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4월 13일 16시 22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4월 13일 16시 37분 KST

미국은, 그리고 트럼프는 어떻게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했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매우, 매우, 잘 준비되어 있다"고 말했다. 6주 뒤, 미국은 세계 최대 코로나19 발생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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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기자들을 지목하고 있다. 2020년 2월29일.

워싱턴 (AP)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공개적으로 언급했을 때는 너무 늦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세계 엘리트들이 스위스 알프스에 모이는 행사인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1월22일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온 호흡기 바이러스의 위험을 일축했다. 당시 이 바이러스는 미국 땅에 발을 들인 상태였다. 워싱턴주에서 환자 한 명이 나온 것이다.

″우리는 완전히 통제하고 있어요.” 트럼프가 CNBC에 말했다. ”중국에서 온 한 사람이고, 우리는 통제하고 있습니다. 아무일 없을 겁니다.”

 

이 인터뷰가 나온 지 11주가 지난 지금,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 방방곡곡에 도달했다. 50만명 넘는 미국인이 감염됐고, 최소 2만명의 미국인이 사망했다. 코로나19는 사회를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사람들이 자택에 격리됐고, 학교들이 문을 닫았으며, 경제를 완전히 파괴해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앗아갔다.

트럼프가 스위스에서 이 인터뷰를 할 때, 몇 주 동안 위험 신호는 이미 제기됐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위기 대응에 나서기 전인 2월 한 달 동안 다가오는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했던 핵심 조치들은 취해지지 않았다.

환자들의 목숨을 구할 의료장비는 비축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이동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채 계속됐다. 중국에서 나오는 핵심 공중보건 데이터들은 제공되지 않았거나 믿을 수 없는 것 취급을 받았다. 서로 경쟁하는 당국자들과 끊임없는 인력 교체로 분열된 백악관은 대응에 늦었다. 다급한 경고들은 탄핵재판에 온 신경을 쏟았으며, 자신의 재선 가능성을 높여줄 핵심 요인이라고 본 튼튼한 경제를 지켜내는 데 몰두한 대통령에 의해 무시됐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긴급 기자회견을 연 2월26일이 되기 전까지 대단히 중요했던 몇 주에 대해  20명의 전현직 정부 당국자들, 백악관과 가까운 공화당 인사들을 인터뷰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사적인 대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허용되어 있지 않은 탓에 익명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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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재판이 아직 진행되고 있던 시기다. 2020년 1월22일.

 

‘의문의 폐렴’

12월31일, 중국은 1100만명이 거주하는 공업도시 우한에서 ”의문의 폐렴 발병사태”가 퍼지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알렸다.

중국 정부는 발병사태의 중심지인 수산시장을 폐쇄했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든 환자들을 특별 지정 병원으로 옮겼으며, 정부 연구소들에 보내기 위해 시료들을 취합했다. 의사들은 침묵을 지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온라인에 위험을 알린 한 의사는 처벌 받았다. 그는 이후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

미국 국방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12월의 일이었다. 중국에서 나오던 공개 보고서들을 통해서였다. 1월초가 되자 이 바이러스에 대한 경고는 정부 내에서 회람되는 첩보보고서에도 등장했다. 1월3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로버트 레드필드 소장은 중국 측 당국자로부터 공식 경고 메시지가 담긴 전화를 받았다.

정부의 최고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도 비슷한 시기에 바이러스의 위험에 대한 경고를 받았으며, 그로부터 2주가 채 되기 전에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인 재앙이 될 것을 우려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정보기관들과 보건당국의 당국자들은 중국이 보고하는 감염률과 사망자수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들은 미국 유행병학자들을 들여보내 달라고 중국을 압박했다. 이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미국이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해줄 가치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미국 연구소들이 연구를 벌이고, 백신이나 진단검사를 개발할 수 있도록 바이러스 샘플을 보내 달라고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1월11일, 중국은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을 공유했다. 같은 날,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1월말 중국으로 향한 WHO 전문가단에 미국 전문가 두 명을 보내는 데 있어서 중국 측의 동의를 얻어냈다. 그러나 그 때 쯤에는 이미 소중한 몇 주의 시간을 잃어버린 상태였고, 바이러스는 아시아 전역에서 퍼진 다음 아시아 대륙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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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년 1월31일.

 

균형 잡기

1월 동안 트럼프 정부 당국자들은 아슬아슬한 균형 잡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내부적으로는 미국인 전문가들을 중국 땅에 들여보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경보를 울리고 있었다. 공개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미국 전문가들의 입국을 허가해줄 것이라는 기대로 중국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말들을 내놨다.

트럼프의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인 매튜 포틴저는 중국을 보다 공격적으로 압박해 미국 전문가들을 중국에 보내야 한다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첩보브리핑에 이 바이러스가 몇 차례 등장하기는 했지만, 알렉스 에이자르 보건복지부 장관이 업데이트 된 정보를 가지고 플로리다에 위치한 개인 별장 마라라고에 머물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던 1월18일이 되기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충분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

트럼프는 이 전화 통화 내내 베이핑(가향 전자담배)에 대해 말하고 싶어했다. 그는 베이핑 사용을 제한하는 새로운 정책을 검토하던 차였다. 지금 백악관 당국자들은 당시에 트럼프가 코로나19가 미국에 초래하는 위협의 규모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데에는 트럼프의 ‘이너서클’ 멤버 여러 명과 앙숙 관계였던 에이자르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고 믿는다.

에이자르는 트럼프의 낙관적인 발언과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대한 정부 대책을 마련하는 것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려 애쓰는 중이었다. ”현재로서는 미국에 초래될 위험은 낮습니다.” 그가 훗날 하원의원들에게 한 말이다. ”(그러나) 그건 금방 바뀔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 탄핵재판의 한복판에 있었으며 다른 건 거의 아무런 신경을 쏟지 않았다. 그는 거의 모든 백악관 회의에서 발언 도중 말을 끊고는 자신을 끌어내리려 하는 민주당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고, 그의 불평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의 늦은 밤 전화통화에서까지 이어졌다. 

 

2020년 1월24일 : 중국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해 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미국은 그들의 노력과 투명성에 큰 감사를 표한다. 다 잘 될 거다. 특히 미국인들을 대신해 나는 시 주석에게 감사하고 싶다!

 

또한 트럼프는 중국을 압박하거나 시진핑 주석을 비판할 의지가 거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재선 선거운동이 최고조로 시작되기 전에 1년 넘게 이어진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해 시 주석의 협조를 얻어내고 싶어했다. 트럼프가 다보스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처음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시 주석의 대응을 열정적으로 칭찬했는데, 이는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던 측근들의 메시지보다 훨씬 더 나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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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에이자르 보건복지부 장관이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년 1월31일.

 

내분

웨스트윙(백악관 보좌진들의 사무실)은 표류했다.

1월 말이 되자, 믹 멀베이니는 비서실장 직무대행이라는 이름만 걸치고 있었다. 탄핵 사태 이후 그의 사임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그는 내분으로 몸살을 앓았던 초기 백악관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에 참여했다. 같은 시각, (멀베이니가 비서실장 직무대행직을 수행하기 위해 국장 자리를 잠시 비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바이러스 대응 예산을 놓고 에이자르 장관의 보건복지부와 충돌하고 있었다.

보건부는 의회에 코로나바이러스 특별 예산을 요청하려 했으나 백악관 예산국은 몇 주 동안 이를 거부했다. 2억5000만달러(약 3048억원)의 기존 예산을 재조정한 돈으로서 보호장비를 구입해 국가적 재고를 비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보건부는 의회의 승인이 없이는 필요한 만큼의 마스크와 보호복, 인공호흡기를 구입해 비축량을 빠른 시일 내에 크게 늘릴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의회에 25억달러(약 3조4780억원) 규모의 코로나바이러스 예산이 요청됐다.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너무 낮은 금액이라고 봤다. 의회가 신속하게 통과시키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현재까지 나온 세 개 법안 중 첫 번째였던 이 법안의 예산은 80억달러 규모였다.

두 기관이 다투는 와중에도 트럼프 주위에서 그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그를 설득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주변은 충성파들로 가득했고, 정부 내에서 대통령의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는 당국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NSC 보좌관이 그 중 하나였다. 1월 중순 백악관에서 회의가 열렸으나 중국에 있는 미국 정부 공무원들을 어떻게 귀국시킬 것인지에 초점이 모아졌다. 당시 중국은 여전히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1월29일, 백악관 고위 측근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메모에서 훗날 팬데믹이 될 이번 사태가 미국에 초래할 몇몇 문제들을 정확하게 예상했다. 경고음을 낸 게 그가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정부 내 다른 당국자들은 포틴저와 마찬가지로 백악관 내에서 ‘중국 매파’로 불리는 그와 그들의 우려들을 무시했고, 이를 대통령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1월30일, WHO가 코로나19에 대해 전 세계에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을 때 트럼프는 아이오와주에서 군중들이 운집한 가운데 유세를 벌이고 있었다. 다음 날, 트럼프 정부는 최근 14일 내에 중국을 방문했던 외국인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했다.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및 그의 가족들은 제외됐다.

트럼프는 이것을 과감한 조치로 포장했으나, 계속해서 위협의 심각성을 깎아내리는 말을 했다. 뉴욕타임스(NYT)의 분석에 따르면, 이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4만명이 직항편으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입국했다.

백악관은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을 부인했다.

″언론과 민주당은 1월과 2월에 이 바이러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거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했으며, (코로나19의) 전염력 수준이나 무증상 감염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을 때부터 연방정부의 권한을 총동원해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고, 진단검사 역량을 확대하고, 백신 개발을 신속하게 추진했다.” 주드 디어 백악관 부대변인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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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코로나19가 "미국인들에게 미칠 위험은 여전히 매우 낮다"며 "우리는 매우, 매우 잘 준비되어 있다"고 말했다. "독감이랑 똑같다고 생각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2020년 2월26일.

 

‘매우, 매우, 잘 준비되어 있다’

2월10일, 트럼프는 뉴햄프셔 유세에 빼곡하게 운집한 수천명의 지지자들을 향해 이렇게 선언했다. “4월이 되면, 이론상으로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이건 기적적으로 사라져버릴 겁니다.”

청중들은 트럼프의 이 입증되지 않은 주장에 환호로 답했다. 상원이 탄핵재판에서 트럼프에게 무죄 평결을 내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내 다른 관료들이 코로나19를 주시하고 있음에도 자신의 재선 선거운동으로 관심의 초점을 옮겼다.

연방정부 관료들은 민간 업체들을 배제한 채 CDC에게 코로나19 전적으로 진단검사 개발을 맡겼다. 이후 CDC의 검사키트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귀중한 시간을 날려버린 결과로 이어진 선택이었다.

트럼프는 정부 위기 대응의 책임자를 이리저리 바꾸느라 몇 주를 보냈다. 그는 에이자르 보건 장관을 정부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책임자로 지정했다가 2월 말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으로 교체했다.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와중에도 (맏사위이자) 선임 고문인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등 백악관 내에서 남들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들은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는 중대 조치를 피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운명을 월스트리트와 긴밀하게 연결지었으므로 금융시장이 폭락한 뒤에야 대응 수위를 조금씩 높여갔다. 트럼프가 인도를 방문 중이던 2월 말,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면서 다우존스 지수는 1000포인트나 주저앉았다.

금융시장 붕괴에 마음을 졸인 트럼프는 2월26일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CDC 고위 당국자가 한 발언을 두고 측근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NCIRD) 소장인 낸시 메소니에 박사는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인들을 향해 꽤 심각한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터였다.

″더 이상은 이런 일이 과연 벌어질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확히 언제 이 일이 벌어질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메소니에 박사가 한 말이다.

그날 밤, 백악관은 펜스 부통령이 코로나19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펜스 부통령 대신 본인이 직접 연단에 나섰고, 그 이후로도 거의 자리를 내주지 않은 채 뒤늦게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최전선에서 이끄는 인물로 스스로를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가 백악관 브리핑룸 연단에 서서 처음으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언급할 때, 미국에는 15명의 확진자가 있었다.

″우리는 (확진자수가) 매우, 낮은 수준이고 우리는 그 상태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트럼프가 말했다. ”우리는 매우, 매우 잘 준비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