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20년 10월 22일 17시 40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0월 22일 23시 34분 KST

[허프 인터뷰] 21대 최연소 국회의원 류호정은 이제 참지 않는다 : "내 역할은 20대 여성의 일상을 국회에 전시하는 것"

노란 빈백 놓인 류호정 의원실에 없는 세 가지는?

송홍주 사진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

류호정은 참지 않는다. 아니, 한 번은 참았었다. 게임 회사 재직 시절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 ‘이런 게 사회생활인가?’ 하고 참아 넘겼다. 그랬더니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걸 봐야 했다. 

해 뜨기 전 출근, 해가 진 뒤에 퇴근하는 ‘판교 오징어잡이 배’ 생활도 처음에는 잘 참았다. 더는 참기 힘들어 노동조합 설립에 관심을 뒀더니, 돌아온 것은 해고에 가까운 권고사직이었다.

21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이 된 류호정 의원은 이제 참지 않는다. 20대라서, 여자인데, 정치 경험도 일천한 것이, 소수정당 초선 의원 주제에 참지 않고 깨고 부수고 내지른다. ‘풀업 만렙’ 즐비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기본 아이템만 장착한 ‘쪼렙’으로 등장해 무서운 속도로 레벨업 중인 MMORPG 게임 속 전사의 기세로.

국정감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 21일, 허프포스트코리아가 류호정 정의당 의원(29)을 직접 만났다.

손홍주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허프포스트코리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감 스타’ 타이틀을 거머쥐다

 - 첫 번째 국정감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소감이 어떤가.

= 아직 다 끝나지 않아 소회를 밝히기는 이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고, 몇 달간 열심히 준비했다. 22일 종합국감이 남았는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 모든 국회의원이 국감에 매진하지만 모두가 주목받는 건 아니다. 이번 국감의 스타는 자타공인 류호정이었다.

= 내가 국감 스타가 정말 맞나? 뉴스를 챙겨보고 있지만 체감은 잘 안 된다. 기분 좋아지라고 이야기해주시는 거 같다.

- 다른 당 의원들까지 ‘국감 스타’로 거론하지 않았나. 더 당당해져도 된다. 이번 국감을 위해 어떤 숨은 노력이 있었나.

= 게임 회사에 다닐 때 ‘판교 오징어잡이 배‘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야근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여의도에도 ‘오징어잡이 배’가 있었다. 작은 회사 이야기는 기사 한 줄 나기가 어려운데, 어떻게 하면 전달력을 높일 수 있을까 아이디어 회의를 많이 했다. 의원실 식구들이 밤낮없이 고생해 연말에 휴가를 꼭 가야한다.

- 삼성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와 국회 무단출입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이번 국감의 최대 명장면이었다. 이후 삼성이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 다른 분들이 그러려니 했던 부분을 안 넘기고, ‘어떻게 들어왔지?’ 질문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왜 이렇게 국회를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가 알아봤더니 기자증으로 출입을 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 꼼수까지 써가며 국회를 들락거리고 결국 부사장 증인 재택 철회라는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까지 했다.

- 문제 제기 이후 ‘카르텔’이라는 표현을 썼다.

=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 관계 속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카르텔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기술 탈취 관련해 질의를 할 수 있었고, 중기부에서 심각하게 사안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얻어 냈다. 상임위 차원에서도 법률안을 준비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긍정적인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손홍주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개인업무용 책상. 정의당을 상징하는 색상인 노란색 아이템으로 가득하다.
손홍주 기자
류호정 의원 책상에 놓인 소품들. 게임기도 정의당을 상징하는 '노란색'이다.

류호정 의원실에는 세 가지가 없다. 짙은 체리빛이 도는 의원용 책상과 소파가 없고, 종이컵이 없고, 격식이 없다. 대신 빈백 의자와 아이패드, 집중을 위한 카페 음악, 촬영을 위한 조명 및 스크린이 있다. 업무에는 카카오톡 대신 공공기관용 협업툴을 쓰고 스타트업 회사처럼 호칭도 ‘의원님’이 아닌 ‘호정 님’으로 부른다. 의원실 평균 나이는 만 34세. 국회의원 평균 나이가 만 55세인 것을 비교하면 의원도 의원실 보좌진도 평균값에서 가장 먼 셈이다.

 

어이? 저도 어이없었죠

- 이 이야기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최창희 대표의 ‘어이’ 사건이 있었다.

= 나도 어이가 없으니까 순간적으로 그런 반응이 나왔다. 그분의 말을 끊는 추임새 같은 건데, 의도가 있었다기보다 습관적으로 쓰셨을 거다. 그래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 20대 여성인 류 의원이 국회 안에서 처한 상황을 대변해주는 장면이었다.

= 한편으로는 본말이 전도될(그 장면만 부각될) 것 같아 예의를 갖춰 달라는 선에서 마무리 했다. 당시 채용비리 건을 질의했고, ‘어이’만 부각될까봐 염려했는데, 결과적으로 화제가 돼버렸다.

- 덕분에 기성 세대의 ‘꼰대스러움’이 잘 드러났다.

= 국회 안에 있는 많은 분들이 그동안 자기 검열할 기회가 없었다. 공적인 자리에서 그러면 안 된다는 것도 이제 경험으로 아셨을 것이다.

- 지난 여름, 본회의장 원피스 논란도 참 소모적이었다.

= 그동안 의정 활동을 덮어버릴 만큼 파장이 컸다. 우리 국회가 천편일률적인 모습이기에 흔하고 평범한 원피스조차 특별해 보였던 게 아닐까. 그만큼 국회가 평범한 시민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는 증거다. 국회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계속 있어 왔는데, 복장 논란 역시 그 일환이었다.

손홍주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 정의당을 상징하는 '노란색' 파우치와 배낭도 보인다.

류호정 의원은 정치 입문 자체가 화제이자 논란이었다. 정의당 비례대표 1번을 받아 무혈 입성했고, 곧바로 ‘대리 게임’ 논란 등 자격 시비가 이어졌다. 국회 입성 이후 빨간색 원피스도 노란색 마스크도 심지어 검은색 정장을 입어도 매번 화제이자 논란이었다. 그의 기사에는 어김없이 응원의 글과 비난의 글이 동시에 쏟아진다. 

 

제 1호 법안 ‘비동의 강간죄’를 홍보합니다

- 국회 입성 전부터 논란과 주목을 동시에 받았다. ‘어디 한 번 잘하나 보자’는 식의 따가운 시선도 여전하다.

= 비판은 정치인의 숙명이다. 어떤 식으로든 비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듣는 자세를 취하는 게 맞다. 물론 정도를 넘어선 비난이나 성희롱 발언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 때문에 마음을 닫기 시작하면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못하게 된다. 비판도 관심이 있기 때문에 해주시는 거라 생각한다.

- 무관심보다 악플이 낫다?

= 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곧 정의당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일이기도 하다. 정의당이 참 많은 활동을 하지만 언론이나 대중에 ‘노출’이 많이 되지 않는다는 아쉬움은 평당원 시절부터 갖고 있었다.

- ‘노출’이라는 표현을 쓰는 걸 보니 영락없는 마케터다.

= 제가 게임 회사 마케터 출신이자 민주노총 홍보담당자였다. 홍보를 통해 이슈화를 꼭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알려지면 지금처럼 인터뷰 기회도 생기고 거기서 정책을 소개할 기회도 갖는다. 다 그릇이 커지는 과정이다.

- 홍보인 출신으로서 1호 법안인 ‘비동의 강간죄’를 소개해 달라.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동의없음’이라는 부분에 걱정과 우려가 많은 걸 안다. 피해자의 내심만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인데, 그 부분에 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폭행이나 협박의 수준이 어떠했느냐를 검사가 입증을 해야 했고, 현저하게 저항이 불가능해야만 강간죄로 인정됐었다. 더 이야기해도 되나.

- 물론이다.

= 현존하는 성폭력의 70% 이상이 폭행과 협박 없이 이뤄진다. 그런 상황에 놓이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는 몸이 얼어붙는다. 그래서 ‘동의없음‘이라는 구성 요건이 필요하다. 법이 개정되면 검사가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수사 방향이 바뀔 것이다. ‘무고’에 대한 우려는 다른 보호 조치를 통해 해결할 부작용으로, 개정안과는 분리해서 살펴야 한다. 명백하게 발생하는 처벌의 공백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손홍주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인터뷰 도중 노란색 파우치를 만지고 있다

 ″빨강 원피스를 입고 본회의에 참석했을 때나 이번 ‘어이 사태’ 등 나의 일상이나 의정 활동을 둘러싼 다양한 반응들을 젊은 여성들과 국민들이 다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역할은 20대 여성이 겪는 일상을 국회라는 공론장 위에서 전시하는 것이다. ″

 

권력자가 아닌 입법 노동자이고 싶다

- 류 의원을 흔히 ‘페미니스트’라 부르지만, 사실 정치 시작은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였다.

= 사회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노조에 관심을 가졌다. 게임 업계는 장시간 노동 문제가 심각했고, 특히 권고사직을 해고처럼 활용하고 있었다. 다들 IT 업계라고 하면 수평적이고 창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직접 겪어 보니 복장 자유 말고는 그렇지 않았다. 일할 때 소통이 별로 수평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이런 조직 문화를 바꿔 나가려면 노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게임 회사 출신 20대 여성의 노조 활동은 여전히 낯선 조합이다.

= 나 역시 노조를 떠올리면 빨간 조끼 입고 머리띠를 두른 화난 아저씨 이미지를 연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내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충분히 노동조합을 만들고 활동할 수 있음을 알았다. 이후 다니던 회사에서 노조를 만들려다 해고와 다름없는 권고사직을 당했고, 이후 바깥에서 노조 만드는 활동을 도왔다. 결국 모든 결정은 국회 담장 안에서 이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 들어와 보니 어떤가. 정말 바쁘지 않은가.

= 정말 바쁘다. 산자중기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경우 피감기관도 많아 절대적인 업무량이 많은 편이다. 정의당은 의석수가 많지 않지만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가 크고, 돌발 상황이 많아 항상 대기 상태로 지내야 하는 측면도 있다.

- 일과 삶의 균형은 어떻게 찾고 있나.

= 쉬는 것도 일이라고 생각하며 쉰다. 충분히 쉬지 않으면 업무에 지장이 있다는 생각으로 쉴 때는 철저하게 업무와 단절되려고 노력한다. 쉬는 시간을 정해 놓고 그 시간에는 휴대폰으로 업무 관련 내용을 보지 않으려 한다. 대신 유튜브를 본다거나 ‘동물의 숲(게임)’도 하고.

- 훗날 어떤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 필요할 때 곁에 있었던 국회의원. 인터뷰 때 항상 그렇게 이야기 한다. 정치는 사회적 약자의 무기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은 가진 권한이 많다. 그렇기에 가진 것이 더 적은 이들의 편에 서야 한다. 올해는 1호 법안인 비동의 강간죄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 2가지를 통과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할 생각이다.

- 블로그에 보니 위시 리스트가 ‘집권’이던데, 진심인가.

= 물론이다. 정당이라면 응당 집권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당장 할 수야 없겠지만 정의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잘 가다 보면 언젠가 해낼거라 생각한다.

손홍주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빈백에 앉아 태블릿을 보고 있다

류호정에 대한 TMI 다섯  

 

1. ENTP다. 박식하고, 개척 정신이 강하며, 창의성이 넘친다. 특히 민주노총 홍보는 류호정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탁월한 감각을 선보였다.

2. 비혼을 ‘강하게’ 주장하지 않았다. 비혼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비혼주의자는 아니다.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뿐이다.

3. 유튜브 채널 ‘메탈남‘, ’새덕후′에 빠져있다. 고양이 영상과 새 영상으로 힐링하며 삶의 여유를 찾고 있다.

4. 노회찬재단, 여성신문, 한국여성민우회, 닷페이스, 무지개재단, 그린피스 후원 회원이다.

5. 멘사 회원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적잖이 부끄러워했으나 의원실에서 소문 좀 내달라며 귀띔해줬다.

 

김임수 에디터: imsu.kim@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