 졸업하면 직장을 다녀야 하고, 30대가 되면 결혼해야 하고, 그때 연봉은 얼마 정도 나가야 하고, 차는 특정 차종을 사야 하고, 30대 중반이 되면 자식을 낳고 그다음은 집을 마련해야 하고 등등”.

일리야는 ”한국 사회가 경쟁이 심하고, 공부를 안 하고 일을 안 하는 건 망하는 길이고, 문화 때문에 남들 눈치를 보고, 항상 뒤떨어지지 않도록 경주를 뛰어야 한다는 건 나도 잘 안다. 나도 역시 그러니까”라며 ”하지만 지나치게 강요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각자 자기 인생만 집중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부분이지 않을까”라며 ”아무리 내 가족이어도, 친한 친구여도, 왜 결혼 안 하는지. 왜 엄친아처럼 대기업에서 고액 연봉 안 버는지. 왜 학원 n군데 안 다니는지 관여 안 하면 안될까”라는 게 일리야의 이야기다.

일리야는 ”그렇게 되면 30대에도 학원에 갈 수 있게 되고, 40대에도 한 사업이 망한 후에 다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4년 전 귀화

러시아 출신인 일리야는 2003년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으며, 2017년에는 한국으로 귀화했다.

일리야는 NGO 조인어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귀화의 이유에 대해 ”비자를 갱신할 때마다 말도 안 되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너무 어려웠다. 예를 들면 1억 넘게 벌어야 하고, 아파트는 전세여야 하고 등등의 어려운 조건이 있었다”라며 ”마지막 갱신했을 때는 이런 속도면 내년에 갱신을 도저히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차라리 귀화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한, 일리야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쭉 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어차피 여기서 살 거라면 차라리 국민이 되는 게 훨씬 편하고 좋은 것 같다”며 ”외국인들은 부동산 구매가 어렵고 핸드폰 만들기도 어렵고 등등” 현실적인 이유로 귀화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곽상아 : sanga.kwa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