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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차별주의자로 자라지 않게 키우는 법

혐오와 계층 간 격차가 커지는 시대에 육아를 하며 기억해야 할 5가지

  • 박수진
  • 입력 2020.06.15 17:51
  • 수정 2020.06.17 15:06
ⓒSamuel Corum via Getty Images

미국에서 흑인 차별에 저항하는 집회가 점점 확산하고 있다. 과거 흑인 과잉진압 사건들을 비롯해 경찰과 사법 시스템, 남북전쟁 시대로까지 논의가 이어지며 ‘시스템적인 차별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는 역차별을 주장하거나, 혹은 대놓고 인권운동을 조롱하는 이들도 있다. 내 아이는 차별주의자로 키우고 싶지 않지만 아이들은 인터넷과 또래들로부터 배워 온 혐오 표현을 쓰고, 어디부터 교육을 시작해야할지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이 이런 마음을 가진 백인 부모들을 위해 가이드를 전했다. 이중 한국의 부모들에게도 참고가 될만한 내용들을 정리했다.

아래는 전문가들이 말한 ‘내 아이가 차별주의자로 자라지 않게 하기 위해 생각해야 할 5가지.’

ⓒhemul75 via Getty Images

1. 아이들이 내게 질문을 하는 순간 나는 어떤 감정을 드러내는가? 

아이들은 미처 대비하지 못한 때에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하곤 한다. ”하늘은 왜 파란색이야?” 아니면 ”죽으면 어떻게 돼?” 같은 것들이다. 이런 질문에는 인종, 인권과 같은 어려운 문제들이 끼어 있는 경우도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교육학 교수 하워드 스티븐슨은 아이들에게 민감한 문제에 대해 말할 때 답변의 내용뿐 아니라 답변할 때의 말투와 태도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미묘한 태도의 차이로 잘못된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갑작스런 어려운 질문에 놀라며 긴장하거나 불편해하는 태도로 말을 돌렸다고 해보자. 아이들은 이것 역시 부정적인 답변이라고 인식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무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화났다는 등의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스티븐슨 교수는 반대로 그 질문을 받은 당시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부모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보고, 그 이유를 아는 것이 어린 아이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전체 상황의 맥락을 파악하기에 더 쉽다는 것이다.

스티븐슨 교수는 백인 자율방범대원인 한 남성의 과잉 행동으로 어이 없게 총에 맞아 숨진 흑인 청소년 트레이본 마틴의 뉴스를 보고 있었던 때의 경험을 공유했다. 당시 8살이었던 그의 아들은 뉴스에서 울부짖는 마틴의 부모를 보고 왜 우는지 물었다. 그는 간단하게 설명을 하면서 자신이 뉴스를 보는 당시 느낀 두려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고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 역시 부모 앞에서 입을 다물기보다는 편하게 계속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Thomas Barwick via Getty Images

 

2. 특권 계층과 아닌 사람들을 무의식 중에 분리해 말하고 있는가?

본인이 다수자, 특권 계층일 때 특히 더 해당하는 이야기다. 평소 아이에게 말할 때 소수자 그룹을 굳이 특정하면서 말하는 습관이 있지는 않은지 주의하라는 것이다. 특히 기사에서는 백인들이 많은 회사에 다니는 백인이 ”회사에 흑인 직원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굳이 ”회사에 백인 직원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비슷하게 남성은 굳이 성별을 밝히지 않지만 여성은 밝히는 경우,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히는 경우 등이 있다.

UNC 심리학 교수 가브리엘라 리바스 스타인은 ”스스로 왜 백인일 때는 인종을 굳이 밝히지 않는데 흑인일 때만 인종을 밝히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충고한다. 특히 아이들에게 말할 때는 이런 평소의 말하는 습관을 더욱 주의해야 한다.

특정 인종, 성별 등 정체성을 부연해서 말하는 습관이 있다면, 그것이 아이들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3. 주위에 어울리는 사람들의 다양성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는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에게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적어도 자신의 부모와 다른 사람들도 있다는 정도로는 아이가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인종과 성정체성, 직업, 장애 등 다른 정체성과 삶의 모습을 가진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는 건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와 그런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면 된다.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이는 예의 순수함으로 ‘왜 우리 주위에는 그런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사회적인 특권을 가진 당신이 부모로서 그런 불편한 순간을 감수하는 것이 사실 이 교육의 핵심이다. 

ⓒivanastar via Getty Images

 

4. 아이가 무엇을 보는가? 

자녀교육에 대한 책을 쓴 작가 사치 페리스는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TV와 유튜브는 말할 것도 없으며, 집에 걸린 그림, 책장에 꽃아둔 책들, 인종차별적, 성차별적인 장난감에서도 아이들은 나름의 메시지를 받는다. 우리 주위에는 어디에나 특정 편견을 강화하는 작품이나 상품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스타인 교수는 문제적인 책이나 영상, 장난감을 보았다면 아이가 그 편견을 그대로 학습하지 않도록 꼭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5. 우리는 아이에게 가르치는 신념대로 행동하고 있는가?

‘블랙 라이브즈 매터‘나 ‘프라이드’ 집회에 아이를 직접 데리고 나가는 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집회에 참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만약 집 앞으로 시위대가 지나간다면 적절한 구호를 적은 플래카드를 걸어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이 있다고 페리스는 조언한다.

이건 집회가 열리는 특수 상황이 아닌 평소에도 해당하는 항목일까? 물론이다. 아이와 함께 아이의 친구들, 본인의 친구들, 아이의 선생님과 만나 대화하는 일이 종종 있을 것이다. 이때 차별적인 말을 들었다면, 아이 앞이라면 곧바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 반박하거나 반응하는 것이 좋다. 침묵도 아이에게 동조라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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