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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로비에서 전화하는 흑인 투숙객을 경찰에 신고한 직원들이 해고됐다

로비에서 전화하는 도중 당한 봉변

  • 김태성
  • 입력 2018.12.31 11:53
  • 수정 2018.12.31 14:40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있는 힐튼 더블트리호텔 직원 두 명이 해고당했다. 그들에게는 호텔 로비에서 전화 중인 투숙객을 흑인이라는 이유로 인종 차별했다는 혐의가 제기된 상태였다. 

이번 사건에 대해 호텔 측은 두 번째 사과문을 트위터에 올렸다. 직원들의 잘못으로 투숙객 저메인 매시가 ”부당한 일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지난 화요일 매시는 호텔 직원들로부터 당한 불쾌한 사건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다.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퍼지자 호텔 측은 사건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어제 문제의 직원 두 명을 해고했다고 발표했다.

″매시 씨 사건 관련해 부당한 행동을 한 직원 둘을 해고 처리했다. 그들의 언행은 회사의 가치와 기준에 어긋났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을 드리며 회사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양성 전문가를 동원해 직원 교육에 더 많은 노력을 쏟겠다는 걸 약속드린다.”

허프포스트는 해당 호텔 책임자 제이콥 벤자민에게 이번 사건에 연루된 직원들의 이름을 문의했지만 현재까지 대답을 받지 못했다.

매시는 호텔 직원에게 자신이 투숙객이라는 사실을 밝혔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호텔 직원들은 경찰까지 동원했고 매시의 열쇠를 압수한 후 그를 호텔에서 쫓아냈다.

매시는 다음과 같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나는 오늘 밤 더블트리호텔 로비에서 전화를 하는 중이었다. 도중에 호텔 직원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 그들은 나를 호텔에서 쫓아내기로 마음먹은 듯 보였다. 그래서 나는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내 입장을 설명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경찰은 내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호텔 측은 매시 사건 관련해 지난 수요일에 최초로 사과문을 냈다.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사건 당일 매시는 래퍼 트래비스 스콧의 공연 관람차 포틀랜드를 방문 중이었다. 그는 동부에 사는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오자 급한 일인가 해서 로비 ”한 구석”으로 옮겨 전화를 받은 거였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호텔 경비원 이름은 얼이다. 그는 경찰을 불렀다며 매시에게 호텔을 나가라고 명령한다. 소파에 앉은 매시는 전화하는 자신을 경비원이 괴롭히는 거라고 지적한다.

매시는 루이스라는 호텔 매니저에게 투숙객이라는 사실과 전화를 조용히 받으려고 한 의도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매시는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조용히 전화를 받으려고 한 것밖에 없다. 그런데 이 사람이 다가오더니 '왜 로비에 있냐, 어디에 묵는 거냐'라고 다그치며 나를 괴롭혔다.”라고 루이스에게 설명한다.

경비원 얼은 매시가 로비에서 서성거린 게 불법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매시는 ”그럼 로비 사용에 시간제한이 있다는 소리인가?”라고 묻는다.

얼은 ”투숙객은 괜찮다.”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매시는 ”나도 이 호텔 손님이다.”라고 대답한다.

경비원은 ”그 말은 하지 않았지 않냐. 방 번호를 물었을 때 대답을 못 하겠다고 하지 않았냐?”라고 말한다.

경찰은 동영상 끝부분에 등장해 매시에게 호텔에서 나가라고 명령한다. 포틀랜드 경찰서는 경찰이 지난 토요일 밤 더블트리호텔에 출동한 사실과 경찰이 매시에게 호텔방에서 개인 소지품을 챙겨 나가라고 명령한 바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매시가 이번에 올린 동영상은 미국의 인종주의 문제를 다시 한번 조명한 사례다. 생수 파는 것, 자기 집에 들어가는  것, 백인 아이들을 대신 돌보는 것(베이비시팅), 묵는 호텔 로비에서 전화하는 것 등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지만, 단지 유색인종이 연루됐다는 이유로 경찰이 출동되는 일이 지난해에는 특히 빈번했다.

매시는 자기가 직접 겪은 인종차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종주의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일을 당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 때문에 슬프다. 나만 겪은 일이 아니라는 것, 내가 처음도 마지막도 아니라는 걸 잘 안다. 그러나 이런 부조리를 모른 척할 수는 없다.” 

*허프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김태성 에디터 : terence.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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