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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진보 초선의원 4인방 '스쿼드'가 경선에서 살아남았고, 이제 더 커질 예정이다

일한 오마르가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2018년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민주당에 새 바람을 일으켰던 '스쿼드'가 모두 재선에 도전하게 됐다.

  • 허완
  • 입력 2020.08.12 19:13
  • 수정 2020.08.12 19:18
(자료사진) 2018년 선거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된 민주당 진보파 초선의원 4인방 '스쿼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싫으면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는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라시다 탈리브, 아야나 프레슬리, 일한 오마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2019년 7월15일.
(자료사진) 2018년 선거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된 민주당 진보파 초선의원 4인방 '스쿼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싫으면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는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라시다 탈리브, 아야나 프레슬리, 일한 오마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2019년 7월15일. ⓒAlex Wroblewski via Getty Images

미국 민주당의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미네소타)이 자금력을 앞세운 경쟁후보를 따돌리고 경선에서 11일(현지시각)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2018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혜성처럼 등장하며 당 안팎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던 진보 여성 초선의원 4인방 ‘스쿼드’는 모두 11월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오마르는 미네소타 제5선거구에서 도전장을 낸 앤톤 멜턴-뮤스 후보를 57.44% 대 39.18%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변호사인 멜턴-뮤스는 반(反)유대주의 논란에 휩싸였던 오마르의 발언들을 집중적으로 비판했고, 오마르가 ”분열적”인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며 한층 더 보수적인 공약들을 제시하며 경선에 임했다. 오마르가 지역구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려는 ‘셀럽 정치’를 하고 있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바로 이 지역에서 벌어진 만큼, 경찰 개혁 방안도 경선 쟁점으로 떠올랐다. 오마르는 경찰 구조의 완전한 재편을 주장한 반면, 멜턴-뮤스는 경찰의 업무 범위를 축소·조정하는 선에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친(親)이스라엘 단체들을 중심으로 400만달러(약 47억원)의 선거자금을 모금했고, 선거광고에 돈을 쏟아부었다. 지역 언론이 ”미네소타주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이 투입된 경선”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일한 오마르는 친(親)이스라엘 단체로부터 거액을 후원받은 경쟁자를 따돌리고 경선에서 승리해 재선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2020년 8월11일.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일한 오마르는 친(親)이스라엘 단체로부터 거액을 후원받은 경쟁자를 따돌리고 경선에서 승리해 재선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2020년 8월11일. ⓒASSOCIATED PRESS

 

그러나 오마르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미네소타에서는 조직된 민중이 언제나 조직된 돈을 이긴다.” 경선 승리가 확정된 이후 오마르가 밝혔다. ”오늘밤 우리의 운동(movement)은 단순히 승리하기만 한 게 아니다. 우리는 변화를 일으키라는 명령을 (유권자들로부터) 얻어냈다.” 

내전을 피해 소말리아를 떠나 12살에 미국에 정착한 난민 출신인 오마르는 2018년 중간선거에서 당선됐다. 라시다 탈리브 하원의원(미시간)과 함께 미국 최초의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미네소타에서는 조직된 민중이 언제나 조직된 돈을 이긴다.

오늘밤 우리의 운동은 단순히 승리하기만 한 게 아니다. 우리는 변화를 일으키라는 명령을 (유권자들로부터) 얻어냈다. 우리를 꺾으려는 외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에도 기록적인 투표율을 이끌어냈다.

공격에도 불구하고 우리 지지는 견고해졌을 뿐이다.

이 선거는 나 혼자만의 선거가 아니다. 이 선거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고단함에 뿌리를 박고 있는 아젠다에 관한 선거이고, 이에 위협을 느낀 기업과 우파 기부자들에 대한 선거다.

이 선거는 단지 무슬림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그룹 전체 사람들의 이 나라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했고, 우리의 출신 국가들을 ‘거지소굴’이라고 부르고, 우리를 원래 나라로 돌려보내겠다고 위협했던 대통령에 맞서는 일에 대한 선거다.

이 선거는 전 세계의 기본적인 인권을 위해 맞서고 사람들의 인간성과 존엄성을 인식하기를 거부하는 군산복합체와 싸우는 일에 대한 선거다.

의회에서 여러분들을 대표한 건 내 평생의 영광이었으며 앞으로도 제5선거구 주민들을 위해 계속해서 봉사하기를 고대한다.

(자료사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흑인 인권단체 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가 주최한 타운홀 미팅에 나란히 참석한 '스쿼드'. 네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보수 공화당 인사들의 인종차별적 공격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 주류 기득권 정치인들의 도전과 견제에 맞서왔다.
(자료사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흑인 인권단체 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가 주최한 타운홀 미팅에 나란히 참석한 '스쿼드'. 네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보수 공화당 인사들의 인종차별적 공격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 주류 기득권 정치인들의 도전과 견제에 맞서왔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오마르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탈리브, 아야나 프레슬리(매사추세츠)와 함께 진보 초선의원 4인방 ‘스쿼드’로 불린다. 네 명 모두 여성에 유색인종이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지난달 치러진 경선에서 월스트리트 금융계 거물들의 자금 지원을 등에 업고 나선 미셸 카루소-카브레라를 무려 56.4%p 차이로 따돌렸다. ”아무리 많은 돈으로도 운동을 살 수는 없다.” 경선 승리 이후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그가 한 말이다.

탈리브는 지난주 경선에서 자신이 2년 전에 불과 1%p 차이로 꺾었던 브렌다 존스 디트로이트 시의회 의장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득표율 격차는 무려 32.6%p였다.

‘4인방’ 중 나머지 한 명인 프레슬리는 경쟁 후보가 나오지 않아 따로 경선을 치르지 않고 다음달에 후보로 확정될 예정이다. 네 명의 지역구 모두 민주당 지지세가 탄탄한 곳이어서 재선은 거의 확실하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보수 공화당 인사들의 (심심치 않게 인종차별적이었던) 집중 공격, 민주당 내 보수 기득권 세력의 견제와 도전을 가볍게 뛰어넘은 ‘스쿼드’는 이제 곧 새로운 동지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코리 부시(미주리)와 자말 보우먼(뉴욕)이 그 주인공이다.

2014년 퍼거슨 사태를 계기로 흑인 인권운동에 뛰어는 코리 부시는 재임 20년째인 현역 의원 레이시 클레이를 꺾고 세 번째 도전 만에 경선에서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에는 그가 두 번째 도전이었던 2018년 경선에서 패배하는 장면이 나온다.
2014년 퍼거슨 사태를 계기로 흑인 인권운동에 뛰어는 코리 부시는 재임 20년째인 현역 의원 레이시 클레이를 꺾고 세 번째 도전 만에 경선에서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에는 그가 두 번째 도전이었던 2018년 경선에서 패배하는 장면이 나온다. ⓒASSOCIATED PRESS

 

오카시오-코르테스와 함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Knock Down the Hous)‘에도 출연했던 코리 부시는 지난주 경선에서 ‘거물’로 꼽히는 현역의원 레이시 클레이를 꺾었다. 세 번째 도전 끝에 거둔 승리다.

두 자녀를 둔 싱글맘인 부시는 간호사로 일하던 2014년, 퍼거슨 사태를 계기로 ‘블랙 라이브스 매터’ 시위에 뛰어들면서 흑인 인권운동가가 됐고,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이번 경선에서 20년째 이 지역 하원의원으로 재임하고 있는 클레이를 3.1%p 차이로 따돌렸다. 

″다른 해도 아니고 올해에 우리가 흑인, 노동계급, 싱글맘을 의사당으로 보내게 됐다니 정말 역사적인 일이다!” 그가 경선 승리의 기쁨을 표현하며 한 말이다. ”오늘, 민중이 승리했다.”

진보 교육운동가 자말 보우먼은 경선에서 현역 거물 정치인 엘리엇 엥겔에게 승리를 거뒀다.
진보 교육운동가 자말 보우먼은 경선에서 현역 거물 정치인 엘리엇 엥겔에게 승리를 거뒀다. ⓒASSOCIATED PRESS

 

진보 교육 운동가 뉴욕의 자말 보우먼은 1989년부터 ’16선′ 하원의원으로 재임해왔고 현재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엘리엇 엥겔을 경선에서 끌어내렸다. 보우먼은 대기업과 군산복합체의 후원을 받는 엥겔을 전형적인 기득권 엘리트 정치가로 규정했고, 지역구의 평범한 서민들이 아닌 ‘외교 정책에 치중된’ 그의 의정활동을 비판했다.

민주당 내 진보 정치그룹 ‘정의 민주당원(Justice Democrats)’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보우먼이 지지율을 빠르게 끌어올리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해 힐러리 클린턴 등 민주당 주류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엥겔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경선 결과는 ‘변화’를 내건 보우먼의 승리였다.

″더 이상은 그저 민주당원이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포드햄대학교 교수 크리스티나 그리어(정치학)가 보우먼의 승리에 대해 한 말이다. ”민주당의 이념적 다양성, 자명한 인종적 다양성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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