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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22일 10시 12분 KST

최병옥 강동구청 주무관은 전국 최초로 '아이스팩 수거·재사용 시스템'을 구축해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지난해 아이스팩 12만3983개를 수거하는 성과를 냈다.

한겨레/최 주무관 제공
21일 서울 강동구청사 앞 아이스팩 수거함에서 아이스팩을 든 최병옥 강동구청 청소행정과 주무관. 기사를 위해 이날 아침 동료가 직접 찍어준 사진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신선한 음식을 포기할 수 없는 도시인들은 택배 상품에 길들여져있다. 신선식품 배송에는 대부분 아이스팩이 사용된다. 물컹물컹한 겔 형태 고흡수성수지가 들어간 아이스팩은 그대로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문제는 자연분해도 안 되고 소각·매립도 어렵다는 점이다. 아이스팩을 찢어 내용물을 하수구에 버리면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이런 아이스팩이 2019년 한해에만 2억1천만개가 사용됐다.

정부는 2023년부터 겔 형태 아이스팩을 생산할 경우 부담금을 내도록 정책을 바꿨지만 아이스팩이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마켓컬리·쿠팡 등 배송업체들은 물을 얼려 만든 아이스팩을 사용하고 있지만, 냉동 효과가 겔 형태 아이스팩보다 떨어진다. 아이스팩은 버려지거나 냉동실 구석, 베란다 한 쪽에 쌓여있다.


처치 곤란인 아이스팩을 수거하고 이를 다시 나눌 방법은 없을까. 동네 생활을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 등에는 아이스팩 나눔과 처리 방법을 문의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시민들의 마음을 알아채고 전국 최초로 ‘아이스팩 수거·재사용 시스템’을 구축한 공무원이 있다. 서울 강동구청 청소행정과 최병옥 주무관이다. 그는 ‘적극 행정’의 공을 인정받아 지난달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지구의 날(4월22)을 맞아 <한겨레>는 최 주무관을 인터뷰했다.

 

기업·시장상인·환경단체 협동해 아이스팩 문제 해결

최 주무관은 2018년 여름 강동구에 있는 현대홈쇼핑 마케팅 기법을 눈여겨봤다. 고객들로부터 아이스팩을 수거하고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구청에 환경·쓰레기 민원이 많이 접수돼요. 아이스팩을 그대로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 같아서 방법을 찾아보았죠. 다행히 강동구에는 대기업도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환경단체도 있고 전통시장도 있어서 순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스팩 순환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힘든 점이 없을 리가 없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재사용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었다. 강동구는 1년여 시범사업을 마친 지난해 6월에야 전통시장상인연합회와 지역 환경단체와 3자 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그는 명함을 들고 전통시장상인들, 소상공인들을 찾아 재사용 약속을 받았다. 환경오너시민모임 회원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수거함을 정리한다. 안전까지 고려해 전문소독업체를 통해 소독한 후 깨끗한 아이스팩 50개 들이 한 상자씩을 나눠주고 있다.

 

지난해 아이스팩 12만개 이상 수거 ‘성과’ 

시민 반응은 뜨거웠다. 구청과 동주민센터 총 18곳에 설치된 수거함을 통해 수거된 아이스팩은 지난해 62톤 규모 12만3983개였다. 전통시장과 식품기업, 현대홈쇼핑에서 5만5천여개를 재사용했고, 방향제 등으로 재탄생한 것도 1만1천여개였다. 처음에는 훼손되거나 재사용이 불가능한 아이스팩이 10개 중 4개 정도가 수거됐지만 현재는 10% 정도로 불량률도 줄었다.

지난달 기준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226곳 중 25곳에서 아이스팩 수거함 970여개를 운영 중이다. 최 주무관은 타지역 공무원들로부터 노하우를 공유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는 기업·시장·환경단체 등 관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꿀팁’을 전한다고 했다.

그는 강동구청 공무원으로 30년 동안 일하며 지역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 “너무 큰 단위의 지역보다는 기초지자체에서 시작해 점차 확대해야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한겨레/강동구 제공
올해 3월 강동구가 구 내에서 수거한 아이스팩을 암사시장 상인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강동구는 한국환경공단 등과도 아이스팩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협의하고 있다. 최 주무관도 강동구청이 고덕동에 짓고 있는 재활용센터에 플라스틱을 모아 재가공하는 ‘플라스틱 방앗간’과 같은 교육·휴식 공간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쓰레기가 자원이고 돈이다. 행정보다는 기업에서 먼저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강동구와 협약을 맺은 기업도 비용이 들기 때문인지 지속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며 기업의 적극적 참여도 요구했다.

“원래 업무에 하나의 일이 더 추가됐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람이 있어요.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의 호응 덕분에 제도가 안착할 수 있었어요.”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