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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을 12명의 양성애자들이 고백했다

양성애자들은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조차 소외받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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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Maria Korneeva via Getty Images

 

양성애자들은 미국에서 성소수자 인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6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여성의 5.5%, 남성의 2%가 양성애자라고 보고했다.

이러한 수치에도 불구하고 양성애자들은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팎에서조차 소외받는다.

성소수자이자 양성애자인 작가 애슐리 C. 포드는 2015년 에세이 ‘누구와 함께하든 난 퀴어다’에서 양성애자는 ‘동성애자도 아니고 이성애자도 아니라는 사실에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 결과 많은 양성애자들은 말하자면 자신이 ‘어느 쪽’인지 골라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낀다.

또 많은 사람들이 양성애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그냥 거쳐가는 한 단계”라고 믿고 있다. 양성애자들은 그렇게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받는다.

양성애자들이 커밍아웃하는 게 힘든 이유다. 처음부터 자신이 양성애자인 걸 안 사람도 있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야 그 사실을 깨닫는 경우도 많다. 

12명의 양성애자들이 ‘자신이 어떻게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는지’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주인공 한솔로와 자리를 바꿔서 내가 레이아 공주와 손을 잡고 키스하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여자 캐릭터에 호감이 컸다. 이런 감정은 영화 ‘스타워즈’의 레이아 공주로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이런 내 감정을 존경할 만한 강력한 여성상을 찾는 것으로 합리화하곤 했다. 그런 부분도 분명히 있었지만 주인공 한솔로와 자리를 바꿔서 내가 레이아 공주와 손을 잡고 키스하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내가 자란 환경 때문에 그런 감정이 로맨틱한 감정이라는 생각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런 감정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만 그런 줄 알았기 때문에 모른척했다.

대학에서 양성애자라는 용어를 배웠다. 많은 성소수자들이 느끼듯  ‘오, 나 혼자가 아니구나? 내가 미친 게 아니야?’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했던 여성 캐릭터들을 다시 돌아봤다. 그리고 내가 매력적이라고 느낀 남자 캐릭터들과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 사회에 만연한 개인의 편견과 내면화된 동성애 혐오증에 대해 알게 됐다.”

―일러스트레이터 엘리스 마리

ⓒMarijaRadovic via Getty Images
 

“난 이성애자도 동성애자도 아니고 ‘중간’도 아니다”

″내가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깨닫는 건 내가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나는 14살 때 내가 남자들에게 끌린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24살이 돼서야 굳게 마음먹고 남자들과 공개적으로 데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이제 나는 내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난 이성애자도 동성애자도 아니고 ‘중간’도 아니다. 나는 나의 성적 취향과 그 안에 내포된 유동성을 사랑한다.”

―리얼리티 TV 출연자 레미 듀란

 

″아빠는 내 이런 성정체성을 완전히 무시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건 다른 이들 만큼 어렵지 않았다. 16~17세쯤 나는 내가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엄마는 그냥 거쳐가는 ‘단계’라고 생각했다. 아빠는 내 이런 성정체성을 완전히 무시했다. 그는 자신의 자식이 이성애자가 아닐 거라는 사실을 생각해본 적도 없을 거다. 나는 아빠와 좋은 관계를 가졌던 적이 없었기에 그냥 내버려 뒀다.

나는 성정체성과 상관없이 누구나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도우려고 노력한다. 나는 양성애자란 사실에 대해 매우 공개적이다. 나는 성소수자로 힘들어하는 사람 누구나 돕고 싶다. 성정체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소외되는 사람이 많다. 나는 그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온전히 행복하도록 돕고 싶다.” ―36세 애디

 

”남자와 절대 성관계를 맺을 수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곤 했다”

“11살 때 내가 남자 스타 및 같은 학년 남자아이들을 짝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내가 이성애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양성‘이라는 말은 몰랐다. 아무도 그 말을 내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나는 17살 때까지 그 용어를 몰랐다. 그때 다른 누군가가 자신이 양성애자라고 커밍아웃했다. 하지만 확 와닿지 않아서 나는 내가 ‘게이이길 거부하는 중인 단계의 게이’라고 생각했다. 게이라는 단어로 내가 왜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끌리는지 설명하기 힘들었지만 다른 옵션을 몰랐다.

나는 내 성정체성을 거부하기 위해 스스로 타일렀다. 남자와 절대 성관계를 맺을 수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이런 말은 내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남자 이성애자와 사랑에 빠졌을 때 소용 없어졌다. 내 성정체성을 부정할수록 힘들었고 고통을 느꼈다. 더이상 내가 누구인지 부정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25살이 되기 직전에 양성애자로 커밍아웃했다.” ―프로듀서 및 작가 바닛 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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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primipil via Getty Images
 

 

″우리는 이성애자와 다르다”

″나는 항상 여자에게 끌렸다. 잡지 코스모폴리탄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코스모 기사는 여자들이 서로에게 끌리는 건 완전히 정상적이고, 흔한 일이고 그게 게이라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사회가 양성애자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이유가 우리를 이성애자와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는 이성애자와 다르다. 

사회의 편견으로 양성애자는 동성애자보다 오히려 커밍아웃하기 어렵다. 

나는 대학 졸업 후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이성애자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대부분의 이성애자들은 다른 여성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이성애자들은 퀴어 커뮤니티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했다. 대부분의 이성애자들은 레즈비언 친구에 반하지 않았다. 그건 평범한 이성애자의 행동이 아니었다. 결국 나는 내가 양성애자라는 걸 알았다.”― 33세 니콜

 

“30세가 되서야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었다”

″나는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게 한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걸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나는 엄격히 근본주의적인 종교 공동체에서 자랐기에 남과 다른 사실을 말하거나 행동 할 수 없었다. 난 내가 이성애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다르게 말할 수 없었다.

대학에 가서야 나는 내가 양성애자란 사실을 말할 수 있었다. 그때도 당시 내 약혼녀에게만 이 사실을 말했다. 난 그를 두고 다른 성별과 절대 바람피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후에도 난 이 사실을 오랫동안 숨겼다. 30세가 돼서야 공개적으로 이 사실을 말할 수 있었고 이미 10년 동안 군 복무를 하는 중이었다. 더 이상 숨긴다고 해서 얻을 게 없었다.” 35세 군인

 

 

“내가 진짜 양성애자인지 확신이 안 섰다 ”

″조셉 고든-래빗에게 고맙다. 그가 내가 양성애자란 사실을 깨닫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3살이었을 때 나는 ‘태양에서 온 제3의 록’이라는 쇼의 열렬한 팬이었다. 고든-래빗을 볼 때마다 크리스티나 리키를 볼 때처럼 설렜다. 나는 또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두 명의 남자를 좋아했다. 두 남학생 다 이성애자였고 나는 그들에 대해 환상을 가졌다. 난 나 자신을 양성애자라고 부르는 걸 망설였는데, 그 이유는 당시 성소수자 담론은 게이에 집중됐고, 내가 진짜 양성애자인지 아니면 ‘그냥 거쳐가는 단계’일 뿐인지 확신이 안 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년간은 이 사실을 숨겼다.

29살 때 마침내 나는 양성애자로 커밍아웃 했다. 당시 난 보수적인 기독교 여성과 약혼한 상태였다.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고 전혀 다른 새로운 남자와 사귀기 시작했다. 불행하게도, 그 관계는 9개월 동안만 지속됐지만, 그와 만나는 동안 처음으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작가 트리스 마몬

 
ⓒvalentinrussanov via Getty Images

 

“남녀 모두 만났지만 여전히 내 정체성이 헷갈렸다”

″나는 일리노이주 시골 농장에서 자랐다. 나는 내가 여자와 남자 모두에게 끌린다는 사실에 오랫동안 혼란스러웠다. 이미 내 동네에서 나는 괴짜로 불리고 있었다. 나는 여성용과 남성용 포르노를 둘 다 봤다. 같은 반 남자나 TV에 나오는 남자에게도 끌렸다. 정말 이상하고 헷갈렸다. 

대학교에서 남녀 모두 만났지만 여전히 내 정체성이 헷갈렸다.

졸업 후 시카고로 이사 가서야 나는 내가 양성애자일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아내에게 이 사실을 연애 초기에 알렸고 그는 다 이해해 주었다. 나는 내가 양성애자인 걸 알게 돼서 기쁘고 많은 지지를 받았다.” ―TV 비평가 클린트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는 관종이거나 아무하고나 관계한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성장기에 난 여자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숨겨야 했다. 당시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는 관종이거나 아무하고나 관계한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양성애자에 대해 농담을 하기도 했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해서야 내가 양성애자인 걸 인정하고 공개할 수 있었다.”  ―23세 타이라

 

 

“성별을 떠나 누구에게 끌리든 괜찮다”

″중학교 때 내가 양성애자라는 걸 처음 깨달았다. 한 친구에게 말하긴 했지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사귀던 사람들은 (그들의 성별에 상관없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몇 년 동안 나는 ‘세상에서 가장 동성애자 같은 이성애자’라고 농담처럼 불렸다.

35살 때 두 번째 결혼을 할 때쯤 나는 양성애자 커밍아웃을 결심했다. 나는 성소수자 친구들이 공격받는 걸 보고 그들과 함께하지 않는 게 큰 잘못으로 느껴졌다. 나는 시스젠더 백인 남성인데 그 정도의 특권을 가지고 그들과 함께 설 수 없다면 나는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며칠 사이에 거의 200명 가까이에게 나는 양성애자라고 밝혔다. 그 이후 항상 이 사실을 공개했다. 성별을 떠나 누구에게 끌리든 괜찮다. 이건 아름다운 일이다. 양성애자란 사실은 숨길 게 아니다. 나는 다시는 이 사실을 숨기지 않을 거다.”

―작가 및 음악가 데이비드 케이

ⓒnadia_bormotova via Getty Images

 

 

″여성스러운 양성애자 남성”

″나는 여성스러운 양성애자 남성이다. 언제나 그래왔다. 숨길 수 없는 내 모습 덕분에 어릴 때 동네에서 ‘동성애자 XX’라고 욕을 먹었다. 사실 난 여자와 남자 모두 좋아했는데...... 오히려 내가 여성스럽기 때문에 내가 여자에게 끌린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었다. 정말 헷갈렸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한 말은 내가 동성애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는 내가 진짜 게이인데 나도 모르게 부정하려고 하는 건가 고민했다. 하지만 난 계속 여성에게도 끌렸다.

이성애자 남성, 게이 남성, 양성애자 남성 모두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 모두 갖고 있다. 여성적인 면보다 남성적인 면을 우선시하거나 미화하지 않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 #bisexualmenspeak(양성애자 남성의 말) 해쉬태그 제작자이자 작가 J.R 유서프

 

“내 DNA에 새겨진 부분이다”

″난 다른 사람과 내가 다르다는 걸 알았다. 기억들을 되살리면, 나는 대부분 공포를 기억한다. 난 설명이 필요했다. 난 십 대 때 모든 성별에 끌렸는데 즐거웠던 기억이 아니다. 체육시간에 옷을 갈아입을 때 난 시선을 벽에 고정해야 했다. 다른 여자들이 내 비밀을 알아채길 바라지 않았다. 난 철저히 내 성정체성을 숨겼다.

난 나 자신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난 이런 사실이 발각되면 내 인생도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내가 양성애자란 사실이 자랑스럽다. 내 DNA에 새겨진 부분이다. 내 인생이고 내 직업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 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지만 성장기에는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양성애자 커뮤니티의 역사를 조사 중이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언제나 존재했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다. 사회가 아무리 양성애자를 없는 사람 취급하고 편견을 갖고 있어도 나는 혼자가 아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서 활동하는 기록가 겸 작가 멜 리브

 
 
 

* 허프포스트 미국판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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